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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14 해와 달이 된 오누이....블랑체트와 황금 망토
2019. 1. 14. 00:30 옛날 이야기

오늘 나는 이 서양의 유명한 '빨간 두건'과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의 관련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왠 뜬금포냐구?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읽보시길~


엊그제 살펴봤듯이, "빨간 두건"에서는 늑대와 소녀의 반복적인 문구로 주고받는 대화: 소녀의 '할머니의 ~는 왜~ ?'와 늑대의 '너를 더 잘~ 하기 위해서지.'라며 문장의 리듬을 완성시킨다면, 우리의 '해와 달' 이야기에서는 비슷하게 '엄마 목소리가 왜 그렇게 쉬었어요?" "엄마 손이 왜 이렇게 거칠어요?' 등의 질문들에 대해서, "하루 종일 논에서 참새 쫓느라 고함을 질러서 그렇단다." "하루종일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단다.' 이런 식으로 반복되면서 리듬이 완성된다. 

또한 고개를 하나 넘을 때마다 짜잔~ 등장한 호랑이가 산너머 부잣집에서 일을 해주고 오는 엄마를 막아서며 말하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의 반복이 추가된다. 


물론 "빨간 두건"과 마찬가지로 잔혹 동화 버전도 존재해서, 소쿠리의 떡을 다 빼앗긴 엄마에게 계속 등장한 호랑이가 이번에는 '팔 하나만 주면 안잡아먹~지,' '다리 하나만 주면 안잡아먹~지'를 외치다 결국 몸통만 남은 엄마가 데굴데굴 굴러 고개를 넘고 있는 것을 마지막에는 그냥 '꿀꺽' 해버린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어쨌든 엄마를 잡아먹고 재주를 폴짝폴짝 넘어 오누이의 엄마로 변장한 호랑이가 엄마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는 오누이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서 아이들을 잡아먹으려 한다. 이 때 오누이는 때로는 순진하게 속고, 때로는 재치를 발휘하여,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하늘에 기도를 드린 뒤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 해와 달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우물 속에 비친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우물 속에 있다고 생각하고 속고, 두번째에는 나무를 오르는 데 참기름을 나무에 바르고 올라왔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하다 쭐딱쭐딱 미끄러진 호랑이가 순진한 누이가 도끼로 찍으며 올라왔다는 비결을 듣고 따라 올라가는 등이 그것이다.) 

호랑이도 뒤늦게 기도를 드렸고, 하늘은 이번에는 썩은 동아줄을 내려줘서 그걸 타고 하늘로 오르던 호랑이는 떨어져 죽었는데, 그곳이 수수밭이라 이후 수수는 호랑이의 피 때문에 붉어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빨간 두건" 이야기의 연결점은 무엇인가?  먼저 두 이야기를 일종의 'Rite of passage' 즉, 통과의례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통과의례는 보통 세단계로 나뉜다.  

1. (기존 존재 내지 사회와의) 분리, separation, 

2. 경계선 상에서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이전과 이후의 사이의 과도기를 의미하는 전이, transition, 

3. (이전보다는 성숙하고 독립된 존재로서의) 전체와의 통합 incorporation 

이러한 세 단계를 거치면서 비로소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독립된 존재로서 독립적인 사회적 조직원이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빨간 두건 소녀도 오누이들도 할머니를 찾아가고, 일 나간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소녀와 아이들에서 늑대나 호랑이와 맞닥뜨리면서 변화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성숙하게 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오늘은 신화나 전래동화, 혹은 민담을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그리스 신화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종류의 신화는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매일 낮이면 떠오르는 태양과 밤이면 자리를 바꾸어 등장하는 달의 기원을 그들이 가진 지혜를 한껏 발휘하여 이해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견 잔혹해보이는 신화의 내용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자연의 현상의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서 우라노스와 크로노스가 각자 자신의 아들에 의해 주요부분을 잘리거나 신체부분을 잘려 땅에 흩뿌려짐으로써 죽음을 당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가 감자를 씨가 있는 부분들을 조각조각 나누어 땅을 뿌리는 행위를 연상해보면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우스가 천하의 바람둥이로 등장하는 이유는 태초의 신으로서 세상의 만물을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다는 것도 이해해볼 수 있다.  

