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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11. 13:58 옛날 이야기

오늘 나는 이 서양의 유명한 '빨간 두건'과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의 관련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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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된 오누이....블랑체트와 황금 망토

오늘 나는 이 서양의 유명한 '빨간 두건'과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의 관련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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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 #해와달이된오누이, #빨간두건, #RedRidingHood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4. 19. 00:10 옛날 이야기

조선 태조의 어진

옛날 우리집에 있던 전래동화집에서 읽은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났다.  하도 옛날 어릴 적 읽었던 내용이라 가물가물하긴 한데, 인터넷을 찾아봐도 자세한 이야기가 없다. 

이야기인즉슨, 옛날 어느 농부가 사주를 봤더니 왕이 될 사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농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왕이 될 날만을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왕이 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일을 하지 않으니 가세는 점점 기울었다. 결국 농부는 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이를 먹고 늙어갔다. 세상을 떠나는 날, 그는 '짐이 붕하신다. 태자 불러라'라고 하면서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붕하다'는 임금이 돌아가시는 것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가물가물 하긴한데, 알고보니 왕과 생년월일과 생시가 같더라는 뒷이야기도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여하튼 집에 있던 그 책을 우리 가족 모두 다 읽었고, 그 이야기를 다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우리집에선 가족 중 누군가가 뭔가를 자꾸 미루면 '짐이 붕~하신다!'라며 '붕'에 리듬을 실어 큰 소리로 외치곤 했다.  그건 내 방 정리를 미루는 내게 엄마가 이야기 할 때도 있었고, 숙제를 미루는 우리에게 아빠가 이야기 하실 때도 있었고, 뭔가 맛있는 요리를 해달라고 했을 때 엄마가 '다음에~'라고 미루시면, 우리 형제들이 목소리 높여 외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예전에 정말 왕이 될 사주나 관상이라고 손가락 빨고 아무일도 안한 사람이야 있었겠냐 싶고, 오늘날에도 이를테면 재벌될 사주라고 집에서 재벌될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야 있겠냐마는, 크든 적든 자꾸만 '언젠간 ~을 할거야'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결국은 '짐이 붕~하신다'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간 정원이 넓은 집에서 꽃과 나무를 가꾸며 여유있게 지내야지. 생각해왔는데, 그냥 내친김에 베란다에 작은 허브 화분들과 꺽꽂이 한 화분 몇 개를 만들어 정리해놨다. 언젠가 한국에서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꽃꽂이도 배우고 본격적으로 필라테스도 배우고 하려고 했는데, 이번 봄에 본격적으로 하나라도 시작하려고 한다. 어차피 상황 다 갖춰지고 모든 조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때란 오지 않을테니까. 매일매일 조금씩 하나라도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지내야겠다. 

올해는 봄 날이 꽤 길어서 행복하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1. 14. 00:30 옛날 이야기

오늘 나는 이 서양의 유명한 '빨간 두건'과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의 관련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왠 뜬금포냐구?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읽보시길~


엊그제 살펴봤듯이, "빨간 두건"에서는 늑대와 소녀의 반복적인 문구로 주고받는 대화: 소녀의 '할머니의 ~는 왜~ ?'와 늑대의 '너를 더 잘~ 하기 위해서지.'라며 문장의 리듬을 완성시킨다면, 우리의 '해와 달' 이야기에서는 비슷하게 '엄마 목소리가 왜 그렇게 쉬었어요?" "엄마 손이 왜 이렇게 거칠어요?' 등의 질문들에 대해서, "하루 종일 논에서 참새 쫓느라 고함을 질러서 그렇단다." "하루종일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단다.' 이런 식으로 반복되면서 리듬이 완성된다. 

또한 고개를 하나 넘을 때마다 짜잔~ 등장한 호랑이가 산너머 부잣집에서 일을 해주고 오는 엄마를 막아서며 말하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의 반복이 추가된다. 


