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초상 - feat. 『네덜란드 미술로 보는 서양미술사 - 르네상스에서 현대까지』
2025. 6. 7. 18:26 미술 이야기

 

이번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의 여름 학기 강의 주제는 『네덜란드 미술로 보는 서양미술사 - 르네상스에서 현대까지』로 잡아서 시작했다. 강의 소개문을 옮겨보면, "렘브란트의 빛, 페르메이르의 고요, 반 고흐의 열정, 몬드리안의 질서까지― 신화 대신 일상을, 왕이 아닌 시민을 그린 미술. 유럽 미술사의 또 다른 중심, 네덜란드에서 시작하는 특별한 미술 여행입니다."라고 썼다.

 

이렇게 주제를 정한 것은 지난 수년 미술사 강의를 해오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미술사 강의 교양 강좌 101식으로 한동안 진행했었다. (지난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해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그 포스팅의 내용을 참고하시길) 그러다가 코로나로 인해서 그 리듬이 깨지게 되기도 하면서 다시 변화를 꾀하면서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처럼 마치 큐레이터가 전시기획을 하듯이 주제를 선정해서 거기에 따라 강의를 구성해서 진행해왔다. 코로나 이후, 다시 교양강좌 구성으로 강의를 하기도 했고 주제를 선정해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번 학기에는 '네덜란드 미술 특집'으로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네덜란드 미술 특집'이라고는 하지만 기본 구성은 미술사적 연대를 따라 진행할 것이고, 그 순서에 따라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과 미술사조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다. 기존의 수업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못했던 네덜란드를 포함한 플랑드르 지역, 미술사에서 '북유럽'이라고 불리는 지역의 미술에 대해서 살펴보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술사 개론 수업에서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강의를 할 때 주로 이탈리아의 미술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그 이외 지역의 예술은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이번 내가 진행하는 여름학기 수업에서는 시각을 이탈리아 중심에서 탈피해서 그 이외 지역의 르네상스 미술은 어떤 아름다움과 특색이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이탈리아나 프랑스 지역의 예술도 함께 비교하며 진행할 예정이다. 미술사 개론 수업은 맞지만 시각을 좀 다르게 해서 접근해보려는 노력이다. 혹시 편협한 내용이 아닐까해서 수강을 망설이는 분들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니 안심하고 등록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아래는 '북유럽 르네상스 미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라는 작품이다. 얀 반 에이크라는 네덜란드 작가의 작품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이탈리아인으로서 플랑드르로 건너와 최초로 성공한 상인인 아르놀피니와 그의 아내다. 

아르놀피니의 부부의 초상 (이전에는 아르놀피니의 결혼) Giovanni Arnolfini and His Wife Portrait (Arnolfini Marriage) (1434) oil on oak panel of 3 vertical boards ; 82.2 ×60 cm; panel 84.5×62.5 cm, National Gallery, London

 

그 밖에도 거울에 비친 화가와 조수 두명이 결혼식의 증인이라고 생각하고, 남자의 손모습,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의 초가 하나 켜진 것 등등을 종합해서 파노프스키가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을 묘사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근거 탄탄하고 워낙 고명하신 학자가 하신 분석이라 다 믿고 따라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그러한 분석에 이의가 제기되었고, 그냥 이들 부부의 초상화일 뿐 결혼식 장면을 묘사한 것은 아니라는 쪽으로 의견이 지배적인 상태다. 혹자는 샹델리에의 초가 남편 쪽은 켜있고 아내쪽은 꺼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아내는 이미 세상을 뜬 상태에서 그녀를 기리는 의미로 그린 작품이라는 해석도 있다. 따라서, 예전 책에는 <아르놀피니의 결혼>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지만, 최근 출판물에서는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라는 제목을 다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또 언제 다른 의견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상 너무나도 유명하고 자주 언급되는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에 대해 알아봤다. 이 작품을 살펴보는 시간이 즐거우셨다면 제 수업도 한번 들어보시길. 익숙하게 봐왔지만 의미는 잘 몰랐던 작품들, 그리고 본 적 없었지만 막상 살펴보면 의미깊고 재미있는 작품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유익한 시간이 되시리라 믿는다. 

아르놀피니의 부부의 초상 (이전에는 아르놀피니의 결혼) 세부, 거울 부분. 거울 가장자리 돌기 부분에 각각 10가지의 예수의 고난을 묘사해놓았다. Giovanni Arnolfini and His Wife Portrait (Arnolfini Marriage) (1434) oil on oak panel of 3 vertical boards ; 82.2 ×60 cm; panel 84.5×62.5 cm, National Galler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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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봄은 지나가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도 봄학기는 종강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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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