"빨간 두건"에서 늑대에게 잡아 먹힌 할머니와 소녀가 사냥꾼의 도움으로 살아나는 설정은 그리스 신화에서도 등장한다. 티탄족이었던 크로노스는 자신도 아버지를 거세시킴으로써 왕이 된 인물. 그런데,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자신도 자신의 자식에 의해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게 된다. 이를 피하고자 그는 자식이 태어나는 족족 잡아먹어 버린다.  이 장면의 끔찍함을 충격적 화면을 즐겨 제작하던 스페인 화가 고야가 그리기도 했다. 

Francisco Goya, Saturn Devouring His Son (c. 1819-23) oil mural transferred to canvas ; 143 × 81 cm,  Museo del Prado, Madrid

이를 보다 못한 크로노스의 부인이자 대지의 여신이었던 가이아는 제우스가 태어나자 제우스 대신 큰 돌멩이를 주고, 이를 모르고 크로노스는 돌덩이를 꿀꺽 삼켜버린다.  제우스는 무럭무럭 자랐고 결과적으로 신탁대로 아버지를 죽이게 된다.  그리고 이제까지 크로노스가 꿀떡꿀떡 삼켜버렸던 그의 자식들은 그의 뱃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다가 나중에 제우스가 그의 배를 가르자 다 무사히 살아나온다.  "빨간 두건"에서, 늑대의 배 속에 있다가 무사히 살아나오는 할머니와 빨간 두건 소녀처럼 말이다. 

다시 오늘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서양에서는 "빨간 두건", 한국에서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 이야기에서 태양이 나타나게 된 것을 이해하고자 만들어낸 이야기로 해석해보자. "빨간 두건"이 태양이 등장하게 된 이야기라는 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프랑스의 전래동화 중에서 "Blanchette," 영어로 번역하면, "The Little Golden Hood"라는 이야기가 있다.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빨간 두건"과 유사하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소녀의 이름이 "Blanchette" 즉 "blanc"이라는 흰색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그녀의 이름은 달과 연결지어 볼 수 있는데, 그 근거로는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달을 흰색이라고 여겼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의 독특한 점은 그녀가 입고 있는 망토가 마법이 깃들여 있는 특별한 것인데, 그 옷의 색상이 바로 황금색이다. 

이 이야기에서 "황금색"과 연관되어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하는데, 어떤 버전에서 이 소녀는 결국 태양이 된다.  서양에서 태양은 (붉은색으로 여겨지는 동양에서와는 달리) '황금색' 혹은 '노랑색'과 연관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빨간 두건"이라는 이야기는 각각 다른 변형의 버전에서 각각 태양과 달과 연관된다는 점, 심지어 한 버전에서는 달이자 태양이었던 점을 알 수 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소년과 소녀가 등장하고, 이들은 해와 달이 되어 번갈아가며 하늘을 비추게 된다.  서양에서의 "빨간 두건"에서는 소녀가 버전에 따라 소녀가 번갈아가며 해와 달을 다 상징하는 반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어둠을 무서워하던 소녀가 태양이, 소년은 달이 되었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등장한 주인공 어린이(들)을 노리는 악당이 이 각각 늑대와 호랑이로 나타나는 점은 다르지만, 서양 우화에서는 늑대가 대부분 악당으로 등장하지만, 때때로 꾀보 여우에게 당하는 어리숙한 상대로 등장하는 점은 우리나라 동화에서 호랑이가 악당으로 등장하지만, 토끼같은 꾀돌이에게 당한다는 면에서는 일면 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떨어진 곳에서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칼 융의 이론으로 읽어보면 흥미롭기도 하고 이해되기도 하지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이상 나름 비교 분석해본 서양의 "빨간 두건"과 한국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였습니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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