물론 "빨간 두건"과 마찬가지로 잔혹 동화 버전도 존재해서, 소쿠리의 떡을 다 빼앗긴 엄마에게 계속 등장한 호랑이가 이번에는 '팔 하나만 주면 안잡아먹~지,' '다리 하나만 주면 안잡아먹~지'를 외치다 결국 몸통만 남은 엄마가 데굴데굴 굴러 고개를 넘고 있는 것을 마지막에는 그냥 '꿀꺽' 해버린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어쨌든 엄마를 잡아먹고 재주를 폴짝폴짝 넘어 오누이의 엄마로 변장한 호랑이가 엄마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는 오누이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서 아이들을 잡아먹으려 한다. 이 때 오누이는 때로는 순진하게 속고, 때로는 재치를 발휘하여,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하늘에 기도를 드린 뒤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 해와 달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우물 속에 비친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우물 속에 있다고 생각하고 속고, 두번째에는 나무를 오르는 데 참기름을 나무에 바르고 올라왔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하다 쭐딱쭐딱 미끄러진 호랑이가 순진한 누이가 도끼로 찍으며 올라왔다는 비결을 듣고 따라 올라가는 등이 그것이다.) 

호랑이도 뒤늦게 기도를 드렸고, 하늘은 이번에는 썩은 동아줄을 내려줘서 그걸 타고 하늘로 오르던 호랑이는 떨어져 죽었는데, 그곳이 수수밭이라 이후 수수는 호랑이의 피 때문에 붉어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빨간 두건" 이야기의 연결점은 무엇인가?  먼저 두 이야기를 일종의 'Rite of passage' 즉, 통과의례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통과의례는 보통 세단계로 나뉜다.  

1. (기존 존재 내지 사회와의) 분리, separation, 

2. 경계선 상에서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이전과 이후의 사이의 과도기를 의미하는 전이, transition, 

3. (이전보다는 성숙하고 독립된 존재로서의) 전체와의 통합 incorporation 

이러한 세 단계를 거치면서 비로소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독립된 존재로서 독립적인 사회적 조직원이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빨간 두건 소녀도 오누이들도 할머니를 찾아가고, 일 나간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소녀와 아이들에서 늑대나 호랑이와 맞닥뜨리면서 변화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성숙하게 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오늘은 신화나 전래동화, 혹은 민담을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그리스 신화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종류의 신화는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매일 낮이면 떠오르는 태양과 밤이면 자리를 바꾸어 등장하는 달의 기원을 그들이 가진 지혜를 한껏 발휘하여 이해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견 잔혹해보이는 신화의 내용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자연의 현상의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서 우라노스와 크로노스가 각자 자신의 아들에 의해 주요부분을 잘리거나 신체부분을 잘려 땅에 흩뿌려짐으로써 죽음을 당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가 감자를 씨가 있는 부분들을 조각조각 나누어 땅을 뿌리는 행위를 연상해보면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우스가 천하의 바람둥이로 등장하는 이유는 태초의 신으로서 세상의 만물을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다는 것도 이해해볼 수 있다.  

"빨간 두건"에서 늑대에게 잡아 먹힌 할머니와 소녀가 사냥꾼의 도움으로 살아나는 설정은 그리스 신화에서도 등장한다. 티탄족이었던 크로노스는 자신도 아버지를 거세시킴으로써 왕이 된 인물. 그런데,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자신도 자신의 자식에 의해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게 된다. 이를 피하고자 그는 자식이 태어나는 족족 잡아먹어 버린다.  이 장면의 끔찍함을 충격적 화면을 즐겨 제작하던 스페인 화가 고야가 그리기도 했다. 

Francisco Goya, Saturn Devouring His Son (c. 1819-23) oil mural transferred to canvas ; 143 × 81 cm,  Museo del Prado, Madrid

이를 보다 못한 크로노스의 부인이자 대지의 여신이었던 가이아는 제우스가 태어나자 제우스 대신 큰 돌멩이를 주고, 이를 모르고 크로노스는 돌덩이를 꿀꺽 삼켜버린다.  제우스는 무럭무럭 자랐고 결과적으로 신탁대로 아버지를 죽이게 된다.  그리고 이제까지 크로노스가 꿀떡꿀떡 삼켜버렸던 그의 자식들은 그의 뱃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다가 나중에 제우스가 그의 배를 가르자 다 무사히 살아나온다.  "빨간 두건"에서, 늑대의 배 속에 있다가 무사히 살아나오는 할머니와 빨간 두건 소녀처럼 말이다. 

