물병과 사자 :: '2018/10 글 목록
2018. 10. 31. 00:30 미술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 연재 계속~ 쭈욱~  

http://sleeping-gypsy.tistory.com/51

가요 순위처럼 인플레 고려한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순위를 20위부터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살펴봐 왔고, 오늘 드디어 대망의 1위 발표~  

두구두구두구두구  짠~~~ 


인플레 고려 1위) attribut ed to Leonardo da Vinci, "Salvator Mundi" (ca.1500)  $450.3-million (Christie's 2017 auction) $450.3-million (약 5,138억 상당)

예수 그리스도가 왼손에는 수정구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축복을 내리는 제스춰를 취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이 작품은 제목하야 '세계의 구원자, Salvator Mundi'이다. 이 작품은 1500년경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있는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진위 여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오늘날까지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하나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사랑 받고 있는 대부분의 유명 화가들이 생전에는 가난과 몰이해 속에서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하기 위한 고독한 투쟁을 하고, 사후에나 인정을 받곤 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러하고, 모딜리아니가 그러하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생전에 이미 최고의 실력자로 인정을 받아 유럽의 각국의 왕실에서 스카우트 경쟁 속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살았다.  일설에 따르면, 그의 임종은 프랑소아 1세가 지킨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인데, 그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그가 왕과 친밀한 관계였음은 분명한 사실이었던 것 같다.  (바사리에 따르면 그의 임종 때, 왕이 그의 머리를 안고 손을 쥐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고, 많은 화가들이 그 장면을 상상하여 그렸으나 그 진위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는 우리말로 하자면 팔방미인, 진정한 르네상스 맨이라고 할 수 있는데, 회화와 조각, 그리고 건축은 물론, 과학, 음악, 수학, 공학, 문학, 해부학, 지질학, 천문학, 식물학, 작문, 역사 및 지도 제작 등 그가 관심을 갖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이다. 1480년 Duke of Milan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면서 군사 공학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는 여러가지 무기를 고안하기도 했다.  오늘날은 화가로 알려진 그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의 다양한 관심사와 활동 중 극히 일부였을 뿐이었고, 유럽 각지의 러브콜에 이끌려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완성작은 더더욱 줄어들었다. 오늘날 확실하게 그의 작품이라고 알려진 작품은 20여점에 불과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작품은 적으나, 그의 놀라운 그림 솜씨에 대해서는 전설처럼 여러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될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도제 시절부터 그의 실력은 남달랐다고 한다.  

Andrea del Verrocchio and Leonardo, The Baptism of Christ (1472–75) oil on panel ; 177 × 151 cm, Uffizi
Andrea del Verrocchio and Leonardo, The Baptism of Christ (1472–75) oil on panel ; 177 × 151 cm, Uffizi ; 그 세부

 

위의 작품은 초기에 그가 그의 스승인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를 도와 어린 제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작품이다. 이 중에서 레오나르도가 천사 한 명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승인 베로키오가 그린 천사가 그 동네 사는 소년같이 그렸던 것에 비해 레오나르도가 그린 그림에는 기품과 신성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후 스승은 천사는 그리지 않았다나 어쨌다나....  (레오나르도가 그린 신성이 담긴 아름다운 천사는 아래 두명 중 어느쪽일까요?  궁금하신 분은 맨 아래 정답을 확인하세요~)   

대망의 1위를 차지한 레오나르도의 <세계의 구원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는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황태자가 아부다비의 문화관광부를 대신해서 $451.3-millions (약 5,138억 상당)에 구입한 것으로 되어있다. 2018년 가을에는 아부다비의 루브르에서 전시된다고.   

