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텍사스 오스틴에 삼성 고속도로가 생긴다
반가운 기사가 있어서 가져와봤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삼성'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고속도로가 생긴다는 뉴스다. 삼성 고속도로!
(미국 사람들은 어차피 샘성이라고 하겠지만...) 여하튼 삼성 때문에 한국인들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는 시절임에도 삼성이 일본 회사인 줄 알던 사람이 여전히 많던 시절에 오스틴에서 살았던 나로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뉴스다.
라테 회로를 돌려보면, 내가 어릴 때 해외여행을 하면서 레스토랑이라 가게에 들어가면 그 곳 점원이 친절함을 표현하기 위해 내게 건네는 인사는 주로 '곤니치와' 아니면 '사요나라'였다. 만면에 미소를 띤 점원을 무안하게 하기도 뭣하고, 긴 말 하기 귀찮아서 나도 미소를 머금고 '사요나라' 해주고 나오곤 했다.
시간이 좀 지나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조금 알려졌을 때엔 내가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으레 'I LOVE bulgogi!' 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아니면 자신이 가는 네일샵의 점원이 한국인인데 굉장히 솜씨가 좋다는 말을 해주곤 해서 어색한 웃음을 이끌어내곤 했었고 말이다.
세월이 좀 더 지나서 가난한 유학생인 내가 휴대폰을 바꾸러 들어가서 '플랜과 함께 공짜로 주는 폰을 사용하려고 한다.'라고 밝히면 점원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말없이 가게 깊숙한 진열대 쪽으로 날 이끌곤 했다. 그 때 신제품이 삼성폰이었고, 그 신제품은 으레 가게 입구 쪽에 전시되어 있었다. 삼성폰이 이렇게 중앙 무대를 차지하게 되었구나 신기해서 좀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앞장서 가던 점원이 날 돌아다보고는, 'That's not for you.' '응~니가 찾는건 그 폰 아니야~'이라면서 손짓으로 날 부르기도 했다. 오스틴에는 삼성 본사가 들어가 있어서 전반적으로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도 좋은 편이 되고 말이다. 그 당시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인공들도 삼성폰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한국에 대해서 아는 건 기본이고 자신이 좀 식견이 있다고 과시하고 싶은 미국인들은 내가 한국서 왔다고 하면 'North or South?'라고 묻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해서다.
한류붐이 불어서 머플러 두른 용준 오빠가 일본에서 히트를 치기도 하고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한국 드라마 뿐 아니라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누리게 된 건 그 이후다. 하루는 도서관에 앉아있는데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노래가 들려서 쳐다보니까 아시아인 학생의 전화벨이었다. 어디선가 들은 음악인데 뭐냐고 물어보니 한국 드라마의 OST 음악을 자신의 전화기 링톤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 우리나라 뉴스에서만 과장 광고 하는건 아니구나 실감했었다.
이젠 K-한류니 K-Pop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져서 오히려 K라는 접두어가 붙은 단어가 식상해질 정도지만, 예전에 살던 오스틴에 샘성 고속도로가 생긴다는 뉴스는 확실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경제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고 반도체 쪽은 더 모르긴 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를 위시한 경제 상황이 녹녹치는 않아 보인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도 대만과 중국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뉴스는 듣고 있다. 앞으로도 어려움이 많겠지만 예전 그 불모의 경지에서 오늘날까지 이끌어낸 우리나라니까 앞으로도 잘 헤쳐나가리라 믿어본다.
오랜 시절 되돌아보면 그야말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온 시간이기 때문이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3/01/15/VVRRGC7FJBEF7JDVQQW76XZZX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