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노먼 락웰' 태그의 글 목록
2019. 4. 17. 00:10 미술 이야기

Norman Rockwell (1894-1978), Going and Coming, 1947. Oil on canvas, 16" x 31 1/2". Cover illustration for The Saturday Evening Post, August 30, 1947  휴가 가기전 기대와 희망에 부푼 이들의 모습과 휴가지에서 하얗게 불태우고 난 뒤 집으로 향하는 기진맥진한 모습의 상태를 대비해서 보여주는 작품. 노먼 락웰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예리함과 인간 심리 포착의 뛰어남을 보여주는 예 

미술 비평가들은 '일개 일러스트레이터'인 노먼 락웰의 작품을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았지만, 오늘날 다시 봐도 그만큼 인간의 심리를 잘 포착한 작가도 사실은 드물어 보인다.  그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의 표지를 담당했던 시기 무려 47년. 1916년부터 1963년까지로 미국이 공황과 전쟁, 그리고 케네디가 암살을 당했던 시기를 다 아우른다. 개인적으로도 행복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락웰 스스로가 개인적으로는 우울한 기질의 소유자라고 했다고 하니 그가 표지로 그렸던 작품들이 '냉혹한 현실의 표현'이라거나 '작가의 자아나 실존의 표출'이 아니었음은 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예술 작품이 다 그렇게 실존의 표명이라야만 한다는 규율은 또 어디에 있는가?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미국 소도시에서 소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미소를 머금었고 행복해 했고, 그래서 그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돌려 당의정을 입혀 표현한 작가라는 비판을 의식해, 자신은 주변 세상이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랬으면...하는 소망'을 담아 그린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후 'Look'이라는 사회성 짙은 잡지로 옮겨가서는 보다 사회비판적 작품을 그린 것을 보면 그러한 낙천적이고 소시민적 행복감 넘치는 그의 작품의 주제는 그가 표지를 담당했던 'Saturday Evening Post'의 잡지 성격에도 영향을 받았음에 분명하다.  때로는 '대한 뉘우스'급의 바른생활 어린이스러움이 좀 오글거리긴 하지만, 그의 유머와 위트, 세상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은 높이 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음번 리바이벌 때에는 존 커린 (John Currin: 1962-)에 대해서 좀 써보기로 하련다. 

https://sleeping-gypsy.tistory.com/21

이하는 작년 추석을 맞이하여 올렸던 글.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4. 7. 11:26 미술 이야기

Norman Rockwell (1894-1978), “The Gossips,” 1948. Painting for “The Saturday Evening Post” cover, March 6, 1948.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SEPS: Curtis Publishing, Indianapolis, IN 락웰의 작품중 가장 널리 사랑받은 작품 중 하나. 사람의 본성을 유쾌한 유머로 포착한 노먼 락웰의 작품 <가십>은 뒷담화의 끝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옴을 잘 보여주고 있다. 

늘 유쾌하고 유머스럽고 따뜻한 눈으로 미국 중산층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어서 인기가 높았던 노먼 락웰 (Norman Rockwell: 1894-1978)의 좀 더 날카롭게 사회비판적 작품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았다. 

https://sleeping-gypsy.tistory.com/13

 

우리 모두가 안고 살아가는 문제 (The Problem We All Live With)

Norman Rockwell (1894-1978). The Problem We All Live With, 1964. Story illustration for Look, (January 14, 1964). oil on canvas. 36 x 58 in. (91.4 x 147.3 cm). From the permanent collection of the..

sleeping-gypsy.tistory.com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9. 20. 08:00 미술 이야기

Norman Rockwell, Freedom from Want (1943) oil on canvas ; 116.2 x 90 cm, Norman Rockwell Museum, Stockbridge, Massachusetts


추수감사절을 맞이하여, 온 가족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네의 한 식탁에 모여들었다. 반가운 얼굴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는 가운데, 할머니께서 온 가족이 실컷 먹고도 남을만큼 커다란 칠면조 통구이를 내오셨다.  할머니께서 식탁에 큰 쟁반을 내려놓으시면 할아버지는 그 칠면조를 가족들에게 나눠주실 심산으로 그 옆에 서서 기다리고 계신다.  모두의 접시 위에 칠면조 구이 조각이 놓여지면, 할아버지의 주도로 기도가 이어질 것이다. 아름답고 행복한 가족을 주신 것과 생활에 부족함이 없게 살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한다는...... 