그의 작품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있는 작품은 한 두 작품이 아닌데, 이 작품은 최근 대다수의 전문가가 진품으로 인정한 작품 중 하나이다.  최근들어 그의 작품이라고 인정받은 또 하나의 작품이 있는데, 그것은 그 유명한 모나리자의 또 다른 버전.  오랫동안 레오나르도의 위작으로 여겨졌으나, 2015년부터 16년에 거쳐 수많은 검증을 거쳐 비로서 그의 진품임을 인정 받은 작품이다. 루브르의 모나리자와 구별하여 소장자의 거처를 따 Isleworth Mona Lisa라고 불린다. 

 

 

 

Isleworth Mona Lisa,  2015~6년 전문가들에 의해 레오나르도의 작품임이 판명됨

 

사실 우리는 모두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모나리자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얼마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당시부터 유명했던 그를 둘러싼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도 원체 많고, 이후 그를 연구한 학자들은 차고 넘치면서 담론은 더욱더 증가하지만, 대중들은 이미지와 이름으로 워낙 친숙해서 모두가 알기도 전에 질려버려 그다지 더 알고자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가 남긴 회화의 작품 수는 얼마되지 않지만, 그가 임종을 왕의 무릎위에서 맞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생전에 높은 지위를 지녔고 거기에 걸맞는 학식과 견문을 갖춘 만능 학자로서, 이전의 장인의 위치에 있던 화가의 위치를 인문학자의 위치로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위의 정답: 레오나르도가 그린 천사는 우리가 바라봤을 때, 왼쪽의 천사. 아름다운 눈빛과 곱슬거리는 빛나는 금발은 이후 그의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0. 30. 00:30 일상 이야기

오늘도 1위 발표 전에 한 번 쉬어가는 날로 할까요?

저번에 올린 '물고기들의 화파' 다들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아 오늘도 하나 올립니다. 

저번보다는 약간 난이도가 높은 거 같죠?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0. 29. 00:30 미술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 연재가 계속 되고 있어요.  처음에 전체 랭킹에 관한 포스팅은 요 바로 아래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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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순위처럼 인플레 고려한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순위를 20위부터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살펴봐오고 있죠.  어느새, 오늘은 3위 작품을 살펴볼 시간이네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보면 3위때부터는 두둥두둥 소개할 때 음악부터 달라지던데.  ^^ 


 

인플레 고려 3위) Paul Cézanne, "The Card Players" (ca. 1890) estimated $250- to $300-million (2011 private sale)  $272 +-millions 

미술사에서는 폴 세잔 (Paul Cézanne: 1839-1906) 은 폴 고갱 (Paul Gauguin: 1848-1903),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와 함께 후기 인상파로 분류되는 화가이다.  그렇다고해서, 이들이 한날 한 장소에 모여서, '우리 오늘부터 후기 인상파 창립하는 거다! 으샤으샤!'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을 단체 여행이라도 가서 한 방을 쓰게 했다면, '왜 하필 쟤랑 같은 방이람!' 하면서 못마땅해 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예술에서 지향하는 방향이 각각 다르고, 화풍도 많은 차이가 난다.  이들을 '후기 인상파'로 묶은 것은 이후의 미술사학자들로 순전히 분류 목적이다. 인상주의는 아니고, 그렇다고 이후에 오는 추상의 경향과는 또 다른, 그렇다고 그냥 두기에는 너무 거물들. 따라서 이렇게 모아서 '후기 인상파'

폴 세잔은 이 후기 인상파 작가들 중에서 아마도 후대 화가들에게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라 할 수 있다.  20세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피카소조차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며 세잔을 칭송했고, 야수파의 거장이라고 불린 마티스도 아직 젊은 화가 시절, 결혼해서 어린 자식들까지 부양하느라 쪼들리던 시절에도 세잔의 욕녀 작품들의 소품들을 세 점이나 사 모을 정도였다.  

세잔은 생전에 이미 그의 작품이 평가를 받았지만, 초반에 파리 화단에서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고향인 엑상 프로방스에서 은둔아닌 은둔을 하며 작품 활동에만 전념하였다. 대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사과가 있는 정물, 생트 빅투와르 산, 목욕하는 여인들 등 시리즈 물로 주로 그렸는데, 카드 놀이 하는 사람들도 그 중 하나이다. 

