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분노조절 장애 운전자를 위한 문구...허탈요법과 동정요법 ?
2019. 1. 26. 05:18 일상 이야기

평소에는 엄청 점잖은 사람인데, 차만 타면 쉽게 흥분하고 욕설도 마다 않는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들었다.  그건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닌듯, 옛날 디즈니 초창기 시절 운전으로 위법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운행 교육용 화면으로 만들어진 것에도 등장한다. 차를 탈 때엔 평소 우리가 보던 순하고 느릿느릿한 구피였는데, 운전대를 잡는 순간 눈빛이 바뀌며 헐크 같이 변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러면 안된다는 교육용이다. 


왜 운전대만 잡으면 분노조절이 안되는 것일까?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향해 욕설을 내뱉는 것은 어쩌면 놀람을 넘어선 공포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과연 난폭 운행이 분노조절 장애 있는 운전자들을 낳는 것인지, 아니면 원체 분노조절 장애 운전자가 많다보니 난폭 운행이 많아진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밀리는 상황이 많으니 짜증이 나고 여유가 없어져서 그럴 수도 있는데, 가끔 깜빡이 없이 갑자기 훅-하고 눈 앞에 차가 끼어들면 무엇보다 사고의 위험때문에 등골이 서늘하고 그 다음 순간에는 화가 확 치민다.  내 경험상 너무 놀라면 경적을 울릴 틈도 없다. 제발 그러지 좀 말았으면 좋겠다. 운전자들의 시야가 그렇게 넓거나, 모두가 그렇게 순발력이 뛰어나지 않다. 그러다 사고나면 그렇게 끼어든 운전자도 손해지 않은가?  내가 몇 번 그 차 도대체 얼마나 빨리가나 싶어 눈으로 좇으며 가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끼어든 차가 나중에는 내 뒤쪽으로 오는 것도 몇 번이나 봤다. 그래봤자 별 수 없다는 것이다. 

병목 현상있는 구간에서는 차례로 한 대씩 지나가면 될 것을 한번 양보를 시작하면 끝도 없이 같은 쪽 길에서 차들이 밀고 들어와서 난감한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결국 감정 싸움을 야기하고 서로 머리 박고 꼼짝 않는 황소 두마리 처럼 길을 막아서는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아무도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결과이다. 여하튼 운전을 하면서 '왜 저러나' 싶은 적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초보 운전자의 경우 길 위로 나서려면 적잖은 공포를 느낄 것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차가 초보운전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작년에는 차를 몰고 가는데, 옆 라인 차의 뒷쪽에, '먼저 가, 난 이미 틀렸어'라는 문구가 있는 것을 보고 빵 터진 적이 있다. 그걸 주변에 이야기 했더니, 원체 널리 퍼진 문구였는지, '참 싱거운 사람'이라는 평도 들었다.  (내가 싱거운 건 딱히 부정 못하겠지만, 날 그렇게 놀린 사람도 처음 봤을때엔 좀 웃지 않았을까? 속으로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미국 버전을 발견했다. 직접은 아니고, 페북에서...  '열심히 가고 있잖아~'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규~' 이런 뉘앙스일텐데, 이번 경우 스티커가 아닌 차 번호판을 아예 그렇게 만들었다. (미국은 돈을 더 내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저렇게 원하는 문구를 넣을 수 있다. No.1 Daddy, No.1 Mom을 비롯해서, 의사라던가 변호사라던가 직업을 넣는 사람, 좋아하는 스포츠 팀의 이름을 넣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과연 어느 쪽이 분노에 차 뒤따라 오는 운전자들을 효과적으로 달랠 수 있을 것인가?  맥락은 비슷한 것 같은데, 우리나라 쪽이 좀 더 페이소스가 더 묻어난다고나 할까...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