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물병과 사자
2020. 1. 17. 15:09 일상 이야기

한 달 넘게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사실 블로그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는 자각은 때때로 있었지만 어찌할 바 없을 정도로 바빴다.  그나마 짬짬이 베란다 화단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놓긴 했지만, 이제서야 올려본다.

2019년 11월28일 촬영. '얘들아~11월 말 한겨울이야~'라는 걱정스런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흐드러지게 핀 방울토마토 꽃들. 결국 얘들은 결실에 이르지는 못하고, 찬란하게 꽃을 한바탕 피우고 장렬히 전사. 

 

2019년 11월 28일 촬영.  파프리카 삼형제~  얘들은 이후 더이상 크지 않음을 간파한 주인에 의해 수확, 야채 볶음이라는 이름으로 식탁을 찬란히 빛내주었다. 
2019년 11월 28일 촬영. 삐딱한 파프리카
2019년 12월 30일 촬영. 2019년 마지막 수확분인 방울 토마토.  이후 자잘하게 열린 파란 방울토마토는 결국 잎들이 시들어서 다 잘라버렸다. 
2019년 12월 30일 촬영.  마찬가지로 2019년 마지막으로 수확한 방울 토마토~
2019년도 12월말 마지막 수확물들~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2. 7. 12:30 미술 이야기

수업준비에 바빠 공지를 조금 늦게 올리게 되었네요!  그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으니 내용은 보장!  ㅎㅎ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의 겨울 학기 정규 강의 안내입니다.   

강사명: 민윤정

강의제목: 미술사를 알면 보이는 미술 I: 비잔틴에서 인상주의까지 

일시: 2019년 12월10일 ~ 2월11일. 화요일 15:00~16:20  

장소: 현대백화점 신촌점 문화센터 11층 5번 강의실 

수강료: 150,000원 

그 밖의 문의는 문화센터 내 안내데스크에서 직접 문의하시거나 전화문의 (02-326-4560) 해주시구요. 

온라인 등록은 이곳을 클릭!하시면 등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현대백화점 회원가입을 먼저 하신 후에 수업 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2. 1. 18:09 미술 이야기

이번에는 정규 강좌 개강 안내입니다.  무역센터점 강의는 제가 진행하는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의 중 유일하게 저녁시간에 진행되는 강좌입니다.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이나 낮에는 다른 스케줄이 있는 분들께 적합한 강의입니다.  워라벨을 지향하는 분들을 위한 수업이죠. 하하. 

이번 학기는 대략적으로 연대순으로 진행하는 3부 시리즈 중에서 다시 첫번째 시간입니다. 기존에는 르네상스부터 시작했으나, 이번학기는 스펙트럼을 조금 확대해서 비잔틴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한편으로는 고전 미술을 공부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고전 미술이 현대미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진행하고자 합니다. 

저번 학기는 3부에 해당하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였는데요. 강의를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혹은 현대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잦은 미술관 나들이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현대 작품 속에는 차용 혹은 패러디의 형태로 수많은 고전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규 강좌에서는 현대미술에서 자주 보는 그 고전 미술들을 원래의 문맥 속에서 살펴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아는만큼 보이는 미술 고전을 알면 현대도 더 잘 보입니다.  미술사 자체에 관심있는 분들도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을 더 잘 알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무역센터점 정규 개강 

주제: 미술사를 알면 보이는 미술Ⅰ:비잔틴에서 낭만주의까지

일시: 2019년 12월 5일 ~ 2020년 1월 23일 (목) 19:10-20:20

수강료: 120,000원 

장소: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센터 11층 3번 강의실 

혹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문화센터 내 안내데스크에서 직접 문의하시거나 전화문의 (02-539-4560) 해주시구요.  

온라인 등록은 여기를 클릭! 하세요~ [현대백화점 회원  가입을 하시고 나서 수강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1. 28. 21:24 미술 이야기

처음 아래의 이미지를 봤을 때, 나는 '아폴로와 다프네' 신화의 현대적 해석인줄 알았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중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에 하나인 '아폴로와 다프네' 이야기.

아름다운 다프네가 끈질기게 쫓아오는 아폴로를 피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최고 계급의 아폴로보다는 한참 그보다 등급 낮은 강의 신이었던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해야 금쪽같은 딸의 육신을 월계수 나무로 바꾸는 일.  확대 세부 버전의 다프네의 손은 그녀의 따뜻한 피가 흐르던 몸이 월계수 나무로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한 것이다.  난 예전에 영화 '화양연화'에서 장만옥의 손만 확대해서 비추는 장면을 보고, 인간의 손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깨달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 본 아래의 '손'의 그림도 많은 감정을 전달해준다.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싸우다가 최후의 수단을 택하는 소녀의 애잔한 손짓.   자신의 육신과 작별하면서 느낄 수 있는 절망과 체념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하다.  

따뜻한 피가 흐르던 다프네의 손이 월계수로 변화하는 순간.  손만 보였을 뿐인데, 그녀의 절망 체념 애잔함이 전해지는 듯하다.   René-Antoine Houasse,  Apollo et Daphne (1677) 세부 oil on canvas ; 158 x 121 cm, Palace of Versailles

앞서 언급했듯이, 난 이 세부만 확대한 부분에 묘사된 손만을 봤을 때에는 이 작품이 고대 신화 에피소드에 대해 요새 작가가 시도한 현대적 해석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좀더 찾아보니, 이 손의 부분은 커다란 작품의 일부를 잘라 확대한 것이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원작이 현대 작품이 아니었다것도. 무려 이 손이 포함된 전체 작품은 두둥~

베르사이유 궁에 어울리는 광택나는 화려한 버전의 아폴로와 다프네~  René-Antoine Houasse,  Apollo et Daphne (1677)  oil on canvas ; 158 x 121 cm,  Palace of Versailles

현재 소장처는 베르사이유 궁이던데, 왠지 베르사이유 궁에 소장될 법만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바로크 내지 로코코스럽다.  그곳에 사시는 왕족이나 귀족들이 선호할 만한 분위기랄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취향에는 다소 과해서 오히려 촌스럽다고도 느껴질 수 있는...    