노먼 락웰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추수감사절'이라는 말을 들으면많은 미국인들의 뇌리에 이 그림이 떠오를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시트콤 '모던 패밀리'에서의 락웰 <추수감사절> 패러디  -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 - 다문화 가정, 동성애 커플, 청소년 문제 - 등을 다 가지고 있는 미국의 중상류층의 가정을 배경으로 한 코믹시트콤. 그런 가족이 보수적이며 온건한 미국의 중산층 가정을 대변하는 락웰의 <추수감사절>을 재현한다는 것에서 코믹한 요소가 배가되는 효과가 있다. 


대중적인 인기가 워낙 높은 락웰이었지만, 이 작품의 인기는 특히 높아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후 수많은 패러디가 제작되었다. 락웰의 작품은 거의 다 '그림으로 그린듯한' 이상적인 미국인들의 생활상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화목한 가정을 묘사할 때 '노먼 락웰-같은 가족 (Norman Rockwellish Family)'라고 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락웰이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 현실의 어려운 면은 외면한 채, 설탕물을 바른 쓴 알약, 당의정같은 작품을 그렸노라 하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시절, 혹은 한번도 누리지 못했으나 가졌으면 했던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며 흐믓한 미소를 띄게 되는 그의 작품은 줄곧 인기가 높았다.      


이 작품은 '4가지의 자유' 중 하나 Freedom of Want (기본 의식주가 부족하지 않을 권리)의 주제로 그려진 작품이다.  [그 밖의 세가지로는 Freedom of Speech (언론과 표현의 자유), Freedom of Worship (신앙의 자유), Freedom from Fear (공포로부터의 자유)이 있다]  그리고, 시리즈로 제작되었던 작품은 아래와 같다.


Norman Rockwell, Freedom of Speech (1941-45) oil on canvas ; 116.2 x 90 cm, National Archives at College Park 


Norman Rockwell, Freedom of Worship (1941-45) oil on canvas ; 116.2 x 90 cm, National Archives at College Park 


Norman Rockwell, Freedom from Fear (1941-45) oil on canvas ; 116.2 x 90 cm, National Archives at College Park 


1941년 12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연합군으로 참전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 해 1월, 루즈벨트가 '4가지 자유'라는 제목의 국회 연설을 하게 된다.  '세계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미국이 참전할 수 밖에 없다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락웰의 작품은 이러한 이데올로기, 즉, 당시 파시즘과 대조하여 민주주의가 더 우위에 있다는 것 강조하는 이념이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순회 전시되면서 전쟁 채권의 판매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John Currin, Thanksgiving (2003), oil on canvas ; 173 x 131 cm, Tate



위의 작품은 존 커린 (John Currin)의 <추수감사절>이라는 작품이다.  코린트 양식의 기둥이 있는 화려한 저택, 세 명의 여인이 추수감사절을 맞이하고 있는 모양이다. 일견 부유해보이는 이 저택의 식탁에는 그러나, 요리되어 있는 음식이 없다 - 생 칠면조, 껍질도 까지 않은 양파 한 알, 시들어가는 꽃이 꽂힌 꽃병, 빈 접시, 이러저리 널려있는 포도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인들 중 어느 누구도 제대로 먹고 있는 인물이 없다. 한 명이 스푼에 뭔가를 담아 다른 한 명에게 권하고 있으나, 상대방은 받아먹으려는 것인지 그 스푼을 피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게 입은 벌리고 있으면서도, 목을 쭉 빼고 윗 쪽으로 고개를 향하고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추수감사절>이지만, 과도한 다이어트, 혹은 거식증을 이야기 하고 있다. 먹을게 없어서가 아닌 자발적인 기아. 존 커린이 자주 언급하는 '미의 기준'에 대한 언급이자, 현대인들이 과도하게 집착하는 '깡마른 미'에 대한 비판이다. 

이번 추석 우리 가족의 식탁은 어떤 모습일까?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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