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내맘대로 작품보기' 태그의 글 목록
2020. 3. 23. 00:01 미술 이야기

한동안 뜸했던 '내 맘대로 작품보기' 시리즈를 며칠 전 한번 올렸는데, 또 다시 올려본다.   며칠 전의 포스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으로.  며칠전의 해골이 등장한 장르화에 대한 '내 맘대로 작품보기'는 내가 보기에 즐겁다기 보다는 미술사적으로 할 얘기가 막 샘솟아서 선택해서 올린 포스팅이었다면, 이번 포스팅은 '별 특별할 것 없는 아침의 모습'을 담은 풍경화가 눈길을 끌고 맘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집 창이나 식탁의 모습이 그림 속의 그것들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Patrick William Adam RSA (1852–1929), Morning in the Studio, Ardilea, oil on canvas ; 91.44 x 60.96 cm

패트릭 윌리암 아담이라는 작가가 그린 <스튜디오의 아침>이라는 작품이다. 작가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바가 없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스코틀랜드 미술 아카데미 출신으로 그곳의 회원이 되었던 아카데미 화가다. 화풍은 인상주의 풍으로 풍경과 실내 풍경화가 주를 이루는 듯하다. 미술사적으로 그닥 할 말이 많은 화가는 아니지만 이 작품이 유난히 내맘에 들어온 것은 이 그림이 요새 들어 그 중요성을 뻐저리게 느끼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인듯하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11. 2. 19:44 미술 이야기

언젠가 같은 제목 "내맘대로 작품보기-회화는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올린 적이 있다.  그 글에서 설명한 것이 아래 그림!

오늘 볼 그림은 헨리 알렉산더의 <겨울 창을 통해 본 눈이 있는 풍경>(1870)이다.  페북을 통해 발견한 그림인데, 너무도 포근한 느낌.  정말 특별할 것 그닥 없는 창가, 그리고 그 창을 통해 바라본 평범한 이웃의 풍경의 장면이다.  특별할 것 없지만 세상 편하고 포근하고 안락했던 순간들이 뇌리를 마구 스치게 하는 그림.  

'회화는 세상으로 열린 창'이라는 메타포는 서구에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창을 그린 화가는 무척이나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앙리 마티스가 있을 것이고, 에드워드 호퍼도 창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 중 하나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전반적으로 창, 혹은 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을 많이 그렸다.  이 그림은 그렇게 많고 많은 창 그림 중 하나인데, 오늘 유독 내맘에 들어온 이유는 아마도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져서인가보다.  창 밖 풍경은 눈이 소복소복 쌓여 추워보이지만, 푸르름을 유지한 화분이 놓여진 실내는 모르긴 몰라도 벽난로가 피워진 따뜻한 곳 같아 보여서...  그림에는 보이지 않지만 벽난로 앞의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이 놓여져 있을 것 같아서...  약간 거리는 있지만, 겨울 이불 속에 몸을 감싸고 그 속에서 발가락 꼼지락 거리며 귤 까먹고 노닥거리던 평화롭고 한가로운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그런데, 인터넷으로 작가를 검색하니 이 작가의 생몰년이 맞나 싶게, 1860~1894로 나온다. 이상하다. 이 작품 제작년도는 1870년인데. 그럼 이 화가는 불과 35년 인생을 살면서 10살에 이렇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관통한 듯한 작품을 남겼단 말인가?  일단 여기 글 남겨놓고 담에 차차 더 찾아보기로 한다. 

 

Henry Alexander Bowler (1824-1903)?, Snow Scene through a Winter Window (1870)