난 이렇게 세부를 관찰하는 것과 전체를 감상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토록 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미술관에 접근 금지 줄에 다리가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커다란 경보음이 울리지 않을 정도로  몸을 가능한한 바짝 작품에 가까이하고 목을 쭉빼고 그림을 살펴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번 경우는 아무래도 내가 원작을 알지 못했고, 부분을 잘라내서 확대한 부분을 먼저 봐서 그런 것 같지만, 여하튼 상당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앞으로는 종종 이런 식으로 작품을 살펴보기도 해봐야겠다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야기를 묘사한 예술 작품 중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리라.  베르니니의 대리석 조각 작품. 살펴보면 살펴볼 수록 이것이 딱딱하고 차가운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몸의 표현과 섬세한 감정의 표현, 세부의 묘사가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다.  Gian Lorenzo Bernini, Apollo and Daphne (1625) Marble, 93” at Galleria Borghese

아마 '아폴로와 다프네'의 이야기를 묘사한 예술 작품 중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베르니니의 '아폴로와 다프네'일 것이다.  천하의 금수저 엄친아 아폴로의 모습과 그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웠다는 다프네의 모습도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더욱이 재료가 대리석임에도 불구하고 아폴로의 손이 닿은 다프네의 살결의 부드러움, 다프네의 표정에 나타난 놀라움과 필사적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 그리고 그들을 감싸는 월계수 잎들과 아폴로의 손이 닿은 곳부터 월계수 나무의 둥치로 변해가는 모습이 애니메이션처럼 생생하고 섬세하다.  이 작품을 보면 회화 작품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감동을 조각 작품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벌였다는 조각과 회화의 우위 논쟁 때, 이 작품이 만들어졌었더라면 미켈란젤로가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을텐데....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1. 27. 12:05 미술 이야기

이전 글에서도 밝힌 적이 있지만,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특강은 보통 정규 강좌가 개강하기 직전에 매번 특별한 주제를 선택해서 진행해왔어요.  매번 특강도 규칙적으로 진행하게 되다보니, 정규 강좌처럼 특강도 하나의 주제로 일관성있게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저번 특강 때에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잡아서 그 중에서도 바람둥이 제우스의 화려한 사생활과 미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그 시리즈의 두번째 시간! 또 그리스 신화 속 다른 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화의 내용이 화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어떻게 아름다운 회화 작품으로 재탄생되어 왔는지 알아보려고요. 신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에 친숙하면 할 수록 서양미술 감상도 더욱더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글자가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는 신화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각 인물이 누구인지를 표시하는 '지물 (attributes)'와 각 에피소드를 표시하는 '도상'이라는 것이 자리잡게 되거든요.  그것을 잘 모르면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사물, 등장인물들의 동작 등이 다 '암호'처럼 고유한 시각언어로 자리 잡고 있답니다. 이번 기회에 풍요로운 신화의 세계를 함께 살펴보도록 해봐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의 겨울 학기 직전에 개최하는 특강 안내를 드립니다.   

강사명: 민윤정

강의제목: 신화 속 사랑과 미술2-사랑 이야기

일시: 2019년 12월3일. 화요일 15:00~16:20  

장소: 현대백화점 신촌점 문화센터 11층 5번 강의실 

수강료: 10,000원 

그 밖의 문의는 문화센터 내 안내데스크에서 직접 문의하시거나 전화문의 (02-326-4560) 해주시구요. 

온라인 등록은 이곳을 클릭!하시면 등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현대백화점 회원가입을 먼저 하신 후에 수업 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이하는 수강 신청 화면에 있는 안내글 복.붙 해봅니다~  

고전을 알면 현대도 더 잘 보입니다. 각 시대의 사회상과 함께 그 시대의 미술을 소개하면서, 전통에의 차용과 패러디가 대세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예를 들어드립니다.  고전미술을 감상하는 분들에게도, 현대미술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도 모두 유익한 수업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1. 25. 17:30 일상 이야기

 

 

어두운 내용의 글이라 즐거운 사진 하나 첨부. 내 차를 고치는 분들이 이런 포즈로 일을 하셨다 상상하며 유머감각을 회복했다. 

 

 위 사진의 유러스러운 패러디를 이해못하실 분은 없겠지만 그래도 원전을 첨부~

며칠 전 지상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접촉사고를 냈다.  아주 오래 전, 운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유턴을 하다가 또 다른 초보운전자가 몰던 옆차와 나란히 돌다가 가벼운 접촉사고를 낸 후에 처음이다. 그때가 처음 사고이긴 했지만 그때엔 둘다 그냥 없던 일로 하자고 처리했었기에, 엄밀히 말하면 보험사 관여한 최초의 사고다.  난생 처음 낸 사고이긴 했지만, 그렇게 놀라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엔 접촉사고 났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자각이 없을 정도로 '살살' 부딪쳤기 때문이다. 상대방 운전자는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동반한 여성이었는데, 내리자마자, 그렇게 '돌진을 해오면 어쩌냐!'고 화를 냈지만, 나는 '돌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대꾸를 미처 못했다. 사실 '부딪쳤다'기보다는 서로 '살짝 긁혔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오죽하면, 내 블랙박스는 확인을 해보니, 시동 건지 어느정도 지나야 작동을 시작하는 블랙박스인지라, 사고 당시 시간의 첫 화면이 내가 사고가 난 후 내려서 차가 긁힌곳을 살펴보는 장면일 정도였다. 시동 건지 불과 몇 초후의 사고인데, 내 차가 어딜 향해 '돌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난 애초에 사고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내 차의 오른쪽에 정차되어 있던 소형 트럭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서 상대방 차가 내 쪽으로 오는 것을 못봤고, 내가 주차한 선이 요금을 내는 부스가 있는 라인이라 그 부스를 향해 나아가던 상대방 차는 내 차를 보지 못해 서로 범퍼가 긁힌 것이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럴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들었기에 일단 보험사 직원에게 출동을 요청했고, 서로 자신의 보험사 직원을 불러 상황을 설명했다. 아마 내 차가 정지된 상태였다가 출발한 상황이고 상대방 차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던 상태였으니까 내 책임이 더 클 것이라는 보험사 직원 설명을 듣고 '그렇구나~'하고 귀가를 했고, 내 차는 담 날로 보험사서 말해준 공업사에 차를 맡겨 고쳤다.   

내 차가 긁힌 모습. 프라이버시상 상대차 사진은 안올리겠지만, 검은 차에 내 차의 흰페인트가 나보다 조금 더 묻은 정도였다. 

문제는 보험사 사고 조정을 한다는 직원이 전화가 왔을 때였다. 상대방 운전자, 즉 애랑 동승해서 운전을 했던 그 여자 운전자가 사고 때문에 병원을 가겠다고 했다면서, 병원은 그냥 가지 않도록 하고, 렌트 하지 않는 조건을 붙여서 그 대신 차 수리비는 내가 전부 부담하는건 어떠냐고 교섭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계속 '200만원 이하니까', '200만원 이하니까'... 그러는데, 나중에 보니 그 금액이 이후 보험 가입할 때 할증이 붙는 최저 금액이라 했다. 