세잔은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다섯점을 제작하였고, 그것은 미국에 2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필라델피아의 반즈 파운데이션, 그리고 프랑스의 오르세이 미술관, 영국의 코트올드 미술관, 이렇게 4점이 있고, 이 작품은 2011년 카타르의 왕족이 구입하므로써 유일하게 개인 소장 작품이 되었다.  

다섯 작품 중 두 명만 그려진 작품은 위의 작품을 포함 영국과 프랑스의 미술관들, 이렇게 세 작품이 있다. 그 중 크기는 가장 작지만 구도가 가장 안정되고 색상도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것으로 여겨지는 작품은 오르세이 미술관 소장 중인 작품 (아래)으로 개론서 같은데서 대표로 실릴 때 주로 이 작품이 실리고, 이 작품은 기념 우표 제작때에도 대표로 발탁되었다. 

     

분명히 모델이 된 것은 그의 고향마을 농한기에 심심풀이로 카드놀이를 하는 농부들일터인데, 어찌된 셈인지 이들의 자세와 태도는 고요하고 분위기는 적막하고, 심지어 자세는 경건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특징때문에, 세잔의 초상화는 '인간으로 그린 정물화 (human still-life)'라고 불리는데, 이는 세잔의 관심사가 원체 인간관계가 아닌 형태들의 상호관계에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으로서의 세잔도 원체 사회관계에는 서툴기도 하고 크게 관심없었던 사람이었던듯 하기도 하다.)  

원류를 따라가자면 풍속화 장르 중에 '카드 놀이 하는 사람들'이라는 소 장르가 있고, 이는 또 원류를 좇아가보면, 성서에서의 '돌아온 탕아'에서 파생된 주제이다. 하지만, 처음 착안은 그렇다고 해도 정작 세잔이 추구한 것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형태와 주변 사물이 이루어내는 조화, 형체들간이 구축해가는 구도, 이러한 것이었다는 것. 

참고로 다른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들은 아래와 같다.

 메트로폴리탄 소장품

필라델피아의 반즈 파운데이션 소장품

영국의 코트올드 미술관 소장품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0. 28. 00:30 미술 이야기

오늘은 어제 고갱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잠시 나온 '전원 풍경화 (Pastoral Landscape)'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티치아노 (이전 조르조네), 전원교향곡 (c. 1509), oil on canvas ; 105 x 137 cm, Musée du Louvre, Paris 


티치아노 (이전 조르조네), 잠자는 비너스 (일명 드레스덴 비너스) (c.1510), oil on canvas ; 108.5 x 175 cm,  Gemäldegalerie Alte Meister, Dresden


위의 두 작품은 모두 조르조네 작품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연구들에서는 실은 조르조네의 뛰어난 수제자이자 베니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거장 티치아노에 의해 그려졌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위의 작품은 <전원 교향곡>, 불어로는 Fête champêtre 영어로는 Pastoral Concert 라고 알려진 작품인데, 오늘 살펴볼 '전원 풍경화'라는 장르의 대표적 작품이다.  또 그 변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자는 비너스>는 소장처의 이름을 따서 일명 <드레스덴 비너스>라고 불리는데, 역시 전원 풍경화에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상이 결합된 형태이다.  이 작품은 '누워있는 비너스'라는 서양미술에서의 널리 알려진 도상 중 최초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안빈낙도' 정도 될까? 고대부터 문인들과 귀족들 사이에서 소위 '전원시' 혹은 '목가'로 번역될 수 있는 'Pastoral poetry'라는 장르는 존재해왔다. 번잡한 도회에서의 생활일랑 벗어버리고, '청산에 살으리랏다'의 서양 버전, 양이나 치면서 자연과 벗하고 시나 짓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회화에서는 '전원 풍경화 (Pastoral Landscape)'이라는 장르로 발전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맨 위의 작품, 티치아노의 <전원 교향곡>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티치아노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스승에 대한 추모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속의 두 청년은 티치아노와 조르조네, 즉 옷을 세련되게 잘 입고 계신 분이 스승인 조르조네를 그린 것이고, 더벅머리 시골 총각은 자신 티치아노를 묘사한 것이라고.  누드의 두 여인에 대해서 두 남성이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뮤즈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누드로 앞에서 왔다갔다하는데, 저렇게 남자 둘이서 얘기하고 여성들에게 눈길조차 안돌린다는 건 좀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  

