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stave Caillebotte - The Yerres, effect of rain (1875)
가을비가 어제부터 계속 내리고 있다.
오늘 같은 날은 커다란 창이 있는 카페에 자리하고는 느긋하게 커피라도 한잔 하는 여유를 부리고 싶어진다. 비를 맞는 건 싫지만, 비를 구경하는 일은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현실은 독감 예방주사도 맞았건만, 기침 감기는 미련 덕지덕지 많은 애인처럼 일주일 넘게 나를 떠나려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은 그대로 쌓인 채, 매일매일 할 일이 더해져 간다.
구스타브 카이유보트는 비의 효과를 표현하는 것에 관한 한 가장 탁월한 화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위의 작품은 원체 부유했던 그의 집안의 영지 중 하나에서 그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림 뒷쪽에 작게 그려진 보트도 모르긴 몰라도 카이유보트의 것이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보트 놀이를 상당히 좋아해서 조정 경기에도 열의를 올리곤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의 모습은 르느와르의 <선상의 파티>에도 그려져 있다.
그의 좀더 유명한 작품, <파리의 거리, 비오는 날>이라는 작품은 19세기 말의 파리지앵들의 산책하는 장면을 포착한 작품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눈을 끄는 것은 촉촉하게 젖은 포도의 모습.
Gustave Caillebotte - Paris Street, Rainy Day (1877)
이 비가 그치고 나면 한동안 젖은 아스팔트 위로도 낙엽들이 다닥다닥 붙어 투명한 빛을 내다가 가을은 더 깊어지고 겨울이 성큼 다가와오겠지. 어느새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영롱하고 그렇게 이 해도 저물겠지... 몸이 아프니까, 왠지 울적 우울.
그렇지만, 가로등 불 빛 아래의 거리 모습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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