물론 나는 한국에 온지 몇 년되지 않기도 했고, 미국에서도 사고는 없었으므로 이런 접촉사고 자체에 대한 경험치가 워낙 적기도 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시속 10Km될까 말까한 접촉사고로 병원을 가야한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처음엔 이건 사기 아니냐고, 보험사 직원에게 말하며 펄쩍 뛰었는데, 이후 주변에 물어보니, 다들 워~워~ Calm down~ calm down~ 이러는 분위기.  '그런 사람 많다'는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무슨 양아치도 아니고, 아직 어린 아이를 데리고 백화점 쇼핑을 온 학부형 엄마가 그런 발상을 하는 것에 나는 놀라왔지만 말이다.  듣자하니 그래봤자 큰 이익이 나는 것도 아니다. 또 만약 법(?) 혹은 상식 (?) 대로 책임을 나눠서 처리한다고 해도, 보험 가입할 때 할증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사고로 뭔가 큰 불이익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혹자는 어쩌면 그 쪽 보험사에서 유도를 했을 수도 있다고, 혹자는 저번에 나 같은 입장이었었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나라면 물론 아주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 정도의 금액으로 내 양심과 품위를 맞바꾸며 일처리를 하고 싶었을까?' 곰곰 생각해보았다.   

한번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 비슷한 경험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경험담들이 쏟아졌다. 혹자는 그걸로 병원 실제로 다닌다고 난리를 치는 상대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영화에서 가끔 가벼운 접촉 사고에 뒷 목덜미 잡고 차내리는 조폭 양반들이 있더니만, 그게 코메디 영화가 아닌 현실이었고, 더욱이 현실 속에서는 그 상대가 깍두기 형님들이 아닌, 나같은 보통 사람이었다.  나도 뭐 평소엔 불의를 보고도 잘 참는 사람이고, 다들 그렇게들 한다고 하니, 그리고 무엇보다 골치아픈거 싫으니, 그 200만원 한도 내에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렇게 하라고 해버렸지만, 며칠내내 뒷맛이 씁쓸하다. 정말 형편이 딱한 사람이었다면 몰라도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는데, 일처리를 꼭 그렇게 했어야했나?  남들이 그러면 나도 그래도 된다는 발상이 우리 사회에 수많은 문제를 만들어오지 않았던가.  

내차 빼고 다 모지리~ 라고 생각하고 다녀야겠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1. 21. 00:06 일상 이야기

우리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요만큼만' 이라고 바랄 정도로 더할나위 없이 좋은 한가위 명절 추석이 있다면, 미국에는 추수감사절이 있다.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미국은 매년 11월 4번째 목요일로 정하고 있기에, 매년 날짜는 달라진다. 우리 추석도 음력으로 쇠다보니 날짜가 바뀌니까 이점도 비슷하다면 비슷하달까?  

미국에 있을 때, 추석마다 가족과 친구들이 행여 타지에서 쓸쓸히 지낼까 연락을 해주곤 했는데, 그땐 오히려 미국에선 아무도 추석을 쇠지 않으므로 별반 느낌이 없었다. 물론 연락을 주는 가족과 친구와 수다 한마당은 벌이고는 했고, 엄청 반갑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 사람 모두가 쇠는 추수감사절엔 한국에서 연락 하나 없었고, 그럴때면 내가 타향에서 혼자 살고 있구나 실감하곤 했다.  물론 돌이켜보면, 추수감사절은 매번 학기 끝무렵이라 딱히 휴일이라고 여유를 만끽하기보다는 연휴찬스로 밀린 자료 조사며 페이퍼 쓰느라 정신없어서 외로워서 괴롭거나 할 틈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추수감사절 당일은 매번 추수감사절  만찬에 초대를 받곤 했는데, 이를 거절하기엔 예의가 아닌거 같아 초대에 응하고는 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땐 '아~ 이 바쁜 와중에~'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막상 아무에게도 초대받지 않고 나혼자서 숙제나 하고 앉아서 며칠내내 보냈다면 잠들다 베겟잎을 적시거나 벽을 박박 긁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 미국 생활을 했던 곳은 텍사스 오스틴이었다. 그 곳은 그 지역의 말투자체가 강하고 특색이 있어 미국인데도 영어를 쓰지 않는거 같은 느낌조차 들 정도였고 지역색이 강한 곳이었다. 일단 주 자체가 엄청 크고 (전속력으로 달려도 주를 가로지르는데 10시간 이상은 걸린다), 그래서인지 모든게 규모가 컸다. 'Everything is Big in Texas.'가 공공연한 모토였을 정도.  내 선입견인지 몰라도 사람들도 토박이들은 평균적으로 좀 더 덩치가 큰 듯했고, 식당같은데서의 음식량도 어마어마했다.  그곳에서만 발상 가능한 추수감사절 요리 중 하나가 바로 "Turducken" 터~ㄹ더큰 이라고 읽는 이 요리란 과연 무엇일까?

어마무시한 크기의 터~ㄹ더큰 

그것은 바로 칠면조 (turkey) 안에 오리 (duck) 안에 닭 (chicken)을 한마리 씩 통째로 넣어 구운 요리.  이름하야 tur-duc-ken이다.  

처음에 슈퍼에서 아예 이렇게 조치를 마친 생 고기를 파는데 표지판에 turducken이라 적혀서 의아해하다 실체를 알고 엄청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서 친구들끼리 텍사스에서 생각해낼 만한 요리라고 웃었는데, 과연 이것을 처음 만들어 먹기로 한 곳이 텍사스인지는 확실하지는 않다.  혹자는 이게 cajun (루이지애나 지방에 정착한 프랑스인들) 요리라고도 하고, 혹은 야외에서 요리를 할 일이 많던 사냥꾼들이 개발한 음식이라고도 하는데, 정설은 없는 것 같다.  칠면조 중자 하나만 해도 대가족들이 몇끼를 먹기에 충분한 양인데, 꼭 '그렇게까지 해 먹어야 속이 시원했냐~!!'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지만 뭐,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고 식욕도 식성도 다르니까.... 