다시 오늘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서양에서는 "빨간 두건", 한국에서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 이야기에서 태양이 나타나게 된 것을 이해하고자 만들어낸 이야기로 해석해보자. "빨간 두건"이 태양이 등장하게 된 이야기라는 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프랑스의 전래동화 중에서 "Blanchette," 영어로 번역하면, "The Little Golden Hood"라는 이야기가 있다.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빨간 두건"과 유사하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소녀의 이름이 "Blanchette" 즉 "blanc"이라는 흰색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그녀의 이름은 달과 연결지어 볼 수 있는데, 그 근거로는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달을 흰색이라고 여겼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의 독특한 점은 그녀가 입고 있는 망토가 마법이 깃들여 있는 특별한 것인데, 그 옷의 색상이 바로 황금색이다. 

이 이야기에서 "황금색"과 연관되어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하는데, 어떤 버전에서 이 소녀는 결국 태양이 된다.  서양에서 태양은 (붉은색으로 여겨지는 동양에서와는 달리) '황금색' 혹은 '노랑색'과 연관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빨간 두건"이라는 이야기는 각각 다른 변형의 버전에서 각각 태양과 달과 연관된다는 점, 심지어 한 버전에서는 달이자 태양이었던 점을 알 수 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소년과 소녀가 등장하고, 이들은 해와 달이 되어 번갈아가며 하늘을 비추게 된다.  서양에서의 "빨간 두건"에서는 소녀가 버전에 따라 소녀가 번갈아가며 해와 달을 다 상징하는 반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어둠을 무서워하던 소녀가 태양이, 소년은 달이 되었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등장한 주인공 어린이(들)을 노리는 악당이 이 각각 늑대와 호랑이로 나타나는 점은 다르지만, 서양 우화에서는 늑대가 대부분 악당으로 등장하지만, 때때로 꾀보 여우에게 당하는 어리숙한 상대로 등장하는 점은 우리나라 동화에서 호랑이가 악당으로 등장하지만, 토끼같은 꾀돌이에게 당한다는 면에서는 일면 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떨어진 곳에서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칼 융의 이론으로 읽어보면 흥미롭기도 하고 이해되기도 하지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이상 나름 비교 분석해본 서양의 "빨간 두건"과 한국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였습니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1. 12. 02:17 옛날 이야기

며칠 전 '아기 돼지 세 마리'에 대한 글을 올리다보니, 크고 못된 악당 늑대, Big Bad Wolf가 등장한 또 다른 이야기가 떠올랐다. '빨간 두건' 혹은 Little Red Riding Hood라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도 대부분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엄마가 만들어준 빨간 망토를 입은 소녀는 숲 속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를 찾아가게 되는데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소녀의 엄마가 음식 바구니를 내밀며 편찮으시다는 할머니께 갖다 드리라는 퀘스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에서는 '커다란 악당 늑대 (Big Bad Wolf)'는 폐활량이 엄청났지만, 이번 늑대에는 일단 식욕이 엄청나고 그 엄청난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변장도 불사하는 것으로 등장.  숲 속에서 만난 소녀에게 들은 말 만으로 지름길을 이용해서 할머니 집에 먼저 도착해서 할머니를 '꿀꺽' 삼켜버리는 것으로 보아 길눈도 엄청 밝은 걸로. 

