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나의 방울토마토와 허브 생장 보고서를 올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동안은 너무 바빠서 사진을 찍을 틈은 커녕 가지를 정리할 틈도 없었다. 우리집에 들인 이상, 일주일에 한번 정도 물을 주면서 최소한의 의리만을 다하며 한 여름을 보냈더니, 한동안은 방울토마토 가지가 베란다 빨래대까지 걸쳐질 정도로 너무 울창해져서 물을 주기 위해 베란다에 발을 들이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사진 각도도 잘 안나올 정도였고, 그렇다고, 화분 옮겨가며 사진을 찍을 만한 시간도 맘의 여유도 없었기에 블로그에 생장보고서를 올리지 못했다.
며칠 전, 날씨도 선선해지고 해서 맘 잡고 가지 치고 잎정리 해주고 나서도 사진을 찍기엔 주변의 지저분함이 그대로 드러나 미뤄왔다. 오늘은 그래도 가을이 무르익기 전에 사진으로 한 번 정리해보기로 맘 먹었다. 비도 오고 그래서~
간간히 방울 토마토 두세개씩은 꾸준히 수확하긴 했는데, 가지가 무성해지는 동안 무심했던 대가는 컸다. 오늘 다시 보니 방울 토마토 몇 개가 조롱조롱 달린 가지가 무거움을 견디지 못해 꺾여 있어서 수분 공급이 안되어서인지 그대로 익기보다는 말라가는 것 같았다. 안타까운 맘에 잘라서 물꽂이를 해버렸는데, 익어줄지 모르겠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맴이 찢어진다. 그 와중에 꽃들도 무성하게 피었는데...
슈퍼에서 사다 먹고 남은 씨를 뿌린 파프리카와 아보카도가 무럭무럭 자랐다. 아보카도는 씨앗 4개를 심었는데, 세 개가 성공했다. 내가 같이 샀을 뿐 각각의 아보카도의 성장배경이 다르기도 했겠지만, 씨앗 세개의 생장하는 모습이 각각 다른게 참 신기하다.
파프리카는 무성한 씨앗을 우두두 다 뿌렸더니 웃자라고 겉자라고... 다 솎아주고 튼튼한 줄기만 살려주었더니, 한 여름에 노란 파프리카 딱 하나가 이상한 모양으로 열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식용이 될 정도로 크지는 못했다. 파프리카가 제대로 열린 적은 없는데 잎사귀들은 무성했고 그것만으로도 그냥 대견해했다. 그런데, 며칠전에 보니 어느새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4월의 비는 5월의 꽃을 부른다는데, 10월의 비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겨울을 재촉하는걸까? 남은 가을 힘껏 자라주면 좋겠다. 조그마한 식물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내는 모습을 보다보면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의를 느끼게 되고, 다시금 겸허하게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p.s. 직전의 허브 생장보고서를 참고하시면 생장의 변화된 면면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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