 어쨌든 오늘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세상에 이런일이~'차원에서 글하나 올려본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명절하면 떠올리는 각종 전과 잡채, 갈비찜 등으로 풍성한 식탁이 맘을 풍요롭게 해주듯이, 커다란 칠면조 구이와 크렌베리 소스, 에그녹 등으로 가득찬 테이블과 부억을 가득 채운 음식의 향으로 고향을 떠올리는 미국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  혹 이 글을 읽는 한국에 있는 미국 친구들이 향수를 달랠 수 있기를 바란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1. 15. 09:18 미술 이야기

이번에는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압구정 본점 특강 공지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밝힌 적이 있지만,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특강은 보통 정규 강좌가 개강하기 직전에 매번 특별한 주제를 선택해서 진행해왔어요.  매번 특강도 규칙적으로 진행하게 되다보니, 정규 강좌처럼 특강도 하나의 주제로 일관성있게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저번 특강 때에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잡아서 그 중에서도 바람둥이 제우스의 화려한 사생활과 미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그 시리즈의 두번째 시간! 또 그리스 신화 속 다른 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화의 내용이 화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어떻게 아름다운 회화 작품으로 재탄생되어 왔는지 알아보려고요. 신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에 친숙하면 할 수록 서양미술 감상도 더욱더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글자가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는 신화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각 인물이 누구인지를 표시하는 '지물 (attributes)'와 각 에피소드를 표시하는 '도상'이라는 것이 자리잡게 되거든요.  그것을 잘 모르면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사물, 등장인물들의 동작 등이 다 '암호'처럼 고유한 시각언어로 자리 잡고 있답니다. 이번 기회에 풍요로운 신화의 세계를 함께 살펴보도록 해봐요~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압구정 본점 특강

주제: 신화 속의 사랑과 미술 2

일시: 2019.11.28(목) 14:40-16:00

장소: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컬처센터 1층 H 강의실 (압구정본점의 문화센터는 별관에 위치합니다. 정확한 주소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29길 21이고, 압구정 교회 옆에 있어요)

혹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문화센터 내 안내데스크에서 직접 문의하시거나 전화문의 (02-549-4551) 해주시구요.  

온라인 등록은 여기를 클릭! 하세요~ [현대백화점 회원  가입을 하시고 나서 수강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1. 8. 21:08 미술 이야기

2019년 남아 있는 달력이 달랑 한장이네요!  세월 참 빠르죠?  오늘은 입동이라고 합니다. 올해는 가을이 꽤나 길어서 갑자기 추워졌다 생각하니 벌써 11월 초순이 다 지나고 있네요.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겨울학기가 시작되어 가는 즈음에 개강되는 특강이 시작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무역센터 점의 특강 공지를 드리고자 합니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무역센터점 특강

주제: 신화 속의 사랑과 미술 2

일시: 2019.11.21(목) 19:10-20:20

장소: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센터 11층 3번 강의실 

혹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문화센터 내 안내데스크에서 직접 문의하시거나 전화문의 (02-539-4560) 해주시구요. 

온라인 등록은 여기를 클릭! 하세요~ [현대백화점 회원  가입을 하시고 나서 수강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제가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특강은 이전까지는 매번 특별한 주제를 선택해서 진행했었는데요. 매번 특강도 규칙적으로 진행하게 되다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회화 작품에서 많이 다뤄지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을 차례로 특강 형식으로 진행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  그래서 저번 특강 때에는 바람둥이 제우스의 화려한 사생활과 미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또 그리스 신화 속 다른 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합니다. 아울러 이 신화의 내용이 화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어떻게 아름다운 회화 작품으로 재탄생되어 왔는지 알아보도록 합니다.    신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에 친숙하면 할 수록 서양미술 감상도 더욱더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번 함께 살펴보도록 해봐요~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1. 2. 19:44 미술 이야기

언젠가 같은 제목 "내맘대로 작품보기-회화는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올린 적이 있다.  그 글에서 설명한 것이 아래 그림!

오늘 볼 그림은 헨리 알렉산더의 <겨울 창을 통해 본 눈이 있는 풍경>(1870)이다.  페북을 통해 발견한 그림인데, 너무도 포근한 느낌.  정말 특별할 것 그닥 없는 창가, 그리고 그 창을 통해 바라본 평범한 이웃의 풍경의 장면이다.  특별할 것 없지만 세상 편하고 포근하고 안락했던 순간들이 뇌리를 마구 스치게 하는 그림.  

'회화는 세상으로 열린 창'이라는 메타포는 서구에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창을 그린 화가는 무척이나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앙리 마티스가 있을 것이고, 에드워드 호퍼도 창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 중 하나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전반적으로 창, 혹은 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을 많이 그렸다.  이 그림은 그렇게 많고 많은 창 그림 중 하나인데, 오늘 유독 내맘에 들어온 이유는 아마도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져서인가보다.  창 밖 풍경은 눈이 소복소복 쌓여 추워보이지만, 푸르름을 유지한 화분이 놓여진 실내는 모르긴 몰라도 벽난로가 피워진 따뜻한 곳 같아 보여서...  그림에는 보이지 않지만 벽난로 앞의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이 놓여져 있을 것 같아서...  약간 거리는 있지만, 겨울 이불 속에 몸을 감싸고 그 속에서 발가락 꼼지락 거리며 귤 까먹고 노닥거리던 평화롭고 한가로운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그런데, 인터넷으로 작가를 검색하니 이 작가의 생몰년이 맞나 싶게, 1860~1894로 나온다. 이상하다. 이 작품 제작년도는 1870년인데. 그럼 이 화가는 불과 35년 인생을 살면서 10살에 이렇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관통한 듯한 작품을 남겼단 말인가?  일단 여기 글 남겨놓고 담에 차차 더 찾아보기로 한다. 

 

Henry Alexander Bowler (1824-1903)?, Snow Scene through a Winter Window (1870)

P.S.  짧은 시간이지만, 이 글을 포스팅하고 작가의 생몰년과 작품 완성년도와의 미스테리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큰 성과는 없었다.  이게 페북의 폐단이다.  전부 한 사람이 포스팅한걸 공유하거나 포스팅 할 뿐 딱히 해당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설명을 단 사람이 없다. 구글 검색을 해보고, 그 작가 이름으로 '일본 다도'라는 작품에 기모노 입은 소녀들이 찻상 앞에 모여 있는 그림이 하나 있길래 일본어로까지 야후 재팬으로 검색해봤는데도 해당작가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Henry Alexander Bowler라는 이름의 작가가 있었는데, 그 작가의 생몰년은 (1824-1903).  만약 헨리 알렉산더라는 것이 작가명이 맞다면, 페북에 나온 Henry Alexander가 아닌 Henry Alexander Bowler라는 작가 쪽이 위 작품의 작가로는 더 신빙성이 높다.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10세 소년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위의 그림은 기법적인 측면에서나 작품 속에 녹아든 삶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나 무리가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Henry Alexander Bowler라는 작가도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은듯, 유일하게 작가의 작품이 실린 미술관 사이트는 Tate인데, 작품도 달랑 하나다. 제목하야, The Doubt: ‘Can these Dry Bones Live?’ (의문: 이 마른 뼈들은 (되)살아날 것인가?)라는 부활에 관한 의문을 언급하는 성서적 내용이다. 정확한 제작년도는 알 수없고, 1855년 전시한 적이 있다는 기록만 있는 모양. 테이트 소장의 성서적 주제가 담긴 알레고리 회화는 정물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화풍면에서는 크게 거리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일견 정물화로 보이는 위의 작품도 충분히 알레고리적 의미를 끌어낼 수도 있어보이고...     

