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눈뜨고 코베가는 세상? 손세차 바가지
2019. 2. 20. 20:35 일상 이야기

내가 다니는 이마트의 주차장 5층에 손세차 하는데가 있다는 걸 최근 알게 되었다. 매일 4층에만 주차를 해서. 

차 산지는 조금 되었지만, 손세차는 한번도 따로 안해봤는데, 얼마전부터 트렁크랑 내 자리 밑에 나뭇잎 마른게 들어가서 부스러져 가루가 되어 있는게 신경이 쓰여 손세차를 생각해낸거다.  며칠 전 거기 가서 가격을 물어보려고 기웃거리니 사무실에서 젊은 직원이 하나 나와서, 손세차 처음 하냐고 묻더니 2-3년 동안 한번도 안했으면 광택, 코팅 뭐 이런거 다해야한다며, 기계세차만 했던 나의 관리태만을 질책했다.  그러면서, 내가 갔던 그때 하면 원래 35만원 65만원... 각각 해서 다하면 요금이 100만원도 넘는데, 둘 합해서, 실내 가죽 광택까지 다해서 60만원에 해주겠다 거다. 그러면서 시간은 4시간 이상 걸리니까 그냥 아예 차를 맡기고 가라고 했다.   

내가 세상 물정이 원체 어둡기도 하고, 차에 대해서는 그 무지함이 극을 달하므로, 요금이 생각보다 훨씬 비싸다 하면서도 다들 그렇게 하는데 나만 몰랐나, 싸게 해준다고 할 때 해야하나 망설여졌다.  만약 그때 이후 약속이 없었으면 맡겼을 수 도 있을 뻔 했다.  근데 나는 거기서 물건 하나 사서 그걸 차에 싣고 그 다음 약속 장소로 가려고 했기에, 짐들고 다니기 그렇다 그랬더니, 그 청년 택시비로 10만원 빼주겠다는거다. (그 때 약간 이상하다 느꼈다. 아무리 서비스래도 날 언제 봤다고 무슨 택시비로 10만원이나 빼주겠다는 것인지?)  그래서 내가 다른 가족과 상의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더니, 지금 (그 당시) 예약 캔슬이 되어서 자기네 시간이 나서 그런거니 다음엔 그 가격 보장 못해준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참 어리숙하기 이를데 없지만, 그 때만 해도 난 거기가 바가지라는 생각은 못하고, 그 직원분 전화번호까지 물어서 저장하면서, 담에 전화해서 시간 빌 때 오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결정적으로, 그 직원은 자기 핸펀 번호는 가르쳐주면서도 자기 이름은 안밝히면서, '클*보이 (상호) 부장'이라고만 적어두란다. 거기서 부장은 자기 하나라면서.  나중에 카톡으로 자동 연결된 그의 카톡 프사에는 여자친구랑 뿌잉뿌잉 사진도 찍은 젊은 친구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바가지를 씌우다니... (물론 지금은 기분이 나빠 전화번호를 지워버렸다)

나중에 알아보니, 다들 펄쩍 뛰면서 무슨 세차에 그렇게 돈 쓰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크게 당할뻔 했다고 했다.  

물론 내가 어리바리한 것도 있지만, 거기 위치가 어디 동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이마트 안에 있으니까 거의 동네 장사인데 설마 사기에 가까운 바가지를 씌울리가 있겠냐 하는 심정도 커서 그렇게 의심을 못했다. 게다가 이런게 나이 차별인지 모르지만, 그 권유한 직원이 엄청 어린 친구이다.  나이가 지긋하고 영업에 뼈가 굵은 사람이면 경우에 따라선 좀 어리바리한 나 같은 사람한테 바가지 씌울수도 있으리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장생활 오래 안한것 같은 젊은 청년이 막 열성적으로 권하니까, 그렇게까지 바가지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내 생각에는 원체 유동인구 많은 장소에서 영업을 하면 정직하게 하는게 장기적으로는 낫지 않나 싶기도 했는데, 그렇게 바가지 씌워도 영업이 잘 되나보다. 과연 그 영업점의 사장은 그런 바가지 행태를 알고는 있는지....  신뢰사회는 아직 요원한가 싶어서 뒷맡이 씁쓸했고, 나의 이 끝없는 어리바리함에 스스로에게 약간의 자괴감도 느껴졌다.  다들 이러지 맙시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