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 고갱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잠시 나온 '전원 풍경화 (Pastoral Landscape)'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티치아노 (이전 조르조네), 전원교향곡 (c. 1509), oil on canvas ; 105 x 137 cm, Musée du Louvre, Paris
티치아노 (이전 조르조네), 잠자는 비너스 (일명 드레스덴 비너스) (c.1510), oil on canvas ; 108.5 x 175 cm, Gemäldegalerie Alte Meister, Dresden
위의 두 작품은 모두 조르조네 작품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연구들에서는 실은 조르조네의 뛰어난 수제자이자 베니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거장 티치아노에 의해 그려졌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위의 작품은 <전원 교향곡>, 불어로는 Fête champêtre 영어로는 Pastoral Concert 라고 알려진 작품인데, 오늘 살펴볼 '전원 풍경화'라는 장르의 대표적 작품이다. 또 그 변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자는 비너스>는 소장처의 이름을 따서 일명 <드레스덴 비너스>라고 불리는데, 역시 전원 풍경화에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상이 결합된 형태이다. 이 작품은 '누워있는 비너스'라는 서양미술에서의 널리 알려진 도상 중 최초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안빈낙도' 정도 될까? 고대부터 문인들과 귀족들 사이에서 소위 '전원시' 혹은 '목가'로 번역될 수 있는 'Pastoral poetry'라는 장르는 존재해왔다. 번잡한 도회에서의 생활일랑 벗어버리고, '청산에 살으리랏다'의 서양 버전, 양이나 치면서 자연과 벗하고 시나 짓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회화에서는 '전원 풍경화 (Pastoral Landscape)'이라는 장르로 발전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맨 위의 작품, 티치아노의 <전원 교향곡>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티치아노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스승에 대한 추모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속의 두 청년은 티치아노와 조르조네, 즉 옷을 세련되게 잘 입고 계신 분이 스승인 조르조네를 그린 것이고, 더벅머리 시골 총각은 자신 티치아노를 묘사한 것이라고. 누드의 두 여인에 대해서 두 남성이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뮤즈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누드로 앞에서 왔다갔다하는데, 저렇게 남자 둘이서 얘기하고 여성들에게 눈길조차 안돌린다는 건 좀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
그 해석의 근거로는 최근 세상을 떠난 조르조네가 들고 있는 루트의 현이 없게 그려진것 (그는 이젠 더이상 창조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의미), 또한 뮤즈 중 한명이 물병의 물을 다시 우물 속에 되돌리고 있는 것 (이는 조르조네의 뮤즈로 조르조네가 더이상 창조의 샘에서 물을 길어낼 수도 없는 상태이므로)
이처럼 의미가 풍부한 작품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도상은 '전원 풍경화'의 전형이다. '시골 가서 양이나 치면서 풍월을 읊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도시 귀족들의 로망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로 치면, 다 때려치고 시골가서 농사'나' 짓고 살고 싶다라는 맘에 해당하는 것이리라.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의 유유자적하게 근심걱정없이 지내는 단조로운 삶을 그린 것이 '전원 풍경화'이고, 이러한 작품들은 대개 귀족들의 서재에 걸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한 자연 속에 사는 것을 꿈꾸는 남성 귀족들의 로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문되고 제작되어온 장르가 <전원 풍경화>이다. 여기에 아름다운 미녀가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잠자는 비너스>는 그러한 로망을 충족시킨 그림이다.
어제 고갱의 그림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전원 풍경화>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 속에서 세상의 치열한 경쟁과 권력에의 암투 이런 것 없이 단순하고 소박하게 평화롭게 사는 삶. 그러한 로망은 21세기를 사는 많은 이들에게도 유효한 것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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