 

테이트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작품은 1855년 전시된 기록이 있다고만...  Henry Alexander Bowler, The Doubt: ‘Can these Dry Bones Live?’  출처: https://www.tate.org.uk/art/artists/henry-alexander-bowler-46

'내맘대로 작품보기'를 쓰기로 할 때에는 그냥 작품을 보고 직관적 감상만 쓰는 연습하려는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또 죽자고 한번 덤벼 보았다.  앞으로도 혹 더 작가나 작품에 대해 더 알게 된다면 덧붙여 나가려고 한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0. 30. 09:54 일상 이야기

얼마전 파프리카가 자라난 것을 보고 놀랐는데, 어제 보니까, 다른 화분의 파프리카도 놀랍게 성장했다!  이러다가 파프리카 농장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열악한 환경이다보니 슈퍼에서 파는 것처럼 가지런하게 자라지는 못하고 약간 삐뚤빼뚤하게 자라는데, 그래도 자그마한 열매가 하루가 다르게 열심히 자라나는 것을 보니 대견하고 너무도 귀엽다.  

 

어제 발견한 파프리카 삼형제!  좀처럼 원샷에 잡기 힘든 삐뚤빼뚤 파프리카 삼형제!  이들의 뒤를 따라 꽃이 시든 자리에 다른 파프리카들이 조롱조롱 매달리려나?
저번주 발견했던 파프리카. 하나는 아직 완두콩만한테 삐딱한 녀석은 고렇게 삐딱한 모습을 하고도 지난주보다 또 많이 자랐다. 
역시 슈퍼에서 산 아보카도 먹고 심은 씨앗이 무럭무럭 성장했다. 아보카드 삼형제!  잎사귀가 과장 좀 보태면 왠만한 사람 얼굴만하게 자랐다. 몇 년후 내 베란다 밭에서 아보카도가 열리려나?

슈퍼에서 뿌린 씨앗에서 이렇게 자라다니 대견하기 이를데 없는 파프리카.  또 슈퍼에서 사먹고 뿌린 씨앗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삼형제가 있었으니 바로 아보카도~ 삼형제~ 네 개를 사서 먹고, 큰 기대없이 씨를 화분에 심어뒀는데, 그 중에 세 개가 자랐다. 각각 다른 화분에 분가시켜줬더니 개성을 마구 뽐내며 자라고 있다.  올 여름 크게 신경 못쓰고 그냥 물만 흠뻑 줬을 뿐인데 제법 잎사귀들이 울창하다.  몇 년 쯤 뒤엔 아보카도 수확기를 올릴 날이 올까?  우연히 시작하게 된 그리고 지금도 보잘것 없는 베란다 화단에서 매일매일 조그마한 기쁨을 맛본다. 

아보카도 삼형제 화분의 항공샷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0. 28. 20:28 미술 이야기

미술사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문화센터 수업을 듣는 수강생이거나 혹은 특강이나 전시 가이드에서 만나는 분들에게서 미술사에 대해서 좀더 공부하고 싶은데 추천해줄 만한 책이 있냐는 질문을 종종 받고는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몇 권 수업시간에 들고 가서 소개를 할 때도 있긴 했는데, 매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책을 늘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여기 글을 하나 남겨두고자 한다.  물론 관심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미술사 분야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읽었을 책들 몇 권과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책 몇 권을 함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책으로는 에른스트 H. 곰브리치<<서양미술사 (원제: The Story of Art)>>이다.

에른스트 H. 곰브리치는 미술사 분야에서는 인지심리학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대중들을 위한 미술사 개론서인 <<서양미술사>>, 원제대로 해석해보자면, "예술에 대한 이야기"라는 저서와 어린이들을 위해 출판한 <<세계사>>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특히 <<서양미술사>>는 미술사 개론서 분야의 성서라고도 일컬어질 정도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 셀러이다.  제목도 'History of Art'가 아닌 'Story of Art'이다. 제목처럼 무겁고 딱딱하지 않게 이야기하듯이 깊이 있는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를 평이하고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정말 미술사에 대해서 알고 싶은 맘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해보는 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은 여러차례 번역이 되었고, 문고판 양장판등 판본도 다양하다.  가장 도판도 훌륭한 최근 버전은 예경에서 나온 것이지만, 인근 도서관에서 빌려 볼 사람이라면 그 곳에 소장되어 있는 버전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이다.  나도 처음 미술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나중에 그가 미술사 분야에서도 권위자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더욱 그가 자신의 전공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진정으로 미술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겸허하고도 아름다운 태도에 더욱더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어떤 분야든 경지에 오른 분들만이 내용을 쉽게 설명해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대학의 교양 수준으로 교과서로 채택되는 책들로는 예전에는 H. W. 잰슨<<서양미술사 (원제: History of Art for Young People)>>가 있다.  잰슨의 미술사 책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대학교의 미술사 교양과목의 교과서로 오랫도록 애용되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대두하면서, 서양의 백인 남성 지성인의 시선으로 씌여진 책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후 이 책 자체도 그러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제3세계 미술이나 여성 미술 등의 분야들을 보강하여 증보판을 펴내기도 했다. 워낙 오랫동안 교과서로 군림했던 책이다보니, 한국에서도 여러차례 번역이 되기도 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원 책의 내용이 원체 방대하고 크기도 장난 아니게 크다보니, 한국에 출판될 때에는 편역이라는 이름으로 요약본이 주로 출판된 듯하다. 

