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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25 겜알못의 드라마 보기...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2019. 1. 25. 00:30 일상 이야기

알함브라 궁전

난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내가 본 드라마는 손꼽는데, 드라마를 안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무래도 매주 그 시간 기다려서 보는게 너무 힘들어서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광고 나오는 동안 딴 짓하다가 매번 흐름을 놓치곤 하다가 시들해져서 안보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 20대 초반 남녀간의 연애 드라마인데, 이건 뭐 주인공이 의사이면 병원에서, 변호사이면 법정에서 알콩달콩 연애만 하는데, 나로선 드라마에 설득당하지 못해서 딱히 공감이 되지 않아서이다. 

내가 최근 들어서 본 드라마 중에서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비밀의 숲'하고 '라이프 온 마스'였는데, 이 두 드라마는 광고 없는 스트림으로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매주 다음주를 기다렸다 본 드라마였다. 

비밀의 숲은 왜 다들 '조승우, 조승우' 하는지 알게 해 준 드라마였고, 난생처음 드라마 작가가 누구인지 이름을 찾아본 드라마였다. 단 하나의 살인 사건과 그것에 대한 해결 과정만으로 드라마 전체를 아우르며 빅 픽쳐까지 그려낸 수작이었다고 생각한다.  

'라이프 온 어스'는 한국 드라마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에 새삼 감탄한 드라마였다.  애초에 BBC의 드라마를 리메이크라고 한 것이라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처음에 1회 한국 드라마를 보고, 영국 건 어떻게 만들었나 궁금해져서, 힘들게 BBC 드라마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단순히 한국 사람이라서인 것일 수도 있지만, 한국 드라마 쪽이 훨씬 더 재밌고 구성이 조밀했다. 내가 전문적인 연출가도 아니라 자세한 것은 분석 내지 비평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긴 하지만, 나로서는 한국 드라마 쪽이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 영국 드라마는 한 두편 보다가 중간에 재미없어서 관둬서 모르긴 하지만, 너무 축축 처지고 음울하기만 하고, 주연 배우의 카리스마라고 할까 흡인력이라고 할까 하는 것이 너무 약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보게 된 드라마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연말에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 두명다 재밌다고 재밌다고 한 두 드라마 중 하나였다.  다들 재미있다고 장안이 떠들썩한 'SKY캐슬'은 뒤늦게 첫 회보고서 전반적으로 주인공들의 행동설득당하지를 못해서 계속 보지 않기로 하고, '그렇다면...'하면서 오랜만에 본 드라마였는데....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실망이었다. 막장 드라마 욕하면서 본다고 하더니만, 그렇다고 딱히 중반 넘어 본 드라마 몇개 되지도 않는데, 중간에 그만두게도 안되었다.  불만이 차오르는데 끝까지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 이렇게 악평 하나 남기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을 것 같아 글이라도 하나 쓰는 것이다. 

난 겜알못이라 처음에 한 두회는 정말 참신하고 신선했다. 아, 이래서 겜 폐인이 나오는 거구나 생각도 하면서... 

'가상 현실'은 어떤 의미에서 철학적 사유를 유도하는 화두이고 많은 철학자들이 이에 주목해서 담론도 활발한 분야이다. 내가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 주변의 현실에 대한 반응인데, 그 현실이 가상일 경우의 우리의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는 것이다. 내가 늘 생각해온 인간의 정의, '인간이란, 그 주체의 경험의 결정체'라는 정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의 주제를 듣고 혹 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첫 회를 보았을 때의 스페인의 아름다운 풍광도 한 몫을 했다. 다음 번 유럽 여행에는 반드시 스페인을 넣자, 결심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회가 갈수록 시청자들을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로 아는지 매번 전회의 요약편을 회상씬 형태로 절반 이상을 채우더니, 후반으로 갈 수록 'PPL의 추억'이 되어 갔다. 덕분에 많은 별명이 생긴 것 같았다. '발암브라 궁전의 추억',  '서브웨이의 추억', '토레타의 추억' 등등.... 

그리고, 아무리 내가 게임의 전문 세계를 모른다고 해도 그렇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물론 원체 설정 자체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으니까, 어느 정도 말이 안되는 건 안되는대로 오히려 그게 드라마의 재미일 수도 있지만, 주인공들의 대처 능력이랄까 사고 처리 방식이랄까 납득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례적으로 드라마 작가의 이름을 찾아본 두번째 드라마였다. 전작과는 다른 이유로....  

왠만하면 드라마 잘 보지도 않는 1인으로서 비판으로만 가득 찬 글로 마무리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가 이름으로 검색하다 보니, 정작 드라마 작가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거나 자부심을 느낀다거나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나보다. 그런 내용의 글을 몇 개나 뉴스 포털의 헤드라인에서 봤다.  아마 작가의 주변에는 전부 드라마 참가자들. 서로 전부 좋다 좋다 해주고 자축하는 분위기였나보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는 참 많구나, 그리고 모름지기 주변에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사람이 많으면 위험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비밀의 숲'이 '조승우', '라이프 온 마스'가 정경호의 발견이었던 드라마였다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현빈의 발견이라는 점에서 수확이었다면 수확이다.  명불허전. 솔직히 현빈이라는 배우가 나온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분명 CG로 처리했을 장면들에서의 연기를 포함해서 미묘한 감정표현에서 참 탁월했다.  왜 다들 그렇게 '현빈, 현빈~'하는지 알 것 같았다. 반면 잘생기고 이쁜 배우들도, (맡은 역이) 너무 어버버하고, 너무 맨날 울기만 하는 것이면 매력이 반감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드라마를 보고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1. 스페인은 한번 꼭 가봐야겠다.

2. 주변에 자신에 대한 칭찬만 해주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사는 환경은 자신을 정확히 바라볼 기회를 잃을 위험이 크므로 항상 경계해야한다. 

3. 역시 드라마는 내 선호 장르는 아니다. 매주 챙겨봐야 하는 문제나, 중간의 광고 문제는 어떻게 어떻게 해결해도 역시 나랑은 잘 맞지 않는 장르이다. 

4. 무슨 일을 진행하던 예산의 안배는 중요하다. 이번 드라마처럼 스페인 로케로 초반에 예산을 때려부으면, 나중엔 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진 역량의 안배도 중요하다. 초반에 너무 소진하면 일이 결국은 용두사미가 될 위험이 있다. 

5. 이 드라마가 주려는 교훈은 아마 이런 것이리라. '게임에 빠지면 건강에도 안좋고 (총이나 칼 맞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때로는 목숨도 진짜 잃는다 (말 그대로 게임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 

그리고, 귀에 익었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 곡이 어디선가 들리면 칼든 자객이 내 주변에 없을까 휘이휘이 둘러보게 될 것 같은 건 이 드라마의 후유증이리라.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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