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은 진작해놓고도 일정도 바쁘고 10월말부터 오랫동안 감기를 앓다보니 차일피일하다가 이제서야 다가왔다. 얼리버드 티켓이 아닌 이상 전시는 내년 2025년 3월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니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여유있게 가보시길~
미술사 개론서에서는 에콜 드 파리 섹션에 포함되는 그이지만 원래 '에콜 드 파리'라는 것이 시기적 위치적 공통점 이외에 거기에 포함된 작가들이 공통된 화풍이나 이념은 없었던 개별 작가들의 모임이다. 19세기말 파리의 몽마르트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작가들을 후대 미술사학자들이 편의상 묶어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흔히 에콜 드 파리에 속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앙리 툴루즈 로트렉의 경우 프랑스인으로 높은 귀족 가문 출신이다. 어릴 때의 사고로 (일설에는 유전병이라는 설도 있다) 평생 키가 130센티 남짓하고 불구로 살게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귀족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채 물랭루즈 같은 파리의 환락가에서 주변의 무희나 배우, 그리고 매춘부등을 그린 화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이 대다수 포함되어 있고 그 밖에도 쥘 세레와 알폰스 무하 등과 같은 벨 에포크 시대의 광고 포스터등도 많이 전시되고 있다. 이미지 자체는 도록이나 미술개론서에서 많이 본 이미지지만 직접 보기는 힘든 작품들이라 관람이 즐거웠던 전시다.
이번 <툴르즈-로트렉: 몽마르트의 별> 전시 구성은 전부 4개로 나눠져 있다.
- 제1부 보헤미안
- 제2부 휴머니스트
- 제3부 몽마르트의 별
- 제4부 프랑스 아르누보 포스터
1부부터 3부까지는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들을 연대기적으로 구분해서 전시하고, 4부는 쥘 세레와 알폰스 무하 등 19세기말의 광고 포스터로 유명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2부와 4부의 전시가 인상 깊었다.
아래 작품은 <바빌론 달레마뉴>라는 제목인데 동명 소설의 홍보를 위해서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원래의 최초의 석판화 상태와 색을 입힌 단계, 그리고 레터링까지 다 넣은 단계를 나란히 놓아 전시해줘서 석판화 과정을 아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인상주의부터 후기 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 자포니즘이라고 부르는 일본풍의 유행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에콜 드 파리 작가들 중에서는 단연 툴루즈-로트렉이 자포니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작가 중 하나다.
유명 가수나 무희, 그리고 당시 그 예술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을 모아서 판화집을 내기도 했고 이를 이번에 전시하고 있다. 이러한 포맷 역시 우키요에의 한 카테고리인 '야쿠사에'라고 하는 가부키 배우들의 인물들을 모아서 펴낸 형식을 따른 것이다.
단순화된 형태와 굵은 윤곽선, 기울어진 원근법적 구도, 그리고 길베르의 머리를 의도적으로 잘라내어 이목을 중앙에 집중시키는 대범한 구성은 일본의 목판화, 우키요에의 영향을 반영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기법 두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크라쉬 (Crachis)는 석판 위에 붓으로 잉크를 튀기는 기법으로, 미묘한 톤과 은은한 음영을 주거나 안개 낀 대기의 효과를 만드는데 활용된다. 분무기와 에어브러시를 사용하여 세밀한 텍스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크로핑 (Cropping)은 이미지를 잘라내어 특정 부분만을 강조하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여 전체적인 구성에서 집중도를 높이는 기법으로, 일본 목판화의 구성으로부터 차용되었다. (하지만 이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가장자리를 잘라내는 것으로 사진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라 이것이 꼭 일본 목판화에서 온 것인가 하는 것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아래 작품은 내가 최근 마네에 대한 수업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연상하게 했다. 툴루즈 로트렉의 <모던한 기술자> 물론 로트렉의 작품에서는 환자가 누워있는 침실에 의사가 왕진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설명문에는 의사의 왕진이 아닌 기술자가 방문한 것을 의사가 왕진한 것으로 패러디해서 표현을 했고 에로틱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고 나와있다.
내가 보기엔 여인의 침대 발치에서 뒷모습을 내보이게 그려진 강아지 역시 <올랭피아>에서의 검은 고양이의 참조인 것 같다. <올랭피아>에서는 없었던 '고객'의 모습이 함께 그려진 것이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까? 마네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이 아닐까 싶은 유머러스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이 대다수 포함되어 있고 그 밖에도 쥘 세레와 알폰스 무하 등과 같은 벨 에포크 시대의 광고 포스터등도 많이 전시되고 있다. 이미지 자체는 도록이나 미술개론서에서 많이 본 이미지지만 직접 보기는 힘든 작품들이라 관람이 즐거웠던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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