그리고 잰슨 책의 대안으로 교과서 류의 책들이 출판되는데, 그 대표적 예가 <<가드너의 시대를 통해 본 미술사 (Gardener's Art Through the Ages)>>와 매를린 스톡스태드 (Marilyn Stockstad)의 <<미술사 (Art History)>>가 있다.     대학 교재용으로 출판되는 책들은 매년 새로운 책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자주 새로운 에디션을 펴내는 편인데, 가드너 책은 최근 에디션으로는 16판이 나왔다. 

Gardner's Art Through the Ages: A Global History 16th Edition

그리고, 매릴린 스탁스태드의 미술사 책은 6번째 에디션이 나왔다. 

Art History (6th Edition)

위의 두 책은 내가 알기엔 한국어로 번역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못 찾아낸 것일 수도 있기에 자신은 없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라고 알려진 <<클릭! 서양미술사>>이다. 

솔직히 말하면, 미국에 있을 때에는 이 책에 대해서도 캐롤 스트릭랜드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몇 차례 출판 관계자들로부터 이 책이 한국에서는 서양미술에 관한 개론서 중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스테디셀러라는 말을 들었다.  궁금한 맘에 몇 번 훑어보았는데, 개인적 소감으로는 이 책의 인기 비결은 '편집의 승리'라는게 개인적 소감이다.  이 책은 원본 보다 한국어판의 편집이 훨씬 더 잘되어 있다는데, 두 세 페이지 안에 각 사조의 특징과 미술사적 의의에 대한 요약이 실려 있고, 대표작가들과 그 대표작이 실려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따라서, 미술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이 책 한 권만 잘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윤곽은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 장점은 입문자가 선택하기엔 절대적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이라도 미술사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개론서라고 꼽기에는 요약이 지나치게 되어 있다고 할까?  대표 사조와 그 대표작가, 대표작 만으로도 그 정도의 부피는 나올 것이니 일단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 그리고 개인적 소견으로는 그 책의 내용에 실린 내용이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이 여과 없이 실린 것들도 있고, 그렇게 한정된 페이지 안에 굳이 그런 에피소드를 넣을 필요가 있나 싶은 것들도 있어서 좀 아쉬웠다.

 

그 다음으로는 개인적 인연 내지는 사견이 첨가된 추천서이다. 

1. 폴 존슨 (Paul Johnson) <<새로운 미술의 역사 (원제 : ART: A New History)>>

폴 존슨은 유명한 역사학자이지만,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인물로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하다.  노 역사학자가 평생 취미와 직업 사이에서 연구한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은 내가 번역을 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책의 두께도 두껍고, 폴 존슨의 예술에 대한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라 결코 손쉽게 읽어버릴 책은 아니다.  그리고 저자가 엄밀히 말해서 '미술사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미술사 책들과는 예술사조의 구분이나, 작품과 작가 선정에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개인적 사견이 가감 없이 담긴 점은 곰브리치의 저서와는 대척점에 이른다 할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학자의  식견과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미술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기사인데, 미처 언급 못한 미술사 개론서에 대한 설명도 있기에 덧붙여둔다.

[깊이읽기] 우리 눈으로 … 독특한 눈길로 … 미술사를 다시 본다 [출처: 중앙일보]  

 

2.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그림의 역사 (원제 : A History of Pictures)>>

이 책 역시 내가 번역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블로그의 이전 포스팅에서 "데이비드 호크니-팔순의 아이패드"라는 제목으로 올린 적이 있으므로 그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앞으로 계속 업데이트 해나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정도가 소개할 수 있는 미술사 개론서 목록이다.  아름답고도 심오한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은 분이라면 위의 책들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므로...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0. 27. 13:48 미술 이야기

주변에서 요즘 볼만한 전시회를 추천해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 말을 듣는 빈도가 높을 때면, '아닌게 아니라 궁금하군!' 하는 맘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여기저기 나도 물어보며 물색을 해보곤 한다.  그러다가 좋은 전시다 싶은게 있으면 추천을 하고.  그런데 최근에 꽤 자주 전시회 추천 요청을 받았으나, 정작 다른 일들의 우선 순위에 밀려 딱히 찾아보지를 못했다.  

그러다가 오늘 페북에서 발견.  "올해의 작가상 2019"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소개를 살펴보고 전시도 보시고 하시라고 추천!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도라고 한다.   아직 전시를 보지는 못했는데, 요새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공부와 강의를 하다보니, 현대 작가들에 대해 더욱더 관심이 가기도 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동향 및 현대작가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져서인지 이 전시가 궁금해졌다. 

일단 선소개 후감상 하는 걸로~  

 

http://koreaartistprize.org/project/2019/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0. 25. 18:17 미술 이야기

예술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면,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어느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고, 소중히 여겨 작품은 물론, 그에 대한 기록을 간직하고 보존해주지 않으면, 후대에 가서는 그  작가의 재능과 탁월함에 대해 알 길이 없다.  최근 페미니즘 관련 수업 준비를 하다보니, 결국 잊혀지거나 관심받지 못했던 여성 작가들이 후대에 가서 '발굴'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 작가들에 대한 기록이나 작품들이 남아있을 때 이야기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으로 많은 페미니즘 미술사학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여성 작가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작품이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을 경우, 연구를 시작하는 것조차 용이하지가 않다는 것도.    

그리고, 다이얼식 전화기나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처럼 불과 몇 십년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당시에는 너무 당연히 다 알고 있어서 설명해두거나 기록할 필요가 없었던 것들도  불과 몇 세대가 지냈다고, '요즘 어린 친구들'은 도통 용도를 알지 못하는 물건도 많더란 것도 알게 되었다. 

역사란 결국 사람들이 아끼고 기억해주는 것들이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 와닿는 일러스트레이션.

posted by 잠자는 집시
TAG 역사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0. 23. 19:48 일상 이야기

올 여름엔 베란다 화단에 애정을 쏟지 못한 관계로 방울토마토의 경우, 겉자라기는 엄청 겉자라 울창하긴 했으나, 정작 열매는 많이 열리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운 상태. 와중에 시들시들한 가지 끝에 매달린 방울토마토를 버리기 아까워서 가지만 꺾어 물꽂이를 해줬더니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발그스름하게 익어간다. 그 놀라운 생명력에 경의를!

물꽂이의 상태에서도 붉은 색으로 익어가는 기특한 방울 토마토! 내년엔 좀 더 잘 키워봐야지~

그런데, 파프리카는 모종도 아니고, 사먹고 나온 씨들을 뿌려서 키웠는데, 놀랍게도 이쁜 흰꽃들이 피더니, 얼마전 보니 완두콩만한 열매들이 열린걸 발견!  엊그제 보니까, 제법 자랐다.  

