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이 블로그를 했다면...다들 그들이 저녁에 뭘 먹었는지 사진을 찍어 올렸으려나.... 싶은 그림이 있다. 그것도 아주 진수성찬으로!
오늘 소개할 작품은 네덜란드의 17세기 정물화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세분화해서 들어가자면, '사치스러운 정물화' 혹은 좀 더 직역하면 '잘난체하는 정물화', '프롱크스틸레번 (Pronkstilleven)'이라고 불리는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다.
원래는 플랑드르 지방에서 시작된 이 장르는 이후 네덜란드 작가들에 의해서도 많이 그려지게 되었다.
윗작품은 플랑드르 작가 아드리안 판 우트레트 (Adriaen van Utrecht)이 그린 것이고 아랫작품은 네덜란드 작가인 얀 다비즈 드 힘 (Jan Davidsz. de Heem)이 그린 것이다.
이러한 류의 정물화에는 때때로 사냥에서 잡은 동물들이나 애완동물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대부분 포커스는 진수성찬이 가득 차려진 식탁이 주제인 정물화이다.
보통 사람들이 평상시에 잘 먹을 수 없는 고가의 귀한 음식들 - 각종 과일들과 고기, 생선, 가재, 케익과 디저트 등 - 이 역시 보통 사람들이 지니기 힘든 값비싼 식기와 잔에 차려진 것을 그림으로써 풍요로움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작품을 주문한 후원자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자 하는 맘이 있었을 것이고, 이 작품의 제작을 맡은 이는 자신이 얼마나 생생하고 화려하게 이 아름다운 식탁을 그려내는지를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작품들은 바니타스의 주제를 내포하기도 한다.
이렇게나 풍요로운 식탁으로 대변되는 부귀영화도 사실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으며,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고, 물질적 가치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수없이 올라오는 페북이나 블로그의 저녁 식탁 사진이 여기서 영감을 받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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