P.S.  짧은 시간이지만, 이 글을 포스팅하고 작가의 생몰년과 작품 완성년도와의 미스테리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큰 성과는 없었다.  이게 페북의 폐단이다.  전부 한 사람이 포스팅한걸 공유하거나 포스팅 할 뿐 딱히 해당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설명을 단 사람이 없다. 구글 검색을 해보고, 그 작가 이름으로 '일본 다도'라는 작품에 기모노 입은 소녀들이 찻상 앞에 모여 있는 그림이 하나 있길래 일본어로까지 야후 재팬으로 검색해봤는데도 해당작가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Henry Alexander Bowler라는 이름의 작가가 있었는데, 그 작가의 생몰년은 (1824-1903).  만약 헨리 알렉산더라는 것이 작가명이 맞다면, 페북에 나온 Henry Alexander가 아닌 Henry Alexander Bowler라는 작가 쪽이 위 작품의 작가로는 더 신빙성이 높다.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10세 소년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위의 그림은 기법적인 측면에서나 작품 속에 녹아든 삶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나 무리가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Henry Alexander Bowler라는 작가도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은듯, 유일하게 작가의 작품이 실린 미술관 사이트는 Tate인데, 작품도 달랑 하나다. 제목하야, The Doubt: ‘Can these Dry Bones Live?’ (의문: 이 마른 뼈들은 (되)살아날 것인가?)라는 부활에 관한 의문을 언급하는 성서적 내용이다. 정확한 제작년도는 알 수없고, 1855년 전시한 적이 있다는 기록만 있는 모양. 테이트 소장의 성서적 주제가 담긴 알레고리 회화는 정물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화풍면에서는 크게 거리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일견 정물화로 보이는 위의 작품도 충분히 알레고리적 의미를 끌어낼 수도 있어보이고...     

 

테이트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작품은 1855년 전시된 기록이 있다고만...  Henry Alexander Bowler, The Doubt: ‘Can these Dry Bones Live?’  출처: https://www.tate.org.uk/art/artists/henry-alexander-bowler-46

'내맘대로 작품보기'를 쓰기로 할 때에는 그냥 작품을 보고 직관적 감상만 쓰는 연습하려는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또 죽자고 한번 덤벼 보았다.  앞으로도 혹 더 작가나 작품에 대해 더 알게 된다면 덧붙여 나가려고 한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10. 12. 03:01 미술 이야기

얼마 전 '즐거움'을 화두로 하는 현대미술이 많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전영근 작가의 작품 하나를 슬쩍 끼워놓은 적이 있다. 

전영근 작가의 <소나무 숲>  가을이기도 하고, 아~ 그림 속 노란 딱정벌레 차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구나~

오늘은 오랜만에 '내맘대로 작품보기' 시리즈에 본격적으로 한번 올려본다. 이미 유명작가이신 분이라 새삼 소개하는 의미는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 맘대로 작품을 올리는 거니까.  가을이기도 하고, 특히 올해는 매일 스치듯 지나가는 가을이 아니라 제법 길게 머무르는 가을이기도 하고... 자칫 지구가 멸망 (?)할 수도 있었다는 뉴스를 뒤늦게 접하기도 했고....  한동안 유유자적한 여행 못가보기도 했고... .   자그마한 차에 짐 척척 싣고 맘 내키는대로 여행 떠나고 싶은 내맘을 알아주는 듯한 작품이다.   

인기 작가인 것치고는 그의 홈페이지나 작품의 자세한 정보가 담겨있는 정보를 찾지를 못해 발견해온 화면 만으로 평가해보자면, 아마도 주로 아크릴릭과 판화 작품을 제작하는 듯하다. 자세히 보면 가로로 짧게 뻗은 붓자국이 힘찬 그의 화풍은 회화적이면서도, 자동차 부분에서는 단순화 시킨 선 탓에 일러스트레이션 혹은 만화 풍의 인상도 있다.  각각의 작품에 담긴 풍경은 다르지만,  짐 잔뜩 올려 실은 자그마한 자동차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때로는 너른 평야로 때로는 자작나무 가득한 오솔길로 유유자적 다니는 자동차를 보노라면, 그렇게 작은 차에 몸을 싣고, 올 가을엔 꼭 한번 계획없이 훌쩍 떠나보고 싶어진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8. 5. 15:29 미술 이야기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제때제때 못올리다보니, 약간 뒤늦은 업로드.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내 블로그가 발빠른 리뷰 프리뷰가 안되는게 결정적 단점이다.  한동안 할 일이 많은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블로그가 뒤로 밀리다보니, 차일피일하게되고 지나고 나서 보면 한동안 글 업로드가 뜸하게 되는 상태가 반복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시간을 할당해놓고, 좀더 규칙적으로 글을 올리도록 해야겠다고 급반성!  