똑바로 자라진 않지만, 열심히 자라고 있는 파프리카!  너무 귀엽다!

허브는 정작 씨뿌린 라벤더는 싹도 안보이더니, 빈약한 가지 하나 얻어 꽂아둔건 꽤 자랐다. 앞으로 계속 잘 자라길...

가지꽂이로 키운 라벤더. 원래 아주 쪼꼬맣고 빈약한 가지였는데, 꽤 폭풍성장. 계속 잘 키워봐야지. 

안시리움은 우리집에 온지 벌써 햇수로 4년.  원래는 조그만 잎들 밖에 없었고, 빨간 잎도 쪼꼬맸는데, 어느새 무성하게 크더니, 뿌리 근처엔 새끼 잎들도 생겨서 화분을 옮겨 주었더니 그것도 꽤 자랐다.  며칠전 보니 파랗게만 무성해지던 잎 중하나가 아주 선홍색으로 이쁘게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작은 화분에 옮겨준 새끼 잎들도 꽤 자라서 또 작은 잎들이 더 자랐다. 

안시리움이라는 화초. 어느새 다시 잎이 고운 선홍색으로 빨개졌다. 

 

안시리움 처음 우리집에 왔을때. 
안시리움의 작은 잎들을 다른 작은 화분에 옮겼는데 벌써 이렇게 또 자랐다.

본격적으로 화단을 가꾸는 분들이 보면 가소로운 규모겠지만, 화단을 가꿔본 적 없는 나로서는 지난 수년 베란다에 늘여놓은 몇 개 안되는 화분에서 생장해가는 식물들을 보는 것은 경이롭고도 힐링이 되는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잘 키워봐야지.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0. 21. 16:47 일상 이야기

"procrastination"!  발음하기도 힘든 이 단어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을 의미한다. 써야 할 페이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퍼 쓰기를 최대한 미루고 미루다가, 그 데드라인이 임박해져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 책상 앞에 앉은 것까지는 좋은데,  불현듯 주변이 너무 지저분해 보여서 갑자기 청소를 시작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은 이 단어를 외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인생이 영원한 것도 아닌데, 계속 미루기만 하다가는 결국 시작도 못해보고 죽을 수도 있다.  매일 매일 조금씩이라도 해나가는 것이 거창하게 대단하게 해나가는 것보다 훨씬더 실현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시작하기 전에는 어마무시한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엄청나게 힘들 것같아 보이는 일도 일단 시작하면 의외로 쉽게 빨리 끝날 수 도 있다. 지레 겁먹지 말고 일단 시작해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내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 

와중에 'procrastination'에 대한 재미있는 한 컷 올려본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0. 15. 18:35 미술 이야기

이번엔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시작합니다~  백화점 측 스케줄 등 여러가지 요인을 감안하여, 중동점에서는 5주 강의를 기획하여 진행합니다.  10월 28일부터 11월 25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들어보세요~

정규 강의 제목: 촘촘히 읽어보는 서양미술사 I: 르네상스부터 로코코까지 (5주 강의)

날짜: 2019년 10월 28일~11월 25일 월요일  

시간: 13:00~14:20

장소: 현대백화점 중동점 (부천시 길주로 180) 문화센터 8층

전화번호: 032-623-3312

온라인 신청을 하시려면 이곳을 클릭! 하시면 됩니다. (회원 가입하시고, 신청 버튼 누르시면 됩니다)

그리고 기타 궁금하신게 있으면 위 전화번호로 문의해주세요~  (정확한 강의실 위치는 개강일 8층 안내 데스크 가시면 안내해주실거에요~)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0. 12. 03:01 미술 이야기

얼마 전 '즐거움'을 화두로 하는 현대미술이 많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전영근 작가의 작품 하나를 슬쩍 끼워놓은 적이 있다. 

전영근 작가의 <소나무 숲>  가을이기도 하고, 아~ 그림 속 노란 딱정벌레 차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구나~

오늘은 오랜만에 '내맘대로 작품보기' 시리즈에 본격적으로 한번 올려본다. 이미 유명작가이신 분이라 새삼 소개하는 의미는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 맘대로 작품을 올리는 거니까.  가을이기도 하고, 특히 올해는 매일 스치듯 지나가는 가을이 아니라 제법 길게 머무르는 가을이기도 하고... 자칫 지구가 멸망 (?)할 수도 있었다는 뉴스를 뒤늦게 접하기도 했고....  한동안 유유자적한 여행 못가보기도 했고... .   자그마한 차에 짐 척척 싣고 맘 내키는대로 여행 떠나고 싶은 내맘을 알아주는 듯한 작품이다.   

인기 작가인 것치고는 그의 홈페이지나 작품의 자세한 정보가 담겨있는 정보를 찾지를 못해 발견해온 화면 만으로 평가해보자면, 아마도 주로 아크릴릭과 판화 작품을 제작하는 듯하다. 자세히 보면 가로로 짧게 뻗은 붓자국이 힘찬 그의 화풍은 회화적이면서도, 자동차 부분에서는 단순화 시킨 선 탓에 일러스트레이션 혹은 만화 풍의 인상도 있다.  각각의 작품에 담긴 풍경은 다르지만,  짐 잔뜩 올려 실은 자그마한 자동차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때로는 너른 평야로 때로는 자작나무 가득한 오솔길로 유유자적 다니는 자동차를 보노라면, 그렇게 작은 차에 몸을 싣고, 올 가을엔 꼭 한번 계획없이 훌쩍 떠나보고 싶어진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0. 10. 10:59 일상 이야기

좀 지난 얘기지만, 지난 7월 말 자칫 잘못하면 영화 아마겟돈 실사판 장면이 벌어질 뻔 했다는 것을 아시는지?

1998년 영화 <아마겟돈>  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기권 밖에서 행성과 맞불 작전을 펼칠 로켓을 발사시킴으로써 지구를 구하려는 영웅들이 출동하는 영화.  NASA와 브루스 윌리스만 있으면 지구는 영원히 안전할 것이라 믿게 해준 영화이다. 

혹시 가짜 뉴스인가 싶어서 몇 개의 사이트를 확인해 본 결과, 2019년 7월 24일  축구장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를 약 7만3천㎞ 거리를 두고 지나갔다고 한다.  올해는 무사했다는 의미인지, 그 행성 이름을 "2019 OK"라고 붙인 모양이다. 