그 해석의 근거로는 최근 세상을 떠난 조르조네가 들고 있는 루트의 현이 없게 그려진것 (그는 이젠 더이상 창조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의미), 또한 뮤즈 중 한명이 물병의 물을 다시 우물 속에 되돌리고 있는 것 (이는 조르조네의 뮤즈로 조르조네가 더이상 창조의 샘에서 물을 길어낼 수도 없는 상태이므로)

이처럼 의미가 풍부한 작품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도상은 '전원 풍경화'의 전형이다. '시골 가서 양이나 치면서 풍월을 읊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도시 귀족들의 로망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로 치면, 다 때려치고 시골가서 농사'나' 짓고 살고 싶다라는 맘에 해당하는 것이리라.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의 유유자적하게 근심걱정없이 지내는 단조로운 삶을 그린 것이 '전원 풍경화'이고, 이러한 작품들은 대개 귀족들의 서재에 걸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한 자연 속에 사는 것을 꿈꾸는 남성 귀족들의 로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문되고 제작되어온 장르가 <전원 풍경화>이다.  여기에 아름다운 미녀가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잠자는 비너스>는 그러한 로망을 충족시킨 그림이다. 

어제 고갱의 그림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전원 풍경화>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 속에서 세상의 치열한 경쟁과 권력에의 암투 이런 것 없이 단순하고 소박하게 평화롭게 사는 삶.  그러한 로망은 21세기를 사는 많은 이들에게도 유효한 것같아 보인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0. 27. 00:30 미술 이야기

가요 순위처럼 인플레 고려한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순위를 20위부터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살펴봐오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 연재 계속~ 처음에 전체 순위에 대해서 살펴본 포스팅은 아래를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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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한 작가씩 살펴보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오늘은 4위를 차지한 폴 고갱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죠~

 

인플레 고려 4위) Paul Gauguin, "Nafea Faa Ipoipo (When Will You Marry?)" (1892) $210-million (2014 private sale)  $217-millions [약 2,471억원 상당]

타락한 문명사회를 버리고 물질주의에 찌들지 않은 자연을 찾아 떠난 자유로운 영혼.  그것이 일반적인 폴 고갱의 이미지였다.  그리고 그가 타히티에 정착한 뒤 제작한 그림들은 그러한 이미지에 부합하는 원주민들의 모습과 자연의 모습.  그 이후 그는 '종합주의 (Synthetism)' 혹은 '구획주의 (Cloisonnisme)'라고 칭해지기도 하며 이후 상징주의의 효시로 수많은 화가들의 추종을 받았다.  이들은 색과 선을 통해 화가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였는데, 이는 자연현상의 묘사에 초점을 맞춘 인상주의자들과 차별화하는 움직임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화가들은 스스로를 '나비파(Nabis)'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히브루어로 예언자라는 뜻이라고.]  

사실 그의 역할과 영향은 미술사 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음은 부정할 수 없으나, 눈치빠른 독자나 관람자라면 알아챘겠지만, 요즈음 폴 고갱에 대한 전시회나 개론서에서의 그에 대한 언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그의 식민사관을 반영하는 듯한 타이티에 대한 견해, 그리고 오늘날이면 소아성애자라고 처벌받을 수 도 있었을 타이티에서 미성년자들과의 사실혼 관계 등은 전시를 준비하거나 그에 대한 에세이를 쓸 때 무시하기는 힘든 사실이고, 그러한 불편함 때문에 점점 교묘히 그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게 되어온 것이다. 

