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일레인 스터트번트' 태그의 글 목록
2019. 2. 3. 00:30 미술 이야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다음으로 유명한 작품은 아마도 노르웨이의 국민 화가라고 할 만한 에드바르드 뭉크의 <절규>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전에 잠시 언급한 적이 있다.)

Edvard_Munch, The Scream (1893) oil, tempera and pastel on cardboard, 91 x 73 cm, National Gallery of Norway

心臓の「叫び」(支援キャンペーン)원본 페이지

 

뭉크의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일본의 공익광고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 내가 본 것만 몇 가지 된다. 지금와서 찾아보니 검색이 되는 것은 방향제 광고 하나이지만 말이다.  광고를 보다보면 우리의 절규 청년의 지시대로 방향제를 얼른 플러그에 꽂아야 할 것 같지 않은가?  꽂아주니 저렇게 행복해하니 더더욱!  

90년대 글레이드 플러그 인 (콘센트식 방향제)의 광고에 사용된 뭉크의 <절규> 이미지

 

엊그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패러디하여 (예술적 평가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 말할 수 없지만) 경제적으로는 크게 성공한 일레인 스터트번트에 대해서 언급한 김에 패러디에 대한 예를 하나 들어보았다.  아래가 엊그제 올린 두 작가의 작품들.    

Roy Lichtenstein, Crying Girl (1963), lithograph on lightweight, off-white wove paper, 40.6 cm × 61.0 cm 

Elaine Sturtevant (1926-2014), Lichtenstein, Frighten Girl (1966), oil and graphite on canvas ; 115.6 x 161.9 cm. 

  '무의미한 복제', '차용'이 하나의 특징이 된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컴퓨터 그래픽, 포토샵의 기술은 나날이 발달하다보니, 정말 누구나 다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결은 다르지만, 알고 있는 예술 작품을 광고에 활용하는 것은 적절히 이용하면 확실히 효과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패러디의 효과란 이런 것이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9. 2. 1. 00:30 미술 이야기

어제 Anish Kapoor에 대해서 글을 올리고 (어제 올린 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좀 더 검색해보았다. 인스타그램의 폐해라고나 할까?  이미지 하나 달랑 올라와 있어서 그걸 보고 오만가지 상상력의 나래를 폈으나, 그 다음 곰곰 생각해보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공공 조각을 목적으로, 그것도 알루미늄으로 만든 설치 작품이 알루미늄 호일도 아니고 그렇게 쪼그라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이후 짬짬히 다른 뉴스 사이트를 뒤져봤지만, 그랬다는 뉴스는 한 군데도 없었다. 

낚인거 같다! 거의 확실하게...

덕분에 난 '내 맘대로 작품 보기' 시리즈에 포스팅 하나 더 올리고, 블로그 읽고 아니쉬 카푸어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고 그의 작품에 공감하며 좋아했을 독자들도 있을 것이니 그닥 손해보는 일은 아니다, 위안하며.... 어제 포스팅은 그냥 두고 다시 하나 글 올리기로 한다. 

하지만, 가짜 뉴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경각심을 가져야겠다 생각해본다. 이게 일개 조각상의 뉴스가 아니라 좀더 중대한, 이를테면 우주인들의 지구침공이라던지 아틀란티스의 반격이라던지 이런 뉴스였는데, 내가 홀라당 믿어서 글을 퍼날랐다면 얼마나 큰 후폭풍이 있었겠는가!  (반성.반성.)

눈오는 날의 <구름 문>

 

바람으로 유명한 시카고의 한겨울, 진짜 '구름 문'의 모습.  어제 글을 읽은 분들께 혼란을 야기했다면 진정 쏴리~ 

 

사과의 의미라면 뭣하지만, 이왕 내친 김에 <구름 문>의 다른 모습도 몇 개 보너스로 올려보자면. 

이 정도 규모의 설치 작품은 사실상 제작에 있어서는 건축에 가깝다. 설계도와 함께. 