서울과 부산 거리 400 Km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엄청 먼 거리 같지만, 지금 얘기는 우주의 이야기.  그 거리라고 해봤자, 지구와 달 거리의 약 5분의 1밖에 안 되는 셈이라고.  지구와 그 미지의 행성과의 거리는 사실 눈과 눈썹의 거리라고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지구와의 충돌이 실제로 일어났었더라면, 도시 하나는 가볍게 파괴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2019 OK 행성이 지구를 아슬아슬 비껴났다는 뉴스~

영화 "아마겟돈"에서와는 달리, 지구 근접 천체 (NEO) 감시활동 [Near-Earth Object Surveillance Mission]을 주도해온 그 이름도 유명한 NASA에서도 불과 몇 시간전에서야 확인을 했었고, 이 정보가 널리 알려진 것은 그 아슬아슬한 통과가 일어난지 몇 주나 지나고 나서였다고.   나사 측에서는 그 이유로 16일 보름달이 떠서 주변이 너무 밝아서라는 둥, 24일 당일은 구름이 많아서라는 둥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는 하나, 요는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지구의 위험을 미리 알 수 없을 수도 있을 뿐더러, 이번 경우만 해도, 사실상 알았다고 한들 그 대비를 세울 방책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딱히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것이다.  영화 아마겟돈에서는 미리미리 알고, 우리의 영웅 브루스 윌리스와 밴 에플렉 등 믿음직한 영웅들이 지구와 충돌하려는 행성과 맞짱을 뜨러 출발하지만 말이다.  

이번에 이 뉴스를 접하고 나니 새삼 이전에도 그렇게 우리가 모르고 지난 일이 없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무서운 일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만약 그보다 큰 규모의 행성이 지구를 향해 맹 돌진을 해왔고, NASA가 또 여러가지 이유로 제때 알아내지를 못했고, 그게 충돌한 지점이 내가 사는 곳이었다면, 난 이전 폼페이 주민들이 화산에 속수무책 당했듯이 그렇게 스러져 갔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건 그랜드 캐년 앞에서 인간의 존재의 미약함을 새삼 깨달으며 자연의 위대함에 겸허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이다. 이 때 느껴지는 겸허함이란 이전의 겸허함과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정말 인명은 재천이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그냥 하루하루 자~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환상특급>의 에피소드 중 하나가, 일상에 쫓겨 스트레스 받던 주부였던 주인공이 어느날 우연히 자유자재로 시간을 멈춰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수 있게 할 수 있는 팬던트를 갖게 되면서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주인공이 어느 날 '조용히 좀 해!'을 외치고 여가를 즐기던 중, 자신의 뜰에 나섰다가 커다란 핵폭탄이 자신의 동네의 길 건너로 떨어지다 멈춰진 것을 발견한다.  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영원히 주변을 '스톱!'시킨 상태에서 혼자서 삶을 영위할 것인가? 아니면 그 스톱이라는 상태를 얼음 땡! 해서 풂으로써 그냥 다 함께 세상을 마감할 것인가?  어린 맘에 실제로 그런 상황이 내게 일어난다면 어쩔 것인가 한동안 꽤 한참 생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혹시나하고 유튜브 검색해보니 있다!  언제까지 링크가 지속될지, 영상이 유효할지 모르나 일단 걸어둔다~  영상 올린분도 환상특급 (원제, Twilight Zone) 중에는 최고였다고. 

Twilight Zone Peace And Quiet - THE BEST ONE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9. 10. 8. 08:16 일상 이야기

일전에 내가 애청하는 프로그램으로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사실 거기 나오는 문제라고 해봐야, 그걸 모른다고 사는 데 지장 전혀 없는, 안다고 해서 그닥 필요없는 문제들인데, 질문을 들은 이상 궁금해 죽겠는 문제만 내는 프로그램이다.  볼 때도 있고, 못 볼때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고, 시청을 할 때면, 내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미술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제는 모나리자에 대한 문제가 나왔는데, 모나리자의 눈썹이 없고 머리숱이 가늘고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나리자>이다보니, 모나리자에 대한 '카더라 통신' 스토리도 무척이나 많다.  모나리자가 지방 유지인 상인의 아내, 리사 부인인 줄 알았냐? 실은 교묘하게 그려놓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신의 자화상'이지롱~이라는 설, 워낙 동분서주 공사다망하신 화가시다보니 깜빡 그녀의 눈썹을 그리는 걸 잊었다는 설, 그리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눈썹이 없는 이유로 다른 질병들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 옥.문.아.에서는 모나리자의 모습이 그림처럼 나타난 이유가 '갑상선 기능 저하증 때문에 눈썹과 머리카락 등의 탈모, 그리고 손의 부종등이 일어난 것'이라는 것이 해답이었다. 

내가 <옥.문.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렇게 미술에 관한 문제도 많다는 것도 있는데, 일전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수많은 프로젝트를 하다말다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고, 그 해답으로는 그가 ADH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증후군)를 앓았기 때문이라 했다.  물론 그가 원체 인기폭발이라 여러곳의 요청을 받아 하는 일도 많았고, 워낙 천재적이라 머리속에 떠오르는 프로젝트가 많아 벌인 일이 많았다. 덕분에 무엇하나 제대로 끝내지를 못해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인데 완성작이 15점에 불과하다. 그가 일을 벌이기만 하고 매듭을 제대로 짓지 못했던 이유가 그가 지나치게 바쁘거나 천재적이라는 것 이외에 ADHD를 앓았다고 생각하면 납득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물론 확인할 길은 없다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사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워낙 유명한데다 완성작이 드문 그이기에 레오나르도의 원작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이 있는 작품은 많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작품인 <세계의 구원자 (Salvator Mundi)> 역시 여전히 논란이 가시지 않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글을 올린 적도 있다)

Leonardo da Vinci, Salvator Mundi (Savior of the World) (c.1500) oil on walnut ; 45.4 cm × 65.6 cm

오늘은 웃자고 한일에 죽자고 달려들지는 않을 거고, 그런 설도 있구나 하고 넘어갈거다. 

다만, 이제까지는 위작 내지는 제자들의 작품이라 알려졌다가 최근 들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원작이라고 판명된 작품 하나만 소개하고 넘어갈까 한다.이름하여 소장자의 거처에서 이름을 따서 "아일워스 모나리자 (Isleworth Mona Lisa)."  수 많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그러하듯이, 지금은 맞지만 나중은 틀릴 수도 있긴 하지만, 일단은 맞다고 의견일치 된 순간을 기념하며, 잠시 젊은 날의 모나리자를 감상해보자.

Isleworth Mona Lisa (1503-1516) oil on canvas ; 84.5 x 64.5 cm 

     

posted by 잠자는 집시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