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블로그 시작 1주년~ 그리고 Mulberry Tree in Autumn
2019. 9. 4. 00:08 미술 이야기

블로그 시작한지 만 1년이 되는 날.  2018년 9월 4일부터 시작했네... 

티스토리 '물병과 사자'를 운영할 '잠자는 집시'

 

티스토리 '물병과 사자'를 운영할 '잠자는 집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겠지만, 오늘 티스토리 초대받아서 일단 블로그 개설.... 블로그 제목은 "물병과 사자"로, 그리고 필명은 "잠자는 집시"로.... 아는분은 아시겠지만,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에서 따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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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글은 그냥 시작한다는 내용이었고, 두번째 글이 내 블로그 이름의 유래랄까?  내가 애당초 미술사 공부하게된 연유랄까를 썼었다. 

이 블로그의 제목과 필명의 근간이 된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1897) 이야기 

 

이 블로그의 제목과 필명의 근간이 된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1897) 이야기

이 블로그의 제목과 필명의 근간이 된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1897) 이야기 앙리 루소 (Henri Rouseau: 1844-1910)의 <잠자는 집시 (The Sleeping Gypsy)> (1897) Henri Rousseau, The Sleeping Gypsy (La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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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여름이 무더워도 어느새 가을은 오고, 아무리 겨울의 찬바람이 매서워도 봄날 새싹은 돋고...

첨에는 꽤 신경쓰고 글도 주기적으로 올리고 하다가 중간에 내팽개치다시피 글을 안올리고 했는데도 어쨌든 1주년은 된다.  그만두지 않는한 2주년 3주년 계속 돌아오겠지.  앞으로는 좀 더 시간 정해놓고 주기적으로 글을 올리도록 해야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가을의 뽕나무 (The Mulberry Tree in Autumn)>는 1889년 10월 그려졌다. 이 그림을 완성된 후 채 일년이 되지 않아 그는 세상을 떴고,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은 그가 본 마지막 가을 풍경이 되는 셈이다.   

내친 김에 뽕나무 이야기~  

우리말로 뽕나무의 열매는 오디라고 불리는 건 아는데, 난 우리나라에서 오디를 육안으로 직접 본적은 없다. 옛날 얘기를 듣다보면 가끔 나오는 그 '오디'라는 열매가 무척이나 달콤하다는 이야기만 어른들에게 들었을 뿐이었다.  소시적에 오디를 잔뜩 따먹고 나서 보면 손가락이랑 입주위가 까맣게 물이 들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나중에 뽕나무는 누에들의 최애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비단을 얻기 위해 누에를 키우는 농장에서는 으레 뽕나무도 함께 키운다고 알게 되었다. 이번에 조금 자료를 찾다보니,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서는 고대부터 뽕나무를 신성시 했던 것 같다.  '부상 (扶桑)' 이라는 단어는 '해가 뜨는 동해'라는 의미도 있고, 그 곳에서 자란다고 알려진 뽕나무를 일컫기도 한다. 일례로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가 딛고 서있는 나무가 뽕나무인데, 이생과 천상을 연결해주는 나무라는 인식이 있고, 이야기에 따라서는 뽕나무에서 해가 열린다는 이야기도 있는 듯하다. 모르긴 몰라도, 뽕나무는 달콤한 열매도 제공해주고, 그 잎으로 무럭무럭 자라난 누에들이 아름다운 비단실도 만들어주니 귀중한 나무였음에 분명한다. 

2세기 중반 중국의 무씨사의 무덤에 새겨진 부조의 탁본. 부상 扶桑 나무가 묘사되어 있다.  여기서 부상 扶桑이란 해가뜨는 동해, 혹은 그 곳에서 자란다고 믿는 뽕나무라고 한다. 

한편, 서구에서 뽕나무는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피라무스와 티스베'의 비극적 사랑이야기와 관련이 깊은 나무이다. 피라무스와 티스베의 러브스토리는 이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 되기도 하고 말이다.  뽕나무는 그들의 밀회 장소였고, 그 뽕나무의 열매가 붉은 것은 피라무스와 티스베의 피가 스며들어서라는...  죽기 불과 9개월 전 뽕나무를 그렸던 반 고흐는 이러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을까?  단지 고즈넉하게 서있는 나무가 맘에 들어서 그렸던 것일까?

David Kandel의 일러스트레이션,  Hieronymus Bock의 식물도감 Kreuterbuch (1539)에 실린 것. 이 작품은 식물도감용이라 신화의 스토리보다는 '뽕나무'와 '오디'의 형태에 더 주력해서 묘사한 것이 흥미롭다.  

멀베리는 요새들어서 '슈퍼푸드'로 각광을 받고 있는 '베리' 패밀리의 일원으로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고, 패션계에서는 핸드백 브랜드가 유명하다.  나는 명품백은 잘 모르고, 이 멀베리라는 백이 명품의 반열에 드는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브랜드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의 절반이상이 이 뾰죽 빼꼼 뻗은 귀여운 잎사귀들이 오밀조밀하게 묘사된 로고 때문!  언젠가 위조품을 구분하는 법을 안내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어느 브랜드든 그렇겠지만, 위조품의 로고는 조악하기 짝이 없다.  진품의 로고에서는 나뭇잎의 크기와 놓여진 잎들의 간격과 각도가 적당하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균형감이 조화롭다. 그리고 금속을 찍어 낸 패임의 깊이가 적절하다. 이에 반해 위조품 로고에서의 나뭇잎은 너무 크고, 금속판은 너무 깊이 패여있고, 간격도 엉망이다.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라며 '패완얼'이라 한다고?  그렇다면 명품의 완성은 로고인 것같다. '명완로'?   

핸드백 브랜드 중엔 꽤 알려진 멀베리의 로고는 뽕나무를 형상화 한 것이다. 요리조리 놓인 귀여운 잎사귀의 모습이 절묘하게 조화롭다. 명품백은 잘 모르고, 이게 명품의 반열에 드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브랜드. 그 이유의 절반이상이 이 뾰죽 빼꼼 뻗은 귀여운 로고때문...  

 

진품과 가품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이트에서 진짜와 가짜 로고를 비교해주고 있다. 누가봐도 진품의 로고가 훨씬 귀엽고 예쁘고, 가품의 그것은 왠지 지저분한 느낌이다. 역시 명품의 완성은 로고인가봉가.

참고로 뽕나무와 오디의 사진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