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바니타스 정물화 - Vanitas
2018. 11. 6. 01:19 미술 이야기

 

이번에는 저번의 튤립 매니아 이어 바니타스 정물화라는 것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Philippe de Champaigne, Vanitas or Still Life with a Skull, 17th century. Oil on panel, 28 × 37 cm. Musée de Tessé, Le Mans

 

바니타스라는 라틴어는 영어로는 ‘vanity’ 해당하지, 용어는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Vanity of vanities, saith the Preacher, vanity of vanities, all is vanity).’ 라는 전도서의 도입부 (Ecclesiastes 1:2;12:8)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니타스 회화 혹은 바니타스 정물화는 특정 종류의 정물화 장르를 지칭하는 용어로, 성서의 구절과 연관하여, 기독교적인 가치의 영원함에 비해서 세속적 삶은 덧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상징적인 사물들을 그린 정물화라고 정의해볼 있다. 

 

장르는 네덜란드의 황금기라고 있는 17세기의 네덜란드 사실주의 화가들이 발전시켰는데, 이런 의미로 일종의 기독교 예술이라고도 . 

 

이렇게 배경에는 잠시 유럽의 역사를 살펴보자. 

시기는 유럽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종교 카톨릭 교회의 부패와 타락에 반발해 야기된 종교 개혁과 이에 따라 카톨릭 교회의 -종교개혁 대한 반작용으로 이어지는 시기였다. 네덜란드의 경우, 카톨릭 국가였던 스페인의 식민지 통치에 대한 반발로 적극적으로 개신교를 받아들였고, 결과적으로 1620-1650 사이 네덜란드의 부유하고 신실한 중산층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프로테스탄트로 돌아선 네덜란드는 이후 칼뱅이 가세해서 이상 부를 축적하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전에는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보다 어렵다 배워왔다면, 이제는 운명은 신에 의해 이미 결정되었으므로 현세에서 주어진 직업 충실해야 한다고 배우게 된다. 그리고 현세의 부귀는 하나님의 축복의 증거라고 여기게 되면서 보다 부위 축적에 대해서 이전보다 훨씬 당당하게 여길 있게 것이다.  

 

신이 17세기 네덜란드의 국운에 축복을 증거하셨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해상무역과 도시화로 인해 생활이 윤택해진 중산층이 많이 늘어난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주로 상공업에 종사했던 이들은 이전의 귀족이나 교회의 관직자들과 같이 오랫동안 철학이나 예술을 공부하여 조예를 쌓을 만한 시간이나 여력은 없었지만, 예술애호에의 열정은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적 여유를 갖게  중산층은 이제까지 귀족과 왕실가족의 전유물이라고만 여겼던 예술 작품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꼈음에 분명하다 조사에 따르면 중상류층의 가정에는 평균 53점의 작품을보통 중산층의 가정도 평균 7점의 작품은 소장하고 있었다고 한다이는 작품 크기가 비교적 작았음을 감안하더라도 오늘날 우리의 상황과 비교해봐도 상당한 소장량이라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산층이 고객의 주를 이루는 가운데, 바니타스 정물화가 유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러가지 상황이 겹쳐서 일어난 사회 현상이라고  .  

 

먼저 이전까지의 주된 후원자의 위치가 갑자기 공백상태에 놓이게 되었다는 점과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를 받아들인 네덜란드에서는 교회 등에서의 성상 (聖像) 금지되었다는 것을 지적할 있다.   

 

당시 화가의 입장으로서는 이제까지의 주요 고객층 (?)이었던 교회와 귀족층을 잃게 되면서 이를 대체할 고객층 확보를 모색하는 한편, 이전까지의 노골적으로 종교적이어야만 했던 주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던 중에 개발한 장르라고 수도 있다. 또한 수요자 층의 입자이었던 신교도 중산층으로서는 금욕적인 신교의 교리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시각적 즐거움과 현세적 성공에 대한 과시를 죄책감 없이 있는 절묘하고 적절한 주제였을 것이다.   

 

이전의 대형 커미션의 경우에는, 규모에 있어서나 아카데미에서의 정한 위계에서나 단연 장중한 역사화 역사 상의 주요 사건을 묘사하거나, 신화상의 영웅담을 담은 그림이 일순위였다. 그러나, 이제는 일상 생활을 묘사한 소규모의 장르화, 풍경화, 정물화로 옮겨가게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성상을 금지하는 교리와도 관련되는 것이지만, 주문자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이리라. 새로운 후원자들은 상공업에 종사하는 중산층, 이들의 관심사는 생활 밀착형 회화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캘빈주의의 영향으로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허용되었다고 하나, 검약함은 강력한 미덕으로 자리하고 있었기에, 부를 쌓은 중산층들이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와는 상충되는 . 여기에 멋진 변칙이 들어가게 된다. 이를테면 풍성한 과일과 꽃이 담긴 정물화라도 사치에 탐닉한 어떤 것으로 표현되는 것만 아니면 된다.’ 이런식이다.    

