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내맘대로 작품보기 - 오지호의 <남향집>
2019. 3. 22. 00:08 미술 이야기

지지난주였던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때, 창 밖이 온통 뿌옇게만 보이고, 평소 날 맑을 때 잘만 보이던 산과 한강, 그리고 근처 건물들까지 레오나르도 풍경화 속 스푸마토 효과 최고조일때, 창을 닫고 있어 그 공기를 마시는 것은 아니었는데도 숨이 턱턱 막혔다. 

SF나 공상미래 영화에서 미래는 항상 그렇게 그려졌다. 돈많은 부자들은 아예 다른 행성으로 이사가거나, 아니면 첨단 공기 정화 시스템, 인공 태양 빵빵하게 작동되는 인공 도시 속에 살고, 빈민들은 모두 공기 저렇게 뿌옇고 건물들 다 무너져가는 폐허 속에서 살고 있었다. 바깥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박탈감과 위기감이 극에 달하던 주가 지나고, 다시 푸른 하늘을 다시 봤을 때의 감격이란!  늘 있어 감사함을 잊고 지내는 것을 공기에 빗대는 말은 이제는 고어가 되었다.  정말 공기의 중요함이 뼈저린 시간. 안그래도 짧아지는 봄날이 더욱더 소중해지는 순간.  

오지호, <남향집> (1939) 캔버스에 유화, 80.5 x 60 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봄날의 따스한 햇빛을 이보다 잘 표현한 작가가 또 있을까 싶은 작품 하나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근대회화의 선구자 중 하나로 잘 알려진 오지호 화백의 <남향집>이라는 작품이다. 해방 전후로 개성에 살던 집을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 그림 속 빨간 옷을 입은 소녀는 화가의 둘째따님이라고. 얼굴이 보이지 않으나 귀엽게 생겼음이 분명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아버지의 애정이 담겨 있어서일까?  마당에서 늘어져 낮잠을 자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과 함께 이를데 없이 평화롭고 따뜻한 일상의 단면을 보여준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양화계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그는 동경미술학교의 유학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인상주의에 대해서 알게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인상주의의 빛과 어둠, 일광의 효과에 대한 관심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토담과 초가 지붕 위로 드리워진 나무의 그림자는 검정 혹은 회색이 아닌 보랏빛이 감도는 푸른색이다.  <남향집>에서는 그 푸른색이 지붕 너머 푸른 하늘과 맞닿으면서 청명한 공기와 따뜻하게 내려쬐는 햇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인상주의의 대표작격으로 알려져 왔었는데, 최근 이 작품이 그려진 제작년도를 1960년대로 주장하는 연구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그의 후기 작품은 필치가 좀더 빠르고 붓자국이 좀더 거칠다고 느꼈는데, 좀 의외였다. 거기에 대한 판단은 유보해둔 상태에서,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화가 오지호가 인상주의의 색과 빛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깊었다는 점, 그리고 그가 프랑스산 인상주의를 성공적으로 '한국화'했다는 것에 대한 평가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다행히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 중이므로  언제 기회가 된다면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블로그가 전시 소개 블로그라고 하기엔 다소 뒷북 소개가 되어 면목이 없긴 한데, 현재 그 이 작품이 현재 전시되는지 아닌지는 나도 아직 가보지 못해서 모르긴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소장품전: 근대를 수놓은 그림 展>>을 열고 있다. 소장품 위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깜짝 놀랄만한 작품은 없을지 모르나, 우리나라 근대 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괜찮은 전시일 것 같다.  시작은 작년 여름부터 했는데, 다행히 올해 5월 12일까지 전시를 한다고 하니 한번쯤 봄나들이 나간 김에 전시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소장품 위주의 연대순으로 정리한 전시라서, 무난히 연대순으로, 아래와 같이 세 부분으로 구획되어 전시되는 듯하니 참고로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 외국에서 새로운 미술 양식 유입  한국 미술 전환기 (1900~1920)

  • 개성적인 양식과 독창적인 예술정신 표출 (1930~1940년대)

  • 고난과 좌절의 극복, 예술로 그린 희망 (1950~1960년대)


봄날이 다가기 전에, 또다시 미세먼지들이 습격해와서, 디스토피아적 영화의 흙먼지 같은 공기 속 폐허 같아지기 전에 찬란한 봄과 꽃과 새순들의 향연을 만끽하러 가봐야겠다. 그리고, 한국근대미술 복습도 해봐야겠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