늑대가 소녀를 잡아 먹으려는 것이 주목적이었으나,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할머니를 먼저 잡아 먹고 할머니로 변장하여 소녀를 속여 그녀마자 잡아먹는 것은 동일하나, 그 과정이나 결말에 있어서는 다양하게 변형된 버전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원래 구전되던 이야기이던 만큼 현재 남아있는 이야기에도 구전시 암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채용했을 리드미컬한 반복이 많이 남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할머니의 옷과 나이트 캡을 쓰고 침대에 누워서 빨간 두건 소녀를 맞이한 늑대를 향해 소녀가 할머니의 정체를 확인하는 과정은 반복적인 구문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구전동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를 보며, 할머니의 신체 부분이 왜 이렇게 크고 기냐며, 팔, 다리, 귀, 눈, 입에 대해 질문하는데, 이 모든 특징이 다 소녀를 잘 안기위해서, 빨리 뛰기 위해서, 소녀의 소리를 잘 듣고, 소녀의 모습을 잘 보기 위해서라고 설명을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커다란 입은 그녀를 잘 잡아먹기 위해서라며 소녀도 '꿀꺽' 잡아먹는데, 이 둘의 대화가 리드미컬하게 반복되고 점층법을 사용해 긴장을 고조시킨 다음에 결국 소녀를 잡아먹어버리는 것이다. (이 과정을 냉정하게 보면, 아 빨간 두건 소녀는 눈이 엄청 나쁘구나....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어떤 버전에서는 할머니의 정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는 이번에는식인을 빨간 두건 어린이에게도 종용하는 것으로도 나오는데, 이 과정이 모두 리드미컬한 구문으로 진행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방송, 아니 블로그 심의 규정상 아래쪽에 따로 마련하였다. 정 궁금하면 맨 아래쪽에서 읽어보시길.) 

이야기에 교훈을 주입하는 것은 사실 후대의 노력으로 '구전동화'란 원래 주방의 화로 주변에 모여 하인과 하녀들의 오락거리였기에, 딱히 교훈이 필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지루한 겨울 밤, 할 일을 막 끝내고 피로를 풀려고 하던 그들에게는 충격적인 얘깃거리가 그들 사이에서는 더 인기가 있었으리라.  보다 더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는 매번 이야기에 살을 덧붙이다보니 점점 더 자극적이 되어 갔을 것이다.  

이를 글로 처음 옮긴 이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 1628-1703)이고, 이후 우리들에게 '페로 동화'라고도 널리 알려진 “어미 거위” 이야기가 탄생한다.  1697년 출판 당시의 원제는 "과거와 도덕에 관한 이야기들"로 "어미 거위"는 부제였다. [Histoires ou Contes du Temps passé: Les Contes de ma Mère l'Oye] 그리고, 이야기에 교훈을 본격적으로 주입시킨 이도 페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이야기의 주제는 '좋은 집안 출신의 아름답고 젊은 규수들은 친절하게 접근하는 낯선 '늑대'들을 조심하라'는 것이었다고. 그리고, 이전의 자극적이고 충격적 이야기를 좀 순화시키면서 손녀의 식인부분은 생략하였지만, 교훈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까?  소녀가 변장한 늑대의 침대로 오르는 것에서 이야기가 끝을 맺는다. 

우연히 지나가던 사냥꾼이 늑대의 계책과 만행을 눈치채고, 잠든 늑대의 배를 갈라, 할머니와 소녀를 구하고, 자신은 늑대의 가죽을 얻는다는 윈윈 전법으로 변형된 이야기는 이후의 또 다른 유명 동화, '그림 동화'에서 발견 할 수 있다.  이 그림 동화는 '그림이 있는 동화'라는 뜻이 아니라, 야콥 그림 (Jacob Grimm: 1785-1863)과 빌헬름 그림 (Wilhelm Grimm: 1786-1859) 형제의 합작으로 전래 동화를 집대성하여 만든 Children's and Household Tales, Grimm's Fairy Tales이다.  독자가 어린이들임을 염두에 둔 만큼 우리의 주인공들이 무참하게 늑대에게 먹혀버린 것으로 끝내기에는 못내 찝찝했었음에 분명하다. 