 

따라서, ‘바니타스 정물화 네덜란드 황금기의 번영과 부를 만끽함과 동시에 인생의 덧없음과 도덕성을 상기하는 균형을 획득한 장르화로 자리잡게 된다.    

 

바니타스 회화의 주제로 사용된 주제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가장 대표적이자 원론적인 바니타스 정물화에 주로 다루는 사물들은 단연 해골, 모래시계, 척도계, 시계, 촛불, 인간의 유한함, 피할수 없는 죽음을 상기시키는 대상물이다.  이를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네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주제라고도 일컫기도 한다.  

2) 금은 보화, 금화, 지갑직접적으로 부를 상징

3) 파이프, 와인 글래스, 주사위, 트럼프 카드현세적 즐거움을 상징

4) , 잉크병과 , 지도, 망원경, 지구본현세적 지식을 상징한다.  흔히 탈속적이라고도 여길수 있는 지성에의 추구도 현세적 욕망에 포함시켰다는 점이 흥미롭다.

5) 때로는 악기와 악보를 포함시키기도 하는데, 이는 음악이 머물지 않고 날아가버리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소재들은 엄격히 나눠져서 그려졌다기 보다는 여러가지 소재들을 경우에 따라 섞어서 그린 그림이 많다.  그리고 화가에 따라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는 차원에서 전문화가 이뤄지기도 한다.  

 

외에도, 껍질을 벗기다 레몬 같은 경우, 속껍질 알갱이들까지 표현한 섬세함과 정확한 묘사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레몬의 상징은신산한 인생 대한 상징이라고. 물론 이면에는 화가가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

 

바니타스 회화를 보면 지상에서 인간들이 욕망하는 것들, 현세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 명예, 권력 등이 얼마나 질없는가, 그리고 인간은 결국 죽음을 피할 없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사물들을 묘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각각의 사물들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유명한 바니타스 정물 화가들에는 누가 있을까? 하렘 (Haarlem), 델프트 (Delft), 라이덴 (Leiden), 이트렉트 (Utrecht), 도르드렉트 (Dordrecht) 암스텔담 (Amsterdam) 등지에서 널리 유행했고, 화가들도 대부분 네덜란드인이었다.  

 

대표작가들로는 Jan Davidszoon de Heem (1606–1684, 혹은 Jan Davidsz de Heem 이라고도 표기됨), Willem Kalf (1622-93), Willem Claesz Heda (1594-1681), Abraham Hendriksz van Beijeren (c. 1620-1690 혹은 Beyeren이라고도 표기됨)이 있다. 

 

이들은 보통 가족 간에 기술을 전수하는 가내 기업 형태라, 아들 형제들이 함께 화가로 활동한 경우도 많기에 동일한 성을 가진 작가들이 엄청 많다.  게다가 외국어 중에서는 영어에만 익숙한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에게 이들의 이름의 발음이란 무척이나 어렵고 추측하기도 쉽지 않다 (나도 포함해서).  여기에 영어식 표기와 발음까지 섞이면 더더욱 혼란은 가중된다. 러니, 이번에는 그냥 그림들만 쭈욱 살펴보는 걸로~.  ^^;;;  


아래는 해골모래시계척도계시계촛불꽃 등의 메멘토  (Memento Mori) 주제를 다룬 정물화의 예들

Pieter Claesz, Vanitas Still Life with Oil Lamp and Writing Utensils (1628)

 

 

Jan Davidsz. de Heem  (1606–1683/1684), Vase of Flowers (ca. 1645), oil on canvas ; 69.6 × 56.5 cm, National Gallery of Art

 

 금은 보화금화지갑 – 직접적으로 부를 상징 - 등이 등장하는 정물화의 예

Evert Collier  (ca. 1640-1708), Vanitas Still-life (1705) oil on canvas ; 98 x 124 cm

Abraham van Beyeren (1620/21–1690), Still Life with Lobster and Fruit, probably early 1650s, Oil on wood; 96.5 x 78.7 cm

Jan Davidsz. de Heem (1606–1683/1684), A Table of Desserts (1640), oil on canvas ; 149 x 203 cm, Louvre   이러한 잔치 음식들을 그린 바니타스 정물화를 특화하여 네덜란드어로는 “Pronkstilleven”, 영어로 말하면 ‘ostentatious', 'ornate' 또는 'sumptuous' still-life라고 하는데, ‘사치스러운 정물화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독특한 정물화는 1640 년대 앤트워프 지방을 중심으로 발전한 스타일이다.  

 

Antonio de Pereda  (1611-1678), Allegory of Vanity (1632-36) oil on canvas ; 139.5 x 174 cm, Kunsthistorisches Museum  - 바니타스 정물화에 등장하는 소재들의 종합선물 같은 이 작품은 엄밀히 말해 스페인 작가에 의해 그려진 스페인의 바로크 작품에 해당한다. 이처럼 남 유럽 쪽의 바니타스 정물화에는 천사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