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이카루스의 추락과 BTS의 비상
2018. 9. 15. 08:00 미술 이야기

Pieter Brueghel the Elder  (1526/1530–1569), Landscape with the Fall of Icarus  (ca. 1558), 

oil on canvas mounted on wood ; 73.5 x 112 cm, Royal Museums of Fine Arts of Belgium

 

작품의 제목은 <Landscape with the Fall of Icarus>, 번역하자면, <이카루스가 추락하는 장면이 담긴 풍경화>. 16세기 북유럽 르네상스 작가로 유명한 피터 브뤼헬 (父)*의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루스는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이 다이달로스로 말할 것 같으면 미노타우르스를 가둔 미로를 만든 최고의 장인이지만, 바로 그 뛰어난 재능 탓에 미로의 비밀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왕에 의해 평생 감금된 채 살아야할 운명에 처해진 인물.  탈출을 계획한 아버지가 만든 날개를 달고 시운전을 해보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너무 태양 가까이에는 가지마! 날개를 이어 붙인 밀납이 녹아버릴테니까'라고 말했건만! 그 말을 듣지 않고 좀 더 높이 좀 더 높이 하면서 우쭐거리고 신나서 날던 이카루스는 그만 밀납들이 다 녹아버려 깃털들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대로 추락해서 죽고 만다는 이야기.  

 

인간의 과욕과 오만을 경계하는 교훈을 담았다고 알려진 이야기이다. 또한, 다른 교훈도 담겨있다. 자고로 어른 말씀은 새겨들어야한다. 옛부터 어른 말씀 잘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했거늘.... 

 

16세기 르네상스 시기에 하이라이트를 받는 이탈리아를 살짝 비켜가 네덜란드와 벨기에 지역에서 활동했던 브뤼헬의 이 작품은 제목과는 다르게 새하얀 날개를 등에 달고 오르거나 안타깝게 추락하는 아름다운 미소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전경의 중앙에는 농부가 소를 앞세우고 밭을 갈고 있고, 그 뒷켠으로는 양치기가 양들을 몰고 나와 풀을 먹이고 있으며, 화면에 등을 보인채 둑에 앉은 남자는낚시에 몰두하고 있다.  저 멀리 바다에는 빵빵하게 바람 맞은  돛을 한껏 올린채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는 배도 보이고,  왼쪽 원경으로는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발전한 평화로운 도시도 보인다.  도대체 이카루스는 어디에~?

 

 

자세히 보면, 낚시꾼이 자신의 낚시대와 물고기에 정신을 빼앗겨 미처보지 못한 조금 깊은 바닷쪽에 거꾸로 메다꽂혀 바다에 빠진 사람의 다리가 보인다.  그리고 좀더 자세히 보면, 밀납이 떨어져 흩어져 버린 깃털이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다. 

 

놀랍게도 이 역사적, 아니 신화적 순간을 아무도 주목하기는 커녕, 알아채지도 못하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몇 분후면, 애처로운 이카루스는 물 속에 가라앉을 것인데 말이다.  그러든 말든, 사람들은 변함없이 하던 일을 할 것이다. 농부는 계속해서 밭을 맬 것이고, 양치기는 양을 돌볼 것이고, 낚시꾼은 계속 낚시를 할 것이다. 그리고 돛을 단 범선은 정해진대로 항해를 계속 할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통렬한 관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군중 속의 고독'을 논하기 훨씬 이전 16세기의 한 작가에 의해 한 장면으로 요약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1938년 한 영국 출신의 미국 시인에 의해 시로 다시 탄생했다.  아래는 윌리엄 오든이 벨기에의 미술관에서 브뤼헬의 작품을 보고 쓴 시이다. 

 

Musée des Beaux Arts   
W. H. Auden 

About suffering they were never wrong, 
The old Masters: how well they understood 
Its human position: how it takes place 
While someone else is eating or opening a window or just walking dully along; 
How, when the aged are reverently, passionately waiting 
For the miraculous birth, there always must be 
Children who did not specially want it to happen, skating 
On a pond at the edge of the wood: 
They never forgot 
That even the dreadful martyrdom must run its course 
Anyhow in a corner, some untidy spot 
Where the dogs go on with their doggy life and the torturer's horse 
Scratches its innocent behind on a tree. 

In Brueghel's Icarus, for instance: how everything turns away 
Quite leisurely from the disaster; the ploughman may 
Have heard the splash, the forsaken cry, 
But for him it was not an important failure; the sun shone 
As it had to on the white legs disappearing into the green 
Water, and the expensive delicate ship that must have seen 
Something amazing, a boy falling out of the sky, 
Had somewhere to get to and sailed calmly on.

 

그렇다.  농부는 뭔가가 물 속에 떨어지는 '풍덩' 소리를 들었을 지도, 살려달라는 외침을 들었을지만 모르지만, 그들의 조용한 일상을 지속해간다. 호화로운 배에 탄 사람들도 하늘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을지도 모르지만, 배는 경로를 바꾸는 일 없이 목적지를 향해 조용히 항해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20세기의 시인이 언급한 이래, 최근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그 누군가가 다시 언급하였다.  

그 이름이 바로 방탄 소년단 (BTS). 


그들의 '피, 땀, 눈물'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미술사적 어휘가 풍부하게 담겨 있는데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나르시서스의 도상 등),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멤버 중의 한명인 뷔가 발코니의 난간에 걸쳐 앉아있다가 뛰어내리는 장면의 뒤로 비치는 풍경이 바로 부뤼겔의 <이카루스가 추락하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결과적으로 그로 야기된 인간으로서의 고독감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존재하는 인간조건인가보다.  [3분18초의 장면]

 

BTS (방탄소년단) '피 땀 눈물 (Blood Sweat & Tears)' Official MV 

물론 이카루스의 추락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방탄소년단의 뮤비는 전세계가 알아차린듯하다.  이카루스는 추락했지만, 방탄소년단은 계속 비상하고 있는듯 하다.  

 

Pieter Brueghel the Elder 는 흔히 피터 브뤼겔이라고도 표기되곤 했는데, 요새 표기법으로는 피터르 브뤼헬이라고 표기하는 듯하다.  the elder라는 꼬리가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아들도 유명한 화가. 장남인 Pieter Brueghel the younger는  환상적인 지옥의 모습을, 차남인 Jan Brueghel the younger는 아름다운 꽃을 잘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