물론 구전 동화라면 다 그렇듯 여러가지 버전이 있어서 이 밖에도 다양한 변형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는 할머니와 소녀가 합작하여 복수하는 버전도 있다. 앞의 부분까지는 그림 동화와 동일하여 할머니와 소녀가 구조되었으나, 숲 속에 사는 늑대가 한 마리가 아니라는게 함정. 이번에는 할머니와 소녀는 오히려 늑대를 굴뚝으로 유인, 그 아래에는 펄펄 끓는 물이 가득 담긴 솥이 놓았다는 이야기.  늑대는 안을 들여다보려고 목을 쭈욱~ 빼고 내려다보다 몸의 균형을 잃어 굴뚝 밑으로 쑥 떨어져 물이 끓고 있는 솥에 풍덩 빠지고, 결과적으로 사냥꾼은 늑대의 가죽을, 소녀와 할머니에게는 늑대 스프를 한 솥 가득 갖게됨으로써 복수가 완성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초기 이야기에는 할머니께 갖다 드리고자 한 음식들도 변주가 다양하다. 처음엔 커스터드와 버터 한 덩어리였다가, 스프였다가, 빵과 와인이었다가....(그러나 뭣이 중헌디... 말을 옮기다보면 그 정도야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한, 초기의 이야기에는 아이의 옷차림에 대해서 언급이 없다가, 그냥 두건으로만 나오거나, 옷의 색상도 빨강이 아닌 노랑색인 경우도 있고 말이다.  북구쪽의 유사한 이야기에서는 마법이 깃든 황금으로 만든 것이었다는 것  

이 유명한 이야기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존재한다소녀가 입고 있는 것이 붉은 'riding hood'는 주로 말을 탈 때 여성들이 덧입는 옷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장옷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이러한 옷으로 주인공 소녀가 등장하는 것은 후대의 버전으로 이전에는 빨강색 두건이었지만, 앞서 언급했듯 노랑색으로도 존재한다는 것

대부분 붉은 색에서의 상징에 주목하여 소녀가 여인이 되는 가정에 겪는 '생리혈'의 상징으로 보고, 늑대가 소녀를 침대로 이끈다는 점에 주안하여 이것에서 성적인 상징을 읽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아이가 빨간 두건을 쓰고 등장한 이후, 그리고, 교훈이 첨가된 이야기일 경우에는 적용가능하지만, 두건의 색이 다르거나, 주인공 소녀가 붉은색의 의상을 착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 맹점이 있다.  

그보다는 이러한 이야기는 '낯선 자를 경계하라'는 교훈의 cautionary tale라는 데서 의미를 찾는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cautionary tale'이란,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조심시키는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통 이러한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어른이나 신성한 존재에게 '~만은 절대 하지마라'는 경고를 듣는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주인공은 꼭 그 하지말라는 행동을 하고, 그 때문에 혹독한 댓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빨간 두건' 소녀의 경우, 할머니와 소녀 자신의 목숨이 댓가였던 셈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구전동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인데, 예전의 사회가 서양이나 동양이나 대부분 농본사회로 소규모 이웃이 모여사는 고정된 사회였음을 반영한다. 따라서, '낯선 사람' 혹은 '이방인'은 경계의 대상이자, 그 작은 커뮤니티의 이질적인 존재로 그 사회에 흡수되기 어려웠음을 반영한다.      

오늘은 '아기 돼지 삼형제'와 마찬가지로 늑대가 악당으로 등장하는 또 다른 이야기 '빨간 두건'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내일은 '빨간 두건'과 관련해서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럼 내일 다시~



이하는 블로그 심의 규정상 다소 잔인한 버전의 "빨간 두건" 이야기. 노약자나 임산부, 맘 약한 사람들은 주의하시고,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건너뛰심이....

이태리 버전에는 늑대 대신 오거 (orge)가 나오는데, 할머니의 내장을 걸어두고, 찬장에 할머니의 이를 담아두고, 컵에 할머니의 피를 담고, 탁자의 접시 위에 할머니의 살을 발라 놔두고 차례로 마시고 먹으라고 시킨다. (오거란 슈렉과 같은 종류의 괴물. 우리 슈렉이야 좀 더러워서 그렇지 엄청 착하지만, 원래 그의 조상은 잔혹한 괴물이다.)  

에 들어선 빨간 두건 소녀가 말한다. "할머니, 배고파요."

오거가 대답한다. "부억 찬장에 가보렴. 거기 쌀이 좀 있단다."

빨간 두건이 찬장에서 이를 담아둔 접시를 꺼내곤 이야기 한다. 

"할머니, 이 쌀들이 무척 딱딱해요!"

"닥치고 먹기나 해! 그건 네 할미의 이니까!"

"뭐라고요?" 

