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미술 - 제프 쿤스의 표절 Jeff Koons's Plagiarism
네오팝 아티스트 혹은 차용 작가로 불리는 제프 쿤스는 마르셀 뒤샹과 앤디 워홀의 미학 (그런 것이 있다면)과 담론을 결합하여 극대화 시킨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뒤샹은 철물점의 소변기를 그대로 사서 엎어 놓더라도 작가의 ‘선택’이 있었다면 작품이 되도록 하면서 예술가들로 하여금 ‘손수’ 무엇인가를 만들지않아도 되도록 만들었다. 워홀은 배고픈 천재 작가의 신화를 벗어던지고 성공한 예술가는 헐리우드 배우만큼의 유명세와 부를 누려도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따라서, 제프 쿤스는 한편으로는 직접 제작하는 수고없이 수많은 조수들에게 일을 시켜 제작하면서 (한때 수백명에 이른 조수들의 수를 최근 수십명 해고 했었다는 것이 뉴스가 되기도 했다), 아이디어를 짜내는 고뇌 따윈 집어치고 광고나 이미 유명한 작품들의 패러디와 차용을 해서 제작하면서, 헐리우드 스타만큼이나 유명세를 톡톡히 누리며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그는 생존 화가 중 가장 비싼 작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반면에 일부러 싸구려처럼 보이게 만든 작품은 현대 미술의 ‘질’과 ‘수준’을 염려하는 진지한 미술 비평가와 애호가들에게 늘 비판과 경멸의 대상이 되어왔다.
제프 쿤스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데미안 허스트와 함께 생존 작가로서는 작품 가격이 가장 높은 작가 랭킹 3위안에 드는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작가이다. 그는 애당초 ‘키치’ (고급 미술에 대응한 개념으로 저질이고 싸구려 미술)를 지향하며 의도적으로 더 싸구려 같고 저질인 작품들을 만들어내며 이율배반적으로 경매에서는 연이어 최고 가격으로 팔아 치워왔다.
초기에는 일부러 삼류 잡지의 표지와 같은 사진을 작품으로 만들어내거나, 포르노 배우였던 아내와의 성관계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조각을 등신대로 만들어내는 식이었다. 1988년부터는 ‘진부함 (Banailty)’ 시리즈물로 조각품들을 유사한 미감 (이것도 미감이라면)의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서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그의 공방에 소속한 조수들과 함께 전문 기술자들을 고용해서 말이다.
그런 제프 쿤스의 ‘의도적’인 저질 미술 혹은 키치 미술은 외설 논란과 함께 종종 법정 소송에 휘말리기도 해왔다. 이번에는 그의 1988년 Fait d’Hiver가 프랑스 의류 나프나프 (Naf-Naf)의 1985년의 광고를 표절했다는 논란끝에 최종적으로 프랑스 법정에서 표절 판결을 받았다.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랭크 다비도피치 (Franck Davidovici)가 제기한 소송에 쿤스가 저작권 위반으로 €300,000 (£270,000) [약4억원 상당]을 배상하도록 최종 판결을 받았다. 아이러니 한 점은 제프 쿤스의 이 작품은 200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프라다 재단이 무려 3.7 million (£2.8m) [30억5천만원 상당]에 구매했었다는 사실이다.
나프나프의 광고를 보면 젊은 여인이 눈 밭에 누워 있는데, 설정상 눈사태의 희생양으로 보이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마치 조난자를 구조하는 세인트 버나드와 같이 돼지가 목에 럼주가 담긴 작은 통을 매고 그녀의 곁에 다가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 작품은 ‘나프나프’가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 벽돌집을 지었던 막내 돼지의 이름인데서 딴 설정이리라.
두 작품 모두, 조각 작품이라는 유사점 이외에도, 프랭크 다비도비치가 주장한 바대로 소녀의 표정과 목에 통을 매단 돼지가 자신의 작품과 동일함하다. 굳이 전문가의 식견을 묻지 않더라도, 두 작품은 보통 사람들의 눈에도 놀랍도록 유사하다. 제프 쿤스의 경우, 추위를 강조하기 위한 것인 듯, 펭귄 두마리를 덧붙였다는 점, 쿤스의 돼지가 선물 포장의 리본 같은 것을 두르고 있는 것 이외에는 여인과 돼지라는 등장인물과 구도까지 동일하다. 게다가 제목까지 ‘Fait d’Hiver’라는 동일하게 달았는데, 이는 영어로 굳이 번역하자면 “The Fact of the Winter”라고 해석 할 수 있는 뜻이 명확하지는 않은 불어 단어인데, fait divers (‘짧은 뉴스’라는 뜻)와 동일한 발음에서 딴 언어유희이다.
다비도비치는 제프 쿤스의 작품의 존재를 2014년 퐁피두 센터에 전시되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 전시로 인해 퐁피두 센터도 2014년 전시로 인해 벌금을 물게 되었다. 1988년 이후 그가 유명 광고 등에서 볼 수 있는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들을 이용해서 제작한 쿤스의 ‘Banailty (진부함)’라는 조각 시리즈는 그의 본국인 미국에서 끊임없는 논란을 야기해왔다. 그리고 쿤스에게 프랑스에서의 소송이 처음은 아니었다. 작년에는 제프 쿤스 개인 유한회사인 Jeff Koons LLC가 작고한 프랑스의 사진 작가 장-프랑소아 보레 (Jean-François Bauret)에게 약 5천1백만원 (€40,000)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제프 쿤스의 “나체 (Naked)”는 1988년 제작된 1미터 남짓한 도자기 조각으로 나체의 두 어린이가 어깨 동무를 한 채, 남자 아이의 오른손에 들려진 꽃을 여자 아이가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장-프랑소아의 1975년 사진 작품 “어린이 (Enfants)”라는 사진과 몹시 유사한데, 이 작품은 엽서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사진 작품에서는 두 어린이가 꽃을 들고 있지는 않고, 그냥 나란히 서서 어깨 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소녀의 숙인 고개의 모습 소년의 시선 등에서 유사하다.
미국에서의 경우, 여러 논란들이 있었지만, 법정 소송으로 발전한 경우는 없는데 비해, 프랑스 법정은 이 차용미술 재벌 작가에 대해서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은 듯하다.
이는 순수 예술의 역사를 이끌어온 프랑스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 이해해도 될까?
참고로 제프 쿤스의 다른 작품은 그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왠만한 패션 브랜드보다 잘 꾸며 놓았다. 그의 홈페이지 주소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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