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작은 아이에게서 배우는 지혜 (feat. 인스타그램 릴스)
2023. 2. 15. 10:40 미술 이야기

 

요새 인스타그램 릴스를 자주 본다. 아마도 필요한 것 이상으로...

 

처음엔 귀여운 아이들이나 어린 강아지들의 재롱을 한 두개 보면서 미소 짓고는 말고 했는데 요새는 생각없이 계속 손가락 움직여서 다음화면으로 옮기다보면 수십분이 그냥 지나가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흐른다는것을 깨닫고 나서는 의식적으로 그런 시간을 줄이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그런 시간을 아예 없애진 못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보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행을 가고 싶은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해보고 싶은 경험도 자꾸 쌓여만간다. 물론 가끔은 모지리들도 참 많구나 싶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받기도 한다.

 

아래 인스타그램 릴스는 불과 4살 밖에 안된 여자 아이가 너무도 능숙하게 스노우보드를 탄다는 사실도 경이롭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흥얼거림이다. 귀여운 목소리로 노래처럼 하는 말이지만 인생 교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묵직한 깊이가 있다.



 

Let's go down this big old hill~

 

이 어린 소녀가 '넘어져도 괜찮아, 우린 모두 그러니까.'라고 말하는 것도 놀랍다.

우린 모두 넘어지지 않고 '성공'하는 굴곡 없는 삶을 원하고 어릴 때부터 그러한 성공의 길만을 택하도록 강요 (?)받기 마련인데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아이가 흥얼거리는 말이 그냥 어느 책 구절을 외운 것이 아니라 실제 삶의 모습이란 건 이 꼬마가 실제로 눈길을 내려가다 넘어져서는 일어서려고 끙끙 거리면서도 연신 웃으면서 공룡 코스튬을 입은 자신에게 별명을 붙이며 그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Let's go down this big old hill~
I won't fall~ 
Maybe I will~ 
That's OK~ 
Cause we all fall~ 
Have fun dad~

이 커다랗고 오래된 언덕을 내려가자~ 
난 넘어지지 않을거야
어쩌면 넘어질지도 몰라 
하지만 괜찮아 
우리모두 다 때론 넘어지니까 
아빠 재미있게 타~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그 아이는 'Powder-saurus' 즉, '눈가루 사우르스'가 되기도 하고, 스노우보드가 눈밭에 박혀 꼼짝을 안하자 'Stuck-asaurus' 다시 말해, '쳐박힌 사우르스'가 되기도 하는거다. 넘어지고 나서 공룡 코스튬의 어린 소녀는 꽤 오랜동안 고군분투를 하지만 짜증을 내거나 울지 않고 하하호호하면서 혼자의 힘으로 일어나려고 애를 쓴다.

릴스 영상이라 그 뒤의 상황은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 이 아이는 그 뒤에 우뚝 일어나서는 다시 '그 눈덮힌 크고 오래된 언덕을 내려가면서 노래 부르고 다시 넘어지고 일어나곤 할 것이다.'

운동 신경 젬병인 나로서는 그 어린 아이가 나로서는 평지에서도 타기 힘든 스노우보드를 그렇게 능숙하게 타는 것도 놀라웠지만 나이든 나보다 인생의 진리를 터득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것에 더욱더 감동을 받았다.

놀라운 알고리즘의 힘으로 좋아요 하트 하나만 눌러도 이후 뜨는 영상은 죄다 그런 영상이라 최대한 좋아요를 자제하지만 이 영상은 빨간 하트를 안누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들의 인스타 계정을 팔로우까지 했다. 환생을 해도 이렇게 스포츠로 가득찬 인생을 살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러한 스포츠정신 충만한 인생관은 이번 생에 장착하고 싶다. 

https://www.instagram.com/reel/CmBrDM6DM4d/?igshid=YmMyMTA2M2Y=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