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이번엔 파프리카
2019. 1. 23. 00:30 일상 이야기

원예가의 일기...

이렇게 말머리를 농담삼아 올렸다가 원성을 들을까봐 참았다. 

저번에 방울 토마토의 성과에 힘입어 일전에는 슈퍼에서 산 파프리카 다듬다가 나온 씨들을 모아서 말렸다가 뿌려보았었다.

아무리 물을 줘봐도 싹이 올라올 낌새도 안보이길래, 다시한번 씨를 모아다가 다른 화분에는 그냥 마구마구 뿌려보기도 했었다.  

그리고는 습관적으로 물을 가끔 주긴 했어도 별 기대를 안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까 연한 녹색잎이 올라오더니, 며칠 새 여러개가 올라오고... 그러더니 어느새 이렇게 많이 자라 있었다. 

처음에 싹 튼 파프리카들

분갈이 하면서 씨를 더 뿌려준 후 자란 파프리카들

너의 정체는 뭐냐? 혼자 무럭무럭 크는 정체불명의 식물


중간에 키가 큰 이 놈은 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전에 방울 토마토 씨를 한 번 더 사다 뿌렸는데, 걔들은 다 죽은거 같았는데, 그 중 살아남은 한 녀석인지 아니면 파프리카 우성 종자인지 확실히 모르겠다)

여하튼 본격적으로 정원을 가꾸는 이들이 보면 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겠지만, 나로서는 기특하고 대견하고 뿌듯한 생명체들이다. 별 것 아니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뿌리내리고 생명을 키워가는 존재들을 보고 있노라면 적잖은 힐링이 된다. 

나중에 정말 본격적으로 조그마한 정원은 꼭 꾸며보고 싶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