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니가 외로움의 맛을 알아?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 호크스> (1942)
2018. 9. 13. 08:00 미술 이야기

Edward Hopper, Nighthawks (1942)  oil on canvas ; 84.1 x 152.4 cm, Art Institute of Chicago

'도시 군중 속의 고독'을 탁월하게 묘사했다고 평가받는 에드워드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다.  대중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였고, 느와르 영화 감독들이 영화의 미장센으로 많이 차용하기도 하였다.  Nighthawks라고 불리고 있으나, 원제는 'Night Hawks'였고, 이는 직역하면, '밤의 매'라는 뜻인데, 신사들이 쓰는 모자의 모양이 매의 부리와 닮아서라는 설, 혹은 nighthawk라는 단어가 올빼미족 (밤에 잠안자고 활동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는 설 등이 있다.  

일설에 따르면, 위 작품의 배경이 된건 뉴욕의 그리니치 애비뉴와 W 11가의 교차로 선상 (70 Greenwich Avenue  at West 11th Street의)의 코너에 자리한 가게라고 한다. 호퍼는 시각적 효과를 위해 실제의 모습과는 변형된 식당의 모습으로 변모시켰지만 말이다.  

한밤 중, 뉴욕의 어느 다이너 (간단한 식사와 커피와 케익 등을 파는 카페겸 식당) 안에는 4명의 사람이 있다. 그 중 한 명은 그 카페의 점원이고, 또 한명은 홀로 카페에 들른 사람, 또 하나는 남녀 커플이다. 점원과 혼밥족은 그렇다 하더라도, 일행임이 분명한 남녀도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다. 여럿이 있어도 지극히 고독하고 외로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사연으로 한밤중에 그 카페에 들르게 되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홀로 앉은 이는 실은 마주 앉은 커플 중 남자를 저격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암살범일 수도 있다 (느와르 영화에서 있을 법한 설정).   

다음 휴가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은 남녀 커플은 어쩌면 헤어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슬픈 로맨스 영화에 있을 법한 설정).  

아니면, 낮밤 바꾸어 일하지만 집안에 문제가 많아 고통받는 카페 점원의 고달픈 생활에 대한 영화 (사회비판을 겸한 성장 영화에 있을 법한 설정)일 수도 있다.  

Robert Siodmak의 1946년 작 영화 <The Killers

실제로 호퍼는 이 작품을 구상할 때, 헤밍웨이의 'The Killers'라는 1927년작 단편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 했다. 그리고, 호퍼의 작품을 미장센으로 십분 활용한 'The Killers'라는 느와르 영화가 실제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림을 감상하는 이는 이러한 상상력을 마구 펼치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아니면, 비록 한 밤 중에  그런 카페 같은 곳에 가 본 적은 없다하더라도, 분위기로 공감할 수 있는, 자신의 인생 안에서 있었던, 그런 고독의 순간에 대해 회상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회화에서의 서사를 최대한 절제하는 한편, 깊은 통찰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을 포착해내는 것이 에드워드 호퍼의 회화의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보는 이들에게 그 빈 서사의 장에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넣을 수 있도록, 또 볼 때마다 다른 기억과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봐도봐도 또 보고 싶은 그림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묘한 위안 같은 것을 받게 만든다.  아~ 나만 그렇게 외로운 건 아니었어......

호퍼의 <나이트 호크스>를 감상하는 이들은 그 비어 있는 서사 공간에 자신의 스토리를 채워넣으면서도 인간 본연의 조건에 대한 동질감을 공유하게 됨으로써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