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디지털 시대의 예술
2019. 3. 25. 00:30 일상 이야기

어제 뉴스에서 이마트와 디지털 사이니지 라는 기사를 읽었다. 

출처: 파이낸셜 뉴스 http://www.fnnews.com/news/201903240903129669 

'디지털 사이니지'라는 용어 자체는 좀 생소한데, 뉴스 본문을 인용하자면, ''디지털 사이니지'란 TV, LED 등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옥내외 광고로, 중앙관제센터에서 통신망을 통해 광고 내용을 제어할 수 있는 광고판을 말한다."라고 나와있다.  그러니까, 현재 시내 한복판 커다란 건물 위에 있는것 같은 전광판인건가. 확인할 겸, '디지털 사이니지'가 'digital signage'인건가 싶어 찾아보니, 그냥 '전자간판'을 의미한다. 즉, 대형 전자광고판을 외부에 설치해서 거기다 서구 미술사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시간차를 두고 차례로 여러 개 보여주는 것을 연말까지 하겠다는 것 같다.

시각적인 시대에 시각적인 프로젝트라는 면에서는 시의적절하다고 해야할까? 동네 축구가 잘되어야 궁극적으로 월드컵에 참가할 선수가 많아진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과연 이런 프로젝트가 예술의 저변확대에 도움이 될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모나리자는 질리게 봐왔지만, 과연 그 때문에 모나리자를 사랑하게 된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긴하다. 모르는 사람도 없었지만.  저화질의 화보나 패러디로 먼저 접한 모나리자는 자칫 알기도 전에 질리는 작품 중에 하나가 되기 쉽다. 물론 직접 루브르로 가도 유명세에 몸살을 겪는 모나리자는 그닥 적절하지 않은 예인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우리가 예술을 감상하는 태도와 감각을 얼마나 바꾸었는가를 생각하면 굉장히 놀랍다.  게티 센터의 프로젝트로 돈황 벽화가 가상 경험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을 시작으로, 폴 세잔의 카탈로그 레조네가 온라인으로 그것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이 뉴스는 굉장히 혁신 적이었는데, 이제는 왠만한 미술관은 360도 회전해서 볼 수 있는 가상경험이 다 가능하다.  구글 맵이나 네이버 맵에서 길찾기 하는 것 처럼 미술관 안을 휘휘 둘러 보며 다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직접 가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르지만, 직접 돈황 벽화를 일일이 여행가서 탐방하는 수고는 덜 수 있고, 미술관의 가상 경험은 가기전 오리엔테이션으로, 그리고 갔다와서 추억을 되살리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 2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블라맹크 전>>의 경우, 블라맹크의 눈이 내린 풍경화를 디지털화하여 마치 그 풍경 속을 차를 몰고 달리는 듯한 가상현실 공간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미술 교과서에서 익히 본 작품들을 직접 봤을 때, 지면으로 봤을 때에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지만, 직접 봤을 때 놀라운 감동을 느낀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러한 '버추얼 시각 경험'은 전반적으로 좀 조심스럽다.  물론 나부터도 보고 싶은 작품 있는 나라로 다 여행다닐 수 없는 터라, 해상도 높은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진 21세기 현대의 시각적 문화를 만끽하는 사람중 하나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노력은 환영하지만, 자칫 어설픈 경험은 초심자들에게 애초에 좋아할 기회를 앗아갈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우려도 된다. 이왕 시작하는 프로젝트에서 퀄리티 높은 화면이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연 어떻게 진행될 지 앞으로 이마트 앞을 지날때마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