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개그맨 김숙의 ‘조신한 남자 찾기’와 서구 미술 전통 속의 “Power of Women”
2018. 9. 10. 08:00 미술 이야기

어디 늦게 밖을 쏘다녀, 돈은 내가 벌거야. 당신은 조신하게 집에나 있어.’  

무슨 소리야! 운전은 내가 해야지. 도시락은 싸오려나…’


남자의 입에서 나왔다면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고 빈축을 샀을지도 모르는 말은 개그 우먼 숙의 입에서 나왔기에 모두에게 웃음을 줬다.  개그맨 정수와의 찰떡 호흡 덕에 그들의 가상 결혼 프로그램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방은 이었다고 하나, 요새도 회자 되는 것을 보면 인기가 있기 있었나보다.  

리가 김숙의 가모장적인 말을 듣고 웃을 있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상식 위배되기 때문이다.  , 개그 우먼 숙은 전통적인 남녀의 역할을 전복시킨 발언을 통해서, 통념의 허점을 찌르고,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키면서 듣는 이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말을 남자 개그맨이 여자 개그맨을 상대로 했다면, 절대로 재미있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논란을 불러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 만약 우리 사회가 남녀의 역할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비교적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아, 남녀 구별없이 경우에 따라 경제활동과 가사를 분담하는 사회였다면, 말은 누구 입에서 나온 것이든 전혀 재미없는 말이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개그 우먼 숙의 유머코드는 현실 전복 있다고 있다그녀의 유머를 통해 남성 우위의 억압적 사회에 살고 있다고 여기는 여성들이나, 남성이 부양의 임을 져야하는 남성 압박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에게 일종의 코믹 릴리프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전복적 남녀관계를 묘사한 미술 장르 내지 표현법이 존재한다

이름하여여성 파워 (Power of Women)”!

남성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전통적 서구에서도 남녀의 역할을 전복시켜 문학과 시각 예술에서의 수사법 내지 시각적 장치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Weibermacht” 혹은 “Power of Women,” 여성 파워 이다이는 12세기 경부터 문학에서 수사학적 장치로 사용되면서 시작되었으나 본격적으로 시각 예술에서 인기를 얻었던 것은 15세기에 이르러 독일과 네덜란드에서였다당시 유행했던 주제로는, 아리스토텔레스를 타는 필리스, 삼손과 데릴라, 살로메와 그녀의 어머니 헤로디아스, 시세라를 죽이는 야엘, 바구니 속의 버질 등이 있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Phyllis and Aristoteles” , 요부인 필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을 무릎 꿇린 , 말을 타듯이 등에 올라탄 장면을 묘사한 것이 그것이다.


Lucas Cranach the Elder, Phyllis and Aristotle (1530), oil on panel ; 55.3 x 35.3 cm 


Hans Baldung, Aristotle ridden by Phyllis (1515) woodcut  

다음으로는 유명한 이미지는 유명한 대시인 버질이 아름다운 공주의 속임수에 넘어가, 한밤 중에 그녀를 만나려고 바구니를 타고 성을 오르다가 중턱에 매달려 대롱거리는 처지가 되고, 날이 밝자 동네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비웃음거리가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Lucas van Leyden (1494-1533), Virgil in His Basket (1512-16) woodcut ; 41 × 28.7 cm. Rijksmuseum Amsterdam 


이러 작품들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그렇게 인기를 끌게 되었던 것일까?  작품의 제작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 1. 자고로여자란 요물!  남성들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 2. 사랑의 앞에선 세상 유명한 학자나 현자라도 없다. 위대한 사랑의

  • 3. 결혼이라는 시련 (?)’ 풍자했다는

의미가 무엇이든 위의 가지 도상은 그림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을 주는 코믹적 요소가 강하다.  

한편, 같은 여성 파워 주제로 제작된 미술 작품들 중에서, 신체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이 남성을 제압하는 표현은 미술사에서 손꼽히게 드물다.  크게 가지 정도? 

대표적인 예로, 유디트와 야엘이 있다.  이들 같은 경우, 신체적으로 힘이 약한 여인의 몸으로 전쟁에 잔뼈가 굵은 적장들과 대적하기 위해, 우선 미인계로 접근하여 술을 진탕 먹인 다음, 적장이 취해서 잠든 사이 거사를 치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디트는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멱을 따고, 야엘은 드러누워 있는 적장 시세라의 귀에다 커다란 못을 박아 넣는다.  일견 잔혹하기 그지 없는 방식의 살인을 저지르는 여인들은, 하지만, 유대판 논개들로, 조국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적군을 살해하는 인물들이기에 악인이라기 보다는 의인으로 묘사된다.  


Lucas Cranach the Elder (1472–1553), Judith with the Head of Holophernes (1530), on beech wood ; 74.9 x 56 cm, Jagdschloss Grunewald 


 

Lucas van Leyden (1494-1533), Jael Killing Sisera, ornamental frame (c.1517) woodcut; second state ; 34.3 x 23.2 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세례 요한의 목을 가지고 있는 살로메  Titian  (1490-1576), Salome (c.1515), oil on canvas ; 90 x 72 cm, Doria Pamphilj Gallery 


이에 반해, 같은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이긴 하지만, '요물'로 묘사되는 살로메는 연회 때 의붓 아버지인 헤롯왕 앞에서 섹시 댄스를 추고 나서, 그 상으로 쟁반에 담긴 세례 요한의 목을 하사 받는다. (이 경우, 살로메는 어머니 헤로디아의 눈 밖에 난 세례 요한에게 괘씸죄를 적용하길 원한 어머니의 소원을 대신 들어준 것이다) 

서구 미술에서 여성이 남성을 압도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는 대략 정도라고 있는데, 따라서 도상학 적으로 손에 칼을 들고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이 담겨있을 것이라 짐작되는) 주머니를 들고 있으면 유디트, 남자의 목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으면 살로메라고 구분한다. (야엘 경우, 직접 살해 장면이 묘사된다

이러한 Power of Women 수사는 여기에 관능성과 성적인 암시를 더하면서,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19세기 말의 팜므 파탈 (femme fatale) 이미지로 이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19세기의 대표적 팜므 파탈의 이미지로 재부상한 살로메의 경우, 유혹적 모습으로 남자의 목숨을 앗아간 요부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한 추정이 가능해보인다.   


Henri Regnault  (1843–1871), Salomé (1870), oil on canvas ; 160 x 101 cm, Metropolitan Museum of Art 

그녀와 함께, 단골 모델이 되었던 것은 사이렌.  로렐라이 언덕에서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뱃사공들을 모조리 물에 빠뜨렸던 여인의 모습이다.  

John William Waterhouse, Siren (1900)  oil on canvas ; 81 × 53 cm 


그리고, 그의 유혹에서 벗어날 없는 것은 오늘날, 비단 남자 뱃사공 만은 아닌 하다.   


우리 모두 조신하게 .벅에서 커피 한잔

스타벅스 로고 변천사 – 꼬리가  달린 사이렌의 형상화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