지난 7월 14일 토요일 양재 aT센터에서 서울모던아트쇼에서 알게된 작가와 작품.  꽤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았던 모던아트쇼이지만, 그 쇼를 통틀어 개인적으로는 임승현 작가의 작품과 권혜조 작가의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기에 여기에 소개하는 바이다.  권혜조 작가의 소개는 담 기회에~

오늘은 임승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요새 작품들의 경향이 전반적으로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 그리고 장식성이 강한 작품들이 대세인듯하고, 굳이 나누자면 이 작가의 작품도 그러한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유화 작품으로는 아주 독특한 질감이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작가가 동양화를 전공해서 화선지에 유화로 작업을 한다 했다. 물론 개중에는 캔버스에 유화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어느 작품이고 색감이 독특하고 섬세해서 맘에 쏙 들었는데, 작품의 주제는 동심으로 돌아간듯 천진하고 순수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어린 시절 한번쯤은 해봤을 슈퍼맨 놀이.  소년시절의 순수한 동심을 포착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기법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왼쪽은 화선지에 유화를 그린것이고, 오른쪽은 유화를 나이프로 긁어낸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왼쪽의 그림이 어린시절의 추억에 대한 아련함이 더 묻어난다면 오른쪽 그림에서는 무르팍 성할 날 없었을 개구진 소년의 모습이 더 두드러진다.   

예를 들면 위의 두 작품은 어린 시절 한번쯤은 해봤을 슈퍼맨 놀이를 하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소년시절의 순수한 동심을 포착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기법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왼쪽은 화선지에 유화를 그린것이고, 오른쪽은 유화를 나이프로 긁어낸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왼쪽 작품의 경우,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풍으로 그려진 소년의 모습에 옅은 흰색으로 그려진 꽃과 별, 구름 등이 더해져서 어린시절의 추억에 대한 아련함이 더 묻어난다면, 오른쪽 작품에서는 물감이 긁혀나간 자리가 만들어내는 질감으로 화면에 활기가 더해지면서 무르팍 성할 날 없었을 개구진 소년의 모습이 더 두드러지는 듯하다.   

나오는 길에 부스에 앉아 계시던 분에게 내가 작품에 대한 질문 몇 가지를 했는데, 왠일인지 아주 자세히 대답해 주신다 했더니 작가 본인이셨다!  작가의 직문직답을 받은 셈이다.  내가 블로그에 작품 소개를 해도 되겠냐 했더니 '그래주시면 제가 고맙죠'라며 흔쾌히 승낙. 사실 내맘대로 작품보기는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작품을 올리는거고, 나로선 편견없이 작품을 보고 그 감상을 적는 글의 연습코너 같은 곳이라 그렇게 물어본거기도 했는데... 정작 작가의 의도나 지향하는 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내가 그림을 읽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특정 작가를 홍보하려는 의도도 없이 그냥 '내 맘대로' 맘에 드는 작품들을 올려와 왔기에, 고마와하시는 작가분의 대응에 작가의 겸허함이 따뜻하게 묻어나서 고마우면서도 아주 약간 당황스러운 맘도 있었다. ('내 맘대로 작품보기'라는 코너 자체를 내가 뭐 그렇게 오랫동안 거창하게 많이 올린건 아니라서 괜찮을거 같긴하다) 

 

앙리 루소에게 사자가 있다면 임승현 작가에게는 코끼리가 있다. 그에게 있어서 코끼리는 일종의 수호천사 같은 것일까? 큰 상아를 가진 코끼리이지만 순둥순둥한 코끼리는 등에 태운 인물들을 태우고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줄 것만 같다. 

 

'동양화' '서양화'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매체와 주제에 대한 구분이 유난히 엄격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자유롭고 독창적으로 작품을 하는 작가를 만나서 기뻤다. 오늘 전시된 작품 말고도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니 서정성 넘치는 또 다른 작품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검색을 하다보니, 임승현 작가가 방송도 하는 모양이다. 알고보니, 한국의 '밥 아저씨'였나? 참고하시라 링크를 걸어둔다.  

https://youtu.be/BqKxnC7W9B4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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