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네이버가 축하해주는 생일
2019. 2. 24. 17:29 일상 이야기

네이버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네이버가 알아주는 내 생일. 아니 네이버 밖에 안 알아주는 내 생일? ㅎㅎㅎ  예전에 인터넷 검색 해보고 나면, 내 핸드폰이나 컴퓨터 광고에 내가 지금까지 살펴봤던 상품이나 아니면 관련 상품이 뜨는 것 보고 놀란 적도 있는데... 이젠 그 정도로는 놀라지 않지만, 생일까지 알고 축하해주는 걸 보고는 좀 놀랐다.  앞으로 얼마나 더 변화 ('발전'이라고 썼다 고쳐씀)해갈까?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웹 서핑도 생각해보면 불과 2-30년전에 내 주변에는 없던 것이다.   

학문을 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나보다 이전 세대야 어떻게 했는지 감도 안잡히지만, 아마도 도서관에서 전문 서적을 뽑아들고, 그리고 도서관 한 켠에 마련된 색인함에서 주제별로 검색해서 카드에 적힌 청구기호를 보고 관련자료를 찾아보지 않았을까? 나만 해도 그런 세대는 아니긴 하지만, 관심 있는 주제에 관련된 전문 자료를 찾기 위해서는 bibliography 전문 사이트에 들어가서 찾아야 했고, 주요 논문의 뒷 쪽의 참고문헌 목록에 의지해서 자료를 추적하곤 했다. 

학부 때야 딱히 공부를 많이 안해서 그런 경험이 많이 없지만.  나중에 다시 공부한 과목이 미술사이다보니 발표나 페이퍼에 사용하거나 첨부할 이미지들이 많았는데, 처음엔 직접 사진을 찍어 제작한 슬라이드라는 걸 캐러솔이라고 하는 동그란 통에 발표 순서대로 집어 넣어 발표 준비를 했다.  촬영을 할 수 있는 이미지를 내가 가진 책에서 구할 수 없을 경우, 그 이미지를 발표할 때 제시할 수 없어도 양해가 되었다.  


오늘날은 사용되지 않는 슬라이드와 캐러솔

캐러솔을 장착시켜 작동시키는 프로젝터

 

그 이미지 중 일부는 인화를 해서 페이퍼에 첨부하는 식으로 준비했고. 곧 파워포인트를 쓰는 방식으로 바뀌긴 했지만, 이미지들은 역시 전문 기관의 사이트에 들어가서 찾아야 했는데, 그 사이트는 유료사이트였다. 그 사이트에 들어가면 각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 유명 학교의 도서관들이 자신들의 소장작품들과 희귀 자료들의 이미지들을 업로드해 놓은 것이었다. 물론 학생인 경우에야 학교에서 그 기관과 계약을 맺어 놨기에 학교 도서관 사이트로 들어가면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입맛에 맞는 이미지를 반드시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그 사이트들 여러개 합한것보다, 구글에서 찾는 이미지들의 품질이 더 좋고 방대하다. 어느 때부터인가 그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물론 출판을 할때에는 보통때와는 차원이 다른 고화질이 필요하므로 직접 소장처에 문의해서 이미지를 구입해야 하긴 하지만, 그냥 파워포인트로 발표 준비하거나 페이퍼 쓸 때 정도는 가뿐히 커버가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뀐 건 주제에 관련된 자료를 검색하는 방식일 것이다. 예전에는 무조건 도서관에서 찾아야 했던 자료의 주제를 이제는 구글로 검색하면 된다. 오죽하면 '구글링 (googling)'이라는 단어가 탄생했겠는가? 예전엔 웹 상의 정보는 믿을 수 없는 것이 많으니까 거르라는 충고를 선생님들이 많이 하셨는데, 요새는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전에는 특정 사이트에 등록을 해서 들어가야 할 전문 포털에서만 가능했던 정보들이 간단한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필요한 아티클이 있으면 더이상 도서관 복사기 앞에서 두꺼운 책을 이리저리 방향 바꾸어 가면서 복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클릭만 하면 pdf파일로 글자 번지는 일 없이 깨끗하게 내 컴퓨터에 저장이 된다.  혹 필요한 자료가 pdf화 되지 않은 오래된 자료이고,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그 자료가 없을 경우에도 보통 interlibrary service라고 해서 도서관 간에 협조가 이뤄져서,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신청을 하면, 그 자료를 가진 학교에서 pdf파일화 시키거나 복사한 자료로 내게 배달해준다.  

공부하기 너무 편해진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더이상 자료를 찾을 수 없어서 미처 읽을 수 없었다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미지가 없어서 이미지를 준비 못했다는 핑계는 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예전 학생들보다 요즘 학생들이 공부를 더 하는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차원이 다르게 달라졌기에 앞으로 학문의 방향이나 자세도 많이 달라질 것 같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