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정교한 시체~ 초현실주의자들의 협동작업
2019. 1. 15. 00:30 미술 이야기

20세기 초 초현실주의자들이 고안한 협동 작업 방식 중에는 "정교한 시체" 라는 것이 있다. 불어로는 "Cadavre exquis" 영어로는 "Exquisite Corpse"라고 불리는 이 기법의 방식은 간단하다. 

종이를 4등분하여 아코디언처럼 접는다. 함께 참여하는 작가들은 각각 주어진 종이의 1/4에 그리고 싶은 그림을 자유롭게 그린다. 원칙적으로 자신이 그리는 화면 이외 부분은 컨닝하기 없기다.  1/4 만큼의 종이를 사용하지만, 본의 아니게 자신이 그리는 그림에서의 선이 그 다음 칸에 조금씩 번지거나 삐쳐나와 보일 수도 있다. 

그러면 그 다음 칸에 그리는 작가는 그 선들 내지는 흔적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맘대로 그림을 그린다.  그런 식으로 각각이 위나 아래 연관없이 자유롭게 그린 그림들을 펼쳐보면, 제작 단계에서는 전혀 상관없지만, 완성된 그림에서는 서로 연결되는 '하나'의 작품이 된다.  

그러면 대략 아래와 같은 그림이 된다. 

Man Ray (Emmanuel Radnitzky), Joan Miró, Yves Tanguy, and Max Morise, Exquisite Corpse, 1928. © 2018 Man Ray Trust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ADAGP, Paris. © 2018 Sucessió Miró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ADAGP, Paris.  Courtesy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André Masson, Max Ernst, and Max Morise, Exquisite Corpse, 1927. © 2018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ADAGP, Paris. Courtesy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왜 이들이 이런 작업을 했냐고?  그건 관습과 도덕에 얽매여 있는 인간의 정신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진정한 해방을 획득하기 위함이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인간의 정신 중에서 '의식'이라는 것은 관습에 얽매여 있어 '무의식'과 '잠재의식'이라는 본연의 정신을 억누르고 있다고 믿었다. 물론 이것은 다 프로이트 선생께 얻은 아이디어다. 이 "정교한 시체"라는 놀이와도 같은 작업 방식은 의식의 조정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인 것이다.  

아래는 내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그려본 작품들이다.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달리, 우리 학생들이 시도해본 작품들은 12색짜리 색연필을 나눠서 그렸기 때문에, 의식의 제한은 덜받았는지 몰라도 두 가지 색상이라는 색상의 제한을 받았음이 보인다. ㅋㅋㅋ  하지만, 마치 함께 의논하고 그린 듯한 작품들도 나와서 놀랍기도 한 작품들도 있었다.  (학생 여러분~~~ 우리, 저작권 운운하지는 맙시다~) 


심심하다면, 친구들 모였을 때 한번씩 해보세요~ 누가 압니까? 여러분들의 눌려 있던 의식이 한껏 자유로와지실지?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