"닥치고 먹기나 하라고!" 

이런식으로 전개되면서 "닥치고 먹기나 해! (Eat and keep quiet!)"가 반복된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1. 2. 00:30 옛날 이야기

새해 인사를 주고 받는 연말연시. 친구 하나가 보내준 메시지에 아기 돼지 삼형제 그림이 담겨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처음 그 새해 메시지를 만든 이는 "아기 돼지 삼형제"의 이미지를 이용한 것이리라. 

아기 돼지 삼형제. 아기 돼지가 지은 집을 형상화한 옷을 입고 있다. https://www.londonnewsonline.co.uk/an-imaginative-retelling-of-the-classic-fairy-tale-three-little-pigs-go-west/

아기 돼지 삼형제 그림을 보고 아 2019년이 돼지해구나 알게되었고, 아기 돼지들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게 되었다. 맘이 즐거워진 김에 옛날에 그림책으로도 읽었고, 디즈니 만화로도 보았던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잠시 떠올려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왜 돌아간지에 대한 힌트는 디즈니 만화에 나와있다. 잔혹동화인가? ㅎㅎ) 세 형제는 각각 자신의 집을 짓기로 한다. 

벽에 '아버지'라고 적힌 팻말 위에 걸린 소시지 그림..... RIP 아부지....


첫째는 지푸라기로 집을 짓고, 둘째는 나뭇가지, 그리고 세째는 벽돌로 집을 짓기 시작한다. (맨 위의 그림의 돼지 삼형제가 입고 있는 옷은 각각의 집을 지은 재료를 나타내준다.)

당연히, 첫째 형의 지푸라기 집이 제일 먼저 후다닥 완성, 그다음이 둘째형의 가지를 엮어 만든 집이 완성된다. 막내의 집은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짓는 집이라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이렇게 더디게 집을 짓는 세째를 보며 두 형들은 막내의 요령없음을 비웃고는, 자신들은 띵가띵가 둠칫둠칫 파티 타임. 

누가 뭐라든 벽돌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 집을 짓는 막내 아기 돼지

이 때 배고프고 흉악하기 그지 없는 늑대가 나타나 이 형제들을 차례로 잡아 먹을 생각을 하는데.....   아기 돼지 세마리는 각자 자신의 집으로 후다닥 도망을 가서 숨는다.  이들이 몰랐던 것은 이 늑대가 폐활량이 엄청났다는 사실. 첫째의 집도, 둘째의 집도 큰 심호흡 후에 후우~~ 한방에 다 날라가버린다. 

첫째와 둘재 아기 돼지의 집이 홀라당 날아가버린 장면. 두 형이 이때까지 업신여기던 동생네로 도망가는 장면 


첫째와 둘째가 허둥지둥 세째의 집으로 도망을 가서 숨겨달라고 애원을 하고, 맘씨 좋은 세째는 자신의 집을 짓는 모습을 미련퉁이 밤퉁이 무시하고 놀렸건만, 그 두형을 자신의 집에 숨겨준다.

늑대는 다시 한번 자신의 폐활량을 뽐내~~려고 했지만, 이번엔 벽돌집이 워낙 단단하게 지어졌기에 이 아기 돼지들은 다 무사했다는 이야기.

사실 아기 돼지 삼형제에는...............내가 가끔 학생들에게도 들려주는 이야기 두 가지의 중요한 교훈이 담겨져 있다.  

1. '내가 쉽다고 여기는 일은 남들에게도 쉽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는...

2. 그리고 기초를 쌓기까지가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 단계지만 가장 중요한 단계라는....

2019년 새해 시작에 이러한 교훈적인 그림을 받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새해에는 기초에 충실한, 그래서 처음에는 더디게 느껴지지만 단단한 벽돌집을 짓는 한해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준다.