<구름 문>이 모형 단계를 지나서는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아 제작을 했다고 알려져있다. 

위에서 바라본 <구름 문>  위에서 이렇게 바라본 적은 없지만, 하늘의 풍경도 한아름 다 담고 있는 모습은 내가 아래서 느꼈던 감상을 또 한번 확신에 가깝게 해준다.  

 

배꼽이라고도 불리는 가운데 옴폭 파인 부분에서 올려다 본 <구름 문>

 

다시한번 느끼지만, 분위기에 따라서는 세기말 적이기도 하고, 외계에서 내려온 비행선 같기도 하고, 생명체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으로 등장한 2011년 영화 <소스 코드 (Source Code)>에 SF스럽게 등장하기도 했다.  

Kapoor’s Chicago work figured in the 2011 movie “Source Code” starring Jake Gyllenhaal.

 

덧붙이자면, 아니쉬 카푸어의 <구름 문>과 너무도 흡사한 중국 짝퉁이 있어서 작가가 격노해서 소송 중이라고도 들었다... (이것도 자세히 나온 기사가 없어서 확실한 전말은 알수 없고, 어제 낚이고 난 직후라 기사의 진위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중국의 커라마이시에 있다고 하는데...  위그르어로 '검은 석유'라는 뜻의 도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유전이 있는 도시라고 한다.  이 중국 작품의 작가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해진 바에 따르면, 그 지역에서 자주 발견되는 유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름 방울들의 거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자세히보면, 카푸어의 작품과 유사한 큰 덩어리 주변으로 자잘한 알루미늄 반구체들이 늘어서 있는데, 작가의 말을 믿자면 (혹은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 기사를 믿자면), 기름 방울들 중에 큰 놈을 묘사한게 어쩌다 보니,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과 유사한 것이 된다.  

 

중국의 커라마이시에 설치된 '기름 방울들'이라는 제목의 설치 작품. 이 작품의 존재를 알고 아니쉬 카푸어가 격분해서 항의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일설에는 소송 중이라고도 하는데 자세한 것은 알수 없지만 그가 화가 난건 이해가 된다. 

누가 봐도 비슷하다고 할 것 같은데, 아류 작가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품을 대놓고 카피하다니! 대범하다고 해야할지.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그대로 모사한  일레인 스터트번트 (Elaine Sturtevant)의 경우, 전체적인 작품세계가 그러하지 않은가?  그리고 예술계에서 실제 리히텐슈타인 작품보다 그의 작품을 모사한 스터트번트의 작품이 열 배가까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었던 것이 현실이니까. 

Roy Lichtenstein, Crying Girl (1963), lithograph on lightweight, off-white wove paper, 40.6 cm × 61.0 cm

Elaine Sturtevant (1926-2014), Lichtenstein, Frighten Girl (1966), oil and graphite on canvas ; 115.6 x 161.9 cm. 

리히텐슈타인의 <우는 소녀>는 2007년 경매에서 $78,400에 낙찰되었다. 반면, 스터트번트가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모사한 <Lichtenstein, Frighten Girl>(1966)의 경우, 2011년 경매에서 무려 $710,500에 판매되었다. 이어, 그녀가 사망한 2014년 이 작품의 가격은 예상 최고액 $800,000을 가볍게 뛰어 넘고 $3,413,000에 팔렸다. 물론 중국의 복제품과 스터트번트의 경우 차이는 있다. 중국의 복제품의 경우, 인터뷰 (혹은 인터뷰라고 알려진 글)에서조차 아니쉬 카푸어의 이름을 언급하지도 않는 반면, 스터트번트의 경우 제목에서조차 대놓고 리히텐슈타인의 이름을 넣고 있다. 이러한 이유없는 모방, 복제를 '차용 (appropriation)'이라고 하는데,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혹 아는가, 향후 수십년 지나면 중국의 짝퉁 (?) 설치작품이 다시금 새로운 작품 경향으로 회자되면서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될지 어떨지...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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