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작년의 일이다.
지인에게 방울토마토와 흙이 담긴 조그만 봉지를 선물로 받았다. 건네면서, 조금 오래된 거라 싹이 틀지 모르겠다며.... 그래서, 큰 기대 없이, 마시고 난 플라스틱 커피 음료 잔 밑에 구멍을 뽕뽕 뚫고, 봉투의 흙을 담고, 그 흙에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몇 개 홈을 파 놓고, 작은 비닐 봉투 속에 담겨있던 몇 알 되지도 않아 보이던 눈꼽만한 씨 몇 알을 조심스레 나눠서 그 구멍 속에 떨어뜨려 담고서는, 흠씬 물을 뿌려 주었다. 크게 기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며칠에 한번씩 물도 주고 했더니...
싹이 꼬물꼬물 올라오는게 아닌가?! 기대없이 놔두던 플라스틱 컵속의 초록을 보고 경탄하면서 집에 있던 화분에 옮겨 주고 좀더 정성을 들였더니.... 열렸다. 토마토가....
난생처음 내 손으로 키운 유실수라니~ 너무 신기하고 나의 무관심과 무경험 속에서 방치된 상황에서도 그토록 무럭무럭 자라준 생명들이 너무 고마워서 그 뒤로는 좀 더 신경을 쓰며 살펴보았다. 그래도 딱히 달리 해준 건 없고, 그냥 물만 일주일에 한 번 주는 것을 빠뜨리지 않고 지킨 정도. 심지어 전문적인 녹색 플라스틱 대도 처음에 존재 자체를 몰랐고, 나중에 그런게 있다는 걸 알고 나서도, 그걸 어디서 사는지도 몰라서 그냥 나무 젓가락으로 지지대를 세워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해묵은 방울토마토 씨들은 몇 차례의 수확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먹기도 아까운 열매들을 몇 차례 따서는 동네방네 자랑하면서 식구들에게 하나씩 하사하곤 했다. 예수님이 성찬을 나누실 때에도 이렇게 생색을 내지는 않으셨으리라.
위의 사진은 마지막 수확을 기념하여 한 컷.
그래서 재미를 붙여서 올해도 한번 하고서 이마트 원예 코너에서 비슷해보이는 방울토마토 키트를 사서 뿌려보았는데, 실패!
역시 그건 우연이었나? 나는 스스로 난 원예에 재능이 있나보다. 나름 무척 감격했었는데...
그러던 나날을 보내던 중, 슈퍼에서 산 파프리카를 요리할 때 다듬다가 나오는 씨를 보고 문득 그 씨들을 모아 말려서 나중에 뿌려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서 조심스레 씨들을 모아 말려두었다.
그러고선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다가 그 바싹 잘 마른 씨들을 실패한 방울 토마토 씨들을 심었던 곳에 다시 뿌려두었다.
그랬더니, 싹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영양제도 사서 지시사항대로 거꾸로 세워 화분 귀퉁이에 꽂아두었다. 그리고 녹색 지지대도 미리 구입. 일부는 작년의 방울 토마토 나무(?)에 나무 젓가락을 빼고 꽂아주었다.
식물은 어떠한 의미에서 대단하다. 자리를 옮겨 다닐 수 없으니, 그야말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생명을 유지하고 열매을 맺어 후손을 잇고자 노력을 한다. 인간들이 겪는 어려움에 비해서 더욱더 극한의 어려움에 맞서서 생명을 유지해온 것이다.
나는 항상 in-put과 out-put간의 간격이 긴 일만을 해왔다. 그러다가, 이렇게 비교적 단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물을 접하니 성취감이 남다르다. 힐링 타임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앞으로는 '원예'를 당당히 취미란에 써넣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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