그가 예술을 위해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친 것은 아니고, 당시 우리나라의 IMF에 해당할 만큼의 경제 붕괴 사태가 있었을 당시 실직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십수년간 가정을 책임지며 다섯명의 아이를 키워왔던 부인을 버리고 자유롭게 타히티로 건너가버린 무책임한 가장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건너간 타히티가 실은 프랑스의 지배하에 상당한 문명화가 이뤄져 있어 그가 기대한 만큼의 '순수한 자연'의 상태는 아니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럽인들의 환상을 만족시키기 위해 원시 상태의 타히티를 그려서 '이국 취향'을 선호하는 파리 화랑에서 팔려고 했다는 점....  속속 드러나는 그의 삶과 예술의 이면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위의 작품은 2014년 카타르의 왕족에게 약210-millions에 판매되면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는데, 이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2,471억원 상당한 금액이다.       

"Nafea Faa Ipoipo?" 원제는 타히티의 원주민어로 굳이 달아놨다. 이것도 아마도 이국 취향 저격을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해석을 하자면 '언제 결혼할래?' 라는 뜻이라고.  우리나라도 명절마다 듣는 이 말이 듣기 싫어 가족모임 자체가 괴로울 젊은이들이 많을텐데, 거기도 예외는 아니었나보다.   화면에는 어느새 장성해 결혼할 나이가 된 두 명의 원주민 소녀가 그려져 있다.  앞쪽의 소녀는 그 질문을 받자 자리를 피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뒷 쪽에 자리한 여성이 입고 있는 옷은 원주민들의 전통 의상이 아니라 유럽의 현대 의상.  생각보다 현대화 되어 있어서 실망스럽다고 기록을 남기기도 했던 고갱은 파리 화랑에 그림을 팔 때에는 당시 유럽인들의 이국 정취에 대한 환상을 만족시킬만한 작품을 제공하고자 애를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던 고갱은 이 작품에서 현대화 된 타히티의 모습을 무의식적으로 누설해버린 것일까?   

이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문명사회와는 다른 원시적이지만 순수한 자연의 상태에서의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으나 평온한 삶에 대한 동경은 고대 그리스부터 있어왔고,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이 극에 이른 로코코 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 인기가 있었다.  이러한 장르를 문학에서는 '전원시' 혹은 '목가' 미술에서는 "전원적 풍경화" "전원의 교향곡"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데, 고갱의 타히티 풍경화는 일종의 19세기 말 버전의 '전원시'라고 할 수 있다. 

다음시간에는 이러한 '전원시' 장르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0. 26. 00:30 일상 이야기

오늘은 쉬어가는 코너~~  

이제까지 다룬 작가와 작품들도 몇몇 보이죠?  보고 아항~ 하시나요?  

저랑 개인적으로 아는 작가는 아니지만, 재치 넘치는 만화를 계속 올리는 분이라 가끔 보면 후훗~  재밌어요.  

제목은 물고기의 무리를 'school'이라고 하는데서 착안해서 이런 재밌는 그림을 올렸네요.  

여러분도 오늘은 이제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서 한번쯤 쉬면서 복습~ 리뷰~ 정리~ 해보세요~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0. 25. 00:30 미술 이야기

한 번 시작한 순위 프로그램, 계속 진행해가고 있습니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처럼 인플레 고려한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순위를 20위부터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 연재 계속~ 쭈욱~  

전체 랭킹에 대해서 올린 포스팅은 여기를 참고!  http://sleeping-gypsy.tistory.com/51



지난 2차례 걸쳐서 추상표현주의 (Abstract Expressionism)에 대해서 살펴봤다. 오늘도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햐는 화가 마크 로스코 (Mark Rothko: 1903-1970)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그의 작품 중 순위에 포함된 작품은 아래와 같다. 

