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내 맘대로 작품보기 - 모네가 이런 그림을?
2021. 3. 21. 00:24 미술 이야기

작품에 대한 연구조사 없이 직관적인 작품 감상 코너~ '내 맘대로 작품보기' 오늘은 우연히 발견한 모네의 작품. 이름도 아름다운 <공주의 정원>!

Claude Monet (1840-1926), Garden of the Princess (1867) Allen Memorial Art Museum, Oberlin College, OH

참고로 여기서 불어 명칭은 'Jardin de l'infante'라고 하는데, 여기서 l'infante는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에 등장하는 새침한 어린 공주 마가렛의 언니로 루이 14세와 결혼한 마리아 테레사 (Maria Theresa of Spain)를 지칭한다고한다. 아마 둘의 결혼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이름을 딴 것이리라.  필립페 4세의 궁정화가였던 벨라스케스가 그린 마리아 테레사의 작품들도 떠오른다. 

Diego Velázquez (1599-1660), Portrait of the Infanta Maria Theresa of Spain (1652/53) oil on canvas ; 127 x 98.5 cm, Kunsthistorisches Museum

인상주의 작가들 중에 가의 원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왠만한 작품은 다 봤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작품은 처음 봤다. 연대를 보니 1867년 그가 28살 되던해에 그린 작품이니까 그가 자기만의 인상주의 양식을 확립하기 이전의 작품인듯하다. 소장처를 보니까 오벌린 대학, 오하이오에 있는 작은 대학이다. 오하이오에서 오래 살았던 터라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개인적 소감.  똔똔똔 점들의 필치가 두드러져 윤곽선이 분명하지 않은 모네의 화풍에 익숙하다보면 그가 얼마나 뛰어난 사생 능력을 지닌 화가인가를 잊기 쉽다. 이 작품을 보면 그의 후기 작품에서는 자칫 잘 보이지 않던 그의 필력이 두드러진다. 

세계의 이목을 주목시킨 1862년의 영국의 만국박람회에 자극을 받아 야심차게 개최한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고 홍보하는 의미였던 것인지 모네가 특별히 허가를 받아 루브르의 발코니에서 여러 작품을 제작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19세기 유럽 열강이 산업혁명에 탄력을 받아 식민지 개척과 첨단 산업의 개발에 경쟁에 열을 올리던 시기, 만국 박람회의 역할은 오늘날의 엑스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내셔널리즘과 식민주의에 무장한 각 국은 자신들의 국가를 대표하는 건물들에 심혈을 기울여 경쟁적으로 화려하고 훌륭한 전시관을 건설하였다. 메이지 유신을 앞두고 있던 일본도 이 만국 박람회에 유럽인들에게 인기가 있던 공예품들을 전시하였고, 이는 이후 미술사에서 '자포니즘 (Japonism)'이라고 부르는 일본풍 유행을 일으키기도 한다.   당시 활발한 활동은 하던 인상주의자들이 이러한 자포니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Panorama of the main exposition building and grounds

화면 속의 공주의 정원이 어디인가 했더니, 내가 검색한 바로는 루부르의 열주가 있는 발코니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라고 한다. 내가 직접 그 발코니에서 직접 바라본 것이 아니라 모르지만, 작품 속에 보이는 풍경은 좀더 높은 곳에서 그린것도 같은데, 이는 그가 좀 더 높은 곳에서 찍은 사진을 참고 했을 수도 있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리고, 작품 속의 가파른 각도와 전경의 정원의 기울기 모습등에서 우키요에의 영향도 보인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중에 하나 올려본다. 공주의 정원의 오늘날의 모습.  Source: https://enclosuretakerefuge.com/2015/09/17/jardin-de-linfante-paris/

이 작품과 함께 그렸던 작품들을 몇 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Claude Monet, Wharf of Louvre, Paris (1867) oil on canvas ; 93х65cm, Haags Gemeentemuseum, The Hague, Netherlands
Claude Monet, Saint Germain l'Auxerrois (1867) oil on canvas; 79x98cm, Staatliche Museen zu Berlin

위의 그림들은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정원에 있는 여인들> (1866)이 작가의 친지들의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는 다소 대비적으로 당시의 모던한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특색이 있다. 이는 바야흐로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는 자랑스러운 조국 프랑스라는 생각이 다소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그 당시 사회상의 포착이라는 특징은 인상주의의 전반적인 특징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Claude Monet, Women in the garden (1866) oil on canvas ; 255x205 cm, Musée d'Orsay, Paris, France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