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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2. 20:56 미술 이야기

오늘부터 한동안은 아래 작품 속의 속담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화풍 자체가 개인적으로 특별히 선호하는 화풍은 아닌데요, 주제의 선정이 창의적이고 독특해서  제가 좋아하는 화가입니다. 

아래 작품은 16세기 네덜란드 화가로 유명한 피터 브뤼헬 더 엘더 (Pieter Brueghel the Elder)의 <네덜란드 속담>이라는 작품입니다. 집안 식구들이 다 유명한 화가인데다가 아버지랑 아들이 이름이 같다보니, the younger가 붙으면 아들, the elder가 붙으면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그의 원래 성은 Brueghel이었던듯 한데요. 어느 시기부터인가 'h'를 떼고 Bruegel이라고 서명을 하기 시작했기에 안그래도 긴 이름이 더 혼란스럽죠. 그의 친척들은 여전히 "Brueghel" 혹은 "Breughel"이라는 성을 쓰는 와중에 말입니다. 

왠일인지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이름을 똑같이 쓰는 경우가 많았던 서양의 전통으로 인해 같은 이름 뒤에 the elder, the younger라는 명칭이 붙는 경우가 많은데요. 도대체 이 사람들은 이름을 왜 짓는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덕분에 한국어로 번역하기 아주 애매한 이름의 화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the elder를 한자로 큰대자를 써서 대~ 이렇게 부르는 경우도 있고 아버지라는 의미의 한자를 붙여 부~ 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편의상 아버지라는 의미를 알려드릴겸 '부'라는 글자를 이름 뒤에 붙였습니다.  

1517년 종교개혁 이후의 이탈리아와 북부 유럽의 예술계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플랑드르라고 불리던 지역, 네덜란드와 프랑스 북부 지역, 벨기에 지역에는 개신교가 자리를 잡아서 전통 카톨릭 교회에서의 종교화가 거의 그려지지 않습니다. 대신 장르화가 발달하게 되는데요. 오늘 보게 될 작품은 그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르화란 성서의 얘기나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한 역사화에 비해 다소 급이 낮다고 여겨지던 회화로, 일반인의 생활상을 그리면서 그 속에 풍자나 유머를 담아 내어 그린 그림입니다. 역사화가 아카데미에서 가장 격조가 높은 회화로 여겨지던데 비해, 장르화는 중산층의 사랑을 받던 분야의 회화랍니다.  

 

Pieter Brueghel the Elder (1526/1530–1569), Netherlandish Proverbs (1559) oil on oak wood ; 117 x 163 cm, Berlin State Museums

피터 브뤼헬의 <네덜란드 속담>에는 당시 네덜란드에 살던 보통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거기에 그는 이들의 행동이 네덜란드어에 존재하는 각종 속담을 묘사하고 있다는데 특이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주제는 그가 창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오늘부터 몇 차례에 걸쳐 이 그림 속에 묘사된 속담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가 따로 자신이 표현한 속담의 리스트를 남긴 것도 아니고, 개중에는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표현도 많기 때문에 네덜란드인들조차 이해를 못하는 표현도 많답니다. 그러니, 네덜란드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이 보기에 어디까지 이해가 될지 의문이긴 하지만, 저는 보면서 재미있었고 즐거웠기에 공유하고자 합니다.   

피터 브뤼헬의 <네덜란드 속담>의 세부, 왼쪽 상단의 지붕위에 타르트들

오늘은 가장 잘 알려진 속담이자, 한국인인 우리도 이해할 수 있는 속담을 묘사한 '타르트로 타일을 얹다'로 시작할까 합니다.  여러분은 남의 집 지붕 위에 타일, 우리식으로 이야기하자면 기와를 얹는 대신 타르트를 가득 늘어뜨려 놓아진 걸 보신다면 어떤 생각이 드실것 같으세요?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 그 집 참 부자다~' 이런 느낌이 들었나봐요.  '타르트로 타일을 얹다'는 '부유하다'라는 의미랍니다. 근데 듣고보니 이해가 가지 않나요?  우리나라라면 같은 식으로 어떤 속담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시루떡으로 담을 쌓는다' 해야하나요?

맛있긴 하죠 과일타르트도 에그타르트도. 

 

피터 브뤼헬의 <네덜란드 속담>의 세부, 왼쪽 상단의 지붕위에 타르트들 옆에 놓여진 빗자루

그런데, 그 타르트들이 놓여있는 지붕 위에는 마당비가 함께 놓여있는데요. 네덜란드 속담에 '빗자루를 내다놓다'는 '주인 없을 때 농땡이를 친다.'라는 의미랍니다. 빗자루 따위 내팽개쳐두고 놀러나간 그 집 시종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어떠세요? 재미있죠? 내일도 다시 다른 부분에 감춰진 속담을 들고 찾아올게요~  (한류 드라마의 인기는 다음 회를 보지 않으면 안되게 기막힌 엔딩도 한몫을 한다죠? 그렇다면! 나두~ 다음번이 궁금하게 끝내보려구요.)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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