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박~쥐!는 아니고! (이게 무슨 말인지 아는 당신은 후후훗! 최소 국민학교 다닌분들~)
이탈리아 작가 모리조 카텔란 (Maurizio Cattelan)의 작품, 무려 싯가 60억원에 해당하는 황금 변기가 도난당했다는 뉴스! 블레넘 궁에서는 모리조 카텔란의 개인전 <Victory is Not an Option (승리란 불가능하다)>이 2019년 9월 12일부터 10월 27일까지 예정으로 개최되었는데, 전시가 시작된지 불과 이틀 뒤인 지난 9월 14일, 전시 중이던 그의 《미국 (America)》 (2016)이라는 금으로 만든 변기가 도난당했다는 것이다.
이 변기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18K 진짜 금으로 만든 변기는 실제로 화장실에 설치되어 관람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게 포인트인 작품이다. 사람들은 농담으로 금덩이라 훔치고 싶어도 더러워서 안가져 갈 것이라 그랬는데, 설마설마 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2016년 뉴욕의 구겐하임에 이 작품 《미국》이 처음 설치되었을 때, 미국 뉴욕의 유명 미술관에 전시된 '변기'의 제목이 '미국'이라 미국인들이 불편한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당시 이 작품에 대해 작가는 현대의 빈부차이와 물질문명에 대한 코멘트라는 파격적 작품을 한 작가치고는 다소 판에 밖힌듯한 뻔한 주장을 한다 싶기도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에 건물 전체 유리를 24K로 도금한 트럼프 호텔 (Trump International Hotel Las Vegas)을 떠올리다보면 2016년 12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을 예견이라도 했나 싶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의 황금 사랑은 알만한 사람이 다 안다~치고, 미술사적으로 황금의 상징하는 바, 시공을 초월한 영원이라는 개념은 다음 기회에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은 카텔란의 변기의 영감의 원천일 것이라 생각되는 뒤샹 오라버니의 남성 소변기 《샘 (Fountain)》에 대해서 좀더 알아보자.
마르셀 뒤샹이 1917년 약간의 참가비 ($6)만 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그런 전시에 철물점 변기를 하나 사서는 거기에 R. Mutt 라는 서명을 하고는 《샘》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하게 된다. 예술품은 '제작'이 아닌 '선택'에 뽀인트가 있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과 함께.
결국 그 문턱 낮은 전시에서조차도 퇴짜를 맞았지만, 그의 황당무계한 행동은 이후 미술의 판도를 바꾸게 되었다. 이제 어떤 놀라운 작품을 봐도 현대미술의 관람객들은 '당황하지 않~고' 낯설고도 황당한 작품들을 감상할 자세가 되었다고나 할까? 10대 소년이 장난으로 SFMoMA 전시장 바닥에 안경을 벗어놓아도, 관람객들은 '당황하거나' 그걸 주워서 분실물 센터에 맡기기 보다는, 그 '작품일지도 모르는 안경' 주변에 모여 감상을 하고, 급기야 사진촬영까지 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편, 이번 소동의 핵심이 된 작품의 작가, 모리조 카텔란은 종교와 정치적 풍자가 담긴 작품들로 유명하다. 아슬아슬 위험하고도 장난스러운 작품들이 특징적인 그 작가가 창간한 잡지의 이름이 Toilet Paper~ 삐딱선을 제대로 탄 작가가 분명하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La Nona Ora》(1999)라는 작품이 있다. 유성에 맞아 쓰러진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모리조 카텔란의 이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이고, 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작품이다. 밀납과 수지 등으로 만든 교황의 모습이 마치 진짜 사람과도 같은 모습이라 충격적인데, 일반인들에게도 그러하겠지만, 독실한 카톨릭 교인들이라면 그 충격은 배가 되리라. 이 작품의 제목인 '9번째 시간'은 예수가 돌아가신 시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새벽 6시에 하루가 시작된다는 관념에서 계산해서 오후 3시에 해당한다고.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그러하듯 카톨릭 종교하에서 성장한 이탈리아 작가의 작품이라 더욱 의미심장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탈리아판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선언인가? 아니면 오늘날 종교의 무력함을 얘기하고자 한 것인가? 실사에 가까운 교황이 유성을 맞고 쓰러진 모습 앞으로는 깨진 유리조각들이 붉은 카펫위에 흩뿌려져 있어 더욱더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 밖에도 자신의 모습을 인형으로 만들거나 실제 말의 박제를 이용한 설치를 하기도 하지만, 히틀러의 초상을 이용한 작품도 인상적이다. 《Him》(2001)이라는 작품의 경우, 교복을 입은 히틀러가 무릎을 꿇고 경건히 기도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그 조각이 놓인 장소나 맥락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어설프게 작업을 했다면, 더한 비난을 받고 기억 저편에서 잊혀졌을지 모르지만, 그의 작품의 스케일이나 풍자의 강도가 워낙 강렬해서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뿐더러 미술계에서의 위치도 확고한 듯하다. 자고로 삐딱선을 탈려면 제대로 타야하나보다. 이번 도난 사건도 어떻게 해결이 될 지 모르지만, 그가 언급하고 싶다던 현대의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지적의 완결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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