 

인플레 고려 7위) Mark Rothko, "No. 6 (Violet, Green and Red)" (1951) $186-million (2014 private sale via Yves Bouvier) $192-millions


앞의 포스팅들 (윌렘 드 쿠닝잭슨 폴록 편 참고)에서도 밝혔지만,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들 대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émigré, 이민자들이었다. 마크 로스코도 본명은 Markus Yakovlevich Rothkowitz. 유태계 혈통인 그는 러시아 내에서의 반유태정서를 염려한 부모를 따라 오레곤주의 포틀랜드로 이민을 왔다. 이주 후 곧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낯선 땅, 낯선 언어 속에서 빈곤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비록 가정형편 탓에 자퇴를 하긴 했지만, 예일대학에 입학을 할 수 있을 정도였고, 어릴 때에는 출신지인 러시아의 언어는 물론, 이디시, 히브루어를 공부했고, 시나고그에서 탈무드를 배우기도 했던 로스코는 상당히 지적인 화가였다.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뉴욕에 이주한 후, 그는 다양한 배경의 화가 지망생들과 어울리는 한편, 당시 유행하던 실존주의와 융 심리학은 물론 키에르케고르와 니체의 철학에 심취하기도 했다.    

다른 추상표현주의자들처럼 로스코도 시그니처 스타일이 있었는데, 전형적으로 직사각형의 캔버스 위에 두 세개의 사각형이 그려진 단순한 구조다. 그의 작품을 묘사할 때는 'floating rectangles'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경계선이 명확한 사각형이 아닌 가장자리가 번져 있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마치 물 속에서 떠오르는 듯한, 그 위를 부유하는 듯한 사각형이라는 의미이다.   

'멀티폼 (multiform)'이라고 알려진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등장하게 된 것은 그가 다른 추상표현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융 심리학의 영향을 반영하는 단계를 거치고 난 후, 1940년대 말, 1950년대 초였다.  

그의 회화 작법은 로스코가 생전 스튜디오에 사람을 들이기를 극도로 꺼리며 비밀을 유지한 덕분에 아직까지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그의 회화작품을 수복을 위해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짐작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이제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밑칠을 하지 않은 캔버스 천 위에 엷은 물감을 여러차례 바르는 기법을 사용했다. 따라서 흰색 캔버스 천의 흰색이 여러가지 색상의 엷은 물감이 서로 섞이는 와중에 비쳐나오면서 마치 사각형이 떠오르는 듯한 효과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이 작품도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그려진 것인데, '이런 것을 그림이라고...'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물을 평면화 시켜버리는 사진으로가 아니라, 직접 보면 생각보다는 '복잡한'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일단 조그만 썸네일이나 작은 사진으로 보면 그냥 사각형 두세개가 그려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사각형 하나하나가 단색이 아닌 명도와 채도가 색상들이 여러 층에 걸쳐 그려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엷은 물감은 밑칠을 하지 않은 캔버스에 번지면서 스며들어 가장자리에는 번진 자국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floating'이라고 묘사하는 사각형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각형이 캔버스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빛에 따라 일렁거리는 물결 아래 잠겨 있다가 떠오르다가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후기에 이를수록 점점 색상이 짙고 어두워지긴 하지만, 전성기 그의 작품 속의 사각형은 밝고 아름다운 색상으로 그려진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일부 비평가들은 그를 'colorist'라고 부르기도 했다. 정작 본인은 그러한 평가에 대해 펄쩍 뛰면서 '내 작품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작품앞에서 통곡을 하게될 것이라' 천명하였다. 

그의 전기를 쓴 작가 제임스 브레슬린은 서문에서, 어떻게해서 로스코의 전기를 쓰게 되었는가를 밝히고 있다. 자신이 힘든 시기였을 때, 우연히 로스코의 작품을 보고 그 앞에서 펑펑 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후 작가의 위의 언급을 읽고 로스코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전기를 쓰게 되었다고. 