아자 아자 아자~~~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11. 20. 21:33 옛날 이야기

어릴 때 안데르센 전집이 집에 있어서 그 속의 이야기들은 빠짐없이 읽었었다.  그 시절 읽었던 안데르센 동화 중에서는 지금 곱씹어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많다.  안데르센 동화 중 잘 알려진 인어공주 이야기만 해도 너무 비극적이라 '동화'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그나마 그건 재미라도 있지, 개중에는 정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내용이 많다.  이를 테면, "작은 클라우스와  큰 클라우스", 이 이야기는 어린이가 읽기엔 지나치게 길면서 내용은 또 정말 재미없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생각하기엔 가장 의미 불분명한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공주와 완두콩" 이야기이다.  

스토리의 전개는 이러하다. 

어느 왕국의 왕자는 '진정한' 공주와 결혼하고 싶어했는데, 항상 결정적 순간에 진정한 공주가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식사 예절을 제대로 모른다거나, 아름답지 않다거나.... 왕자는 선을 보는 공주들에게서 결정적 순간에 티를 발견하고는 번번히 실망하고 퇴짜를 놓고는 한다.  그러던 중, 어느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날,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비에 흠뻑 젖은 젊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남루한 행색임에도 거만하다고 할 정도로 당당하게 자신을 '진짜 공주'라고 주장하며 그 궁전에서 하루밤 묵게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왕자는 당황했지만, 폭풍우 치는 밤, 곤궁에 처한 사람을 야박하게 쫓아낼 수 없었기에 왕자는 시종들에게 시켜 잠자리를 마련하라고 시킨다.  매트리스 12장에 오리털이불 12장을 깐 아주 푹신푹신한 이부자리를 말이다.  

그 다음날, 왕자가 그 여인에게 잠자리는 어떠했냐고 물으니 그녀로부터 등에 뭔가 배겨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자, 왕자는 높이 쌓인 매트리스를 다 들어내고 그 맨 아래에 깔린 완두콩을 집어 올린다. 그러면서 '음하하하', 그 까칠한 여인에게 '당신처럼 예민한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라며 '인정!'하며 둘이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실 어릴때 그 이야기를 읽었을 때, ??????!!!!!!! 이런 느낌이었고, 지금 다시 그 스토리를 떠올려도 느낌이 별반 다르지 않다.  정말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지 않은가?  까칠하고 예민함이 공주의 척도라니!  




대학 때였다. 친구랑 대화에 몰두하고 있는 내 어깨를 누군가가 뒤에서 톡톡 쳤는데, 나는 그 이야기 도중이라 미처 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뒷쪽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은 둔해서 못알아차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약간 발끈해가지고는, 그쪽으로 고개를 홱 돌려 방금 '둔하다'는 발언을 한 친구를 쏘아보면서 내가 말했다. "아냐~ 난 완두콩 공주야~"  

그 순간 나는 내가 그 오랜 세월 그 얘기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고, 그 얘기를 들은 애들 중에 그 얘기를 알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 그리고 다들 안데르센의 그 동화의 특이함과 허망함에 대해서 말하면서 한참 깔깔대고 즐거워했다. 그리고 한동안 내 별명은 '완두콩 공주'가 되었다. 

재작년 9월 12일 저녁 8시 반 정도, 경주에 지진이 크게 났을 때, 난 내 방 책상 앞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 방바닥이 꿀렁거리고 책상이 흔들거리는 느낌을 느꼈다. 잠시 놀라서 정지 장면처럼 앉아 있다가, 잠시 후 방 밖으로 뛰어나가 '지금 흔들렸지?"라고 가족들의 동의를 구했으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후 인터넷에 지진 소식이 올라와서 경주에 지진이 크게 있었고, 서울에도 약간의 여파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몇 차례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어제 새벽에는 흔들림에 잠이 깼다. 그 흔들림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오늘 잠시 잊고 있다가 찾아보니까, 어제 대전에 새벽 3시반쯤 지진이 있었다.  폭풍우나 지진이 오기 전에는 야생동물들이 부산하게 피난을 간다고 하는데, 내가 동물적 본능이 뛰어난 건가?  어찌 되었건 어제는 유난히 진동과 흔들거림의 시간이 길었고, 그 탓에 잠을 설쳤다.  그 덕분에 요새 가뜩이나 체력 저조한데, 오늘은 컨디션이 더 안좋았다.  

친구들은 '공주' 그 대목이 심히 걸린다 하겠지만, 난 '완두콩 공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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