자신의 작품은 결국, 비극과 환희,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운명 (tragedy, ecstasy, doom)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던 로스코도 결국은 피할 수 없는 운명에 굴복한 것일까?  6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부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 (Dmitry Rybolovlev)가 고갱과 로댕의 작품을 포함해, 스위스의 아트딜러 이브 부비에 (Yves Bouvier)로부터 구매한 고가의 미술품 중 하나이다.  [이들과 관련한 논란 및 법정공방에 대해서는 여기를 참고]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0. 24. 00:30 미술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 연재 계속~ 쭈욱~  

http://sleeping-gypsy.tistory.com/51

가요 순위처럼 인플레 고려한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순위를 20위부터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살펴봐오고 있다.  

오늘 다룰 작품은 순위에 든 작품들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바로크 시대 작품이다. 

인플레 고려 8위) Rembrandt van Rijn, "Pendant portraits of Maerten Soolmans and Oopjen Coppit" (1634) oil on canvas ; 208 x 132 cm. 

Louvre and Rijksmuseum (joined-ownership) 

 $180-million (2015 private sale)  $186-millions [약2,106억원 상당]

마르텐 술만스와 우펜 코핏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인물들은 갓 결혼한 커플로, 이 두 작품은 이들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한 쌍으로 제작된 것이다. 물론 각 작품은 따로따로 제작되었지만, 이처럼 한 곳에 나란히 걸릴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던 것이다.  

아마도 렘브란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피카소 다음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는 또한 화가들의 화가라고도 할 수 있다. 화가들 중에서는 화가들 사이에 더 폭넓게 회자되고 존중받는 화가들이 있는데, 그 대표적 예가 벨라스케스, 고야, 카임 수틴, 렘브란트 등이 있다.  

렘브란트는 그의 자화상과 초상화로 유명한데, 자화상에는 자신의 당시 상황과 심리 상태를, 또 초상화의 경우 그림의 모델이 되는 이의 심리 상태를 잘 표현하는 화가이다.      

이러한 전통적 초상화의 경우, 경매에 나오는 경우는 정말 드문데, 이는 유명 화가의 작품들은 이미 대형 미술관들이 소장 중이고, 그러한 작품들은 여하한 이유없이는 경매에 나오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렘브란트의 결혼 기념 초상화는 2015년 비공개 경매에서 루브르 미술관과 암스텔담에 있는 릭스뮤지엄 (Rijksmuseum)이 공동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은 앞으로 이 두 군데에서 번갈아가며 전시되리라 생각된다. 새롭게 복원 과정을 거쳐, 2018년 9월부터는 루브르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이 작품을 구매함에 있어서 두 미술관이 함께 결정을 내린 것일텐데, 이 두 작품이 펜던트 작품이었다는 것이 공동 구매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된다. 이처럼 두 작품이 한쌍을 이루는 작품을 펜던트 작품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함께 걸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판단이 참 성숙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산 맞춰서 작품 하나씩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두작품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판단하에 두 미술관이 협의하에 함께 구매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하는 지난 6월까지의 Rijksmuseum에서의 전시회 광고.  전시회 제목도 광고도 아이디어 굿~  사실 셀카로 가볍게 찍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초상화를 유명화가들에게 제작하게 한다는 자체가 그림의 모델들이 'High Society'에 포함되었다는 의미. 게다가 그들이 그렇게 작정하고 초상화를 제작하는데, 아무 옷이나 걸치고 포즈를 취하겠는가.  

 

2019년 7월부터 Rijksmuseum에서 렘브란트의 대표작인 <야경>(1642)의 수복작업을 대중에게 공개한 상태로 진행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읽었다. 만약 내년 여름 유럽 방문할 생각이라면 이곳의 수복 진행사항을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것이다. 

Preliminary research on Rembrandt van Rijn’s The Night Watch (1642) at the Rijksmuseum. Photo by Daniel Maissan, courtesy the Rijksmuseum.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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