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츠시카 호쿠사이 (葛飾北斎: 1760-1849)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키요에 화가이고
그의 대표작으로는 넘실대는 파도가 인상적인 작품이 있다.
‘우키요-에 (ukiyo-e; 浮世絵)’란 ‘우키요-에’란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생활의 모습과 풍경을 묘사한 그림, 정확히는 목판화이다. 여기서 ‘우키요’란 ‘덧없는 세상 (浮世)’, 즉 불교적인 사상에서 비롯한 ‘현세’를 의미한다. 그리고 ‘에’는 ‘그림’이라는 한자 絵의 일본식 발음. 이 우키요에는 일본에서는 중하층민의 도락으로 여겨져 크게 인정받지 못했으나,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만국박람회, 국제 유통 등에 힘입어 유럽에 전파된 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일본풍의 유행, 자포니즘 (Japonisme)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원체 실제로도 여러가지 기행으로도 잘 알려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의 작품 자체가 유명하다보니, 이로 인해 생긴 가십이나 ‘카더라 통신’들의 이야기들도 원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30개의 호를 지녔다는 것. 그리고 평생 무려 93번의 이사를 했다는 것, 그리고 식사를 잘 챙기지 않은 인물임에도 그가 장수했던 이유로 ‘쿠와이’라는 풀을 꾸준히 먹어서라는데…
[쿠와이: 그게 뭔지 몰라서 찾아보았다. 우리말로는 ‘벗풀’이라고 하는데, 번역을 봐도 백과사전에 실린 사진을 봐도 뭔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통상 ‘소귀나물’이라고도 한다는데, 그건 잎사귀의 모양을 보고 만들어진 이름이리라 짐작이 될 뿐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 소문이 널리 퍼진다면….. 어느 약품회사에서 제품화하고 홈쇼핑에서는 판매를 해서 건강장수 식품으로 불티나게 팔릴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짧지 않은 인생이기는 하지만, 한 사람의 호가 30개라니… 많아도 너~무 많지 않은가?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호쿠사이가 호를 많이 가진 이면의 심리에는 작가의 자아도취적 성향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자뻑’ 화가의 작품이 수백 년 지난 오늘날까지 세계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고 기억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가장 유명한 <후지산 36경> 중 한 작품 “카나가와의 큰 파도”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마도 우키요에 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저 멀리 후지산이 보이고, 그 앞으로는 카나가와의 거대한 파도가 배들을 집어삼킬 듯 넘실거리고 있다. 좁은 나룻배에 탄 사람들은 사나운 파도에 배가 뒤집힐까 노심초사하며 배 바닥 쪽에 납작하게 몸을 붙이고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풍진 세상에서 사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이 이상 잘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후지산 36경>이라는 원제를 아는 이는 많지 않지만, 무엇인가를 움켜지려는 듯한 손가락들과 같은 모양을 한 파도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친숙할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패러디를 만들어내는 파도의 모습은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부악36경>중 한 작품인데, 일어로 후아쿠라고 읽는 부악은 후지산의 다른 이름이다. 명승지의 풍광을 담아 시리즈로 제작된 우키요에가 유행했는데, 이 작품은 후지산의 풍경을 담은 46점의 작품 중 하나인 것이다. (판화집의 제목은 후지산 36경. 36이라고 쓰고, 46점이라고 읽었다고나 할까?)
그의 이 작품의 세계적인 인기는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 저택을 위시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시카고의 아트 인스티튜트,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의 LA 카운티 미술관, 호주 멜버른의 내셔널 갤러리 오브 빅토리아 등 서구의 유명 미술관에 두루두루 소장되어 있다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호쿠사이가 타고난 재능을 지닌 화가였음은 분명하지만, 그의 인생이 시종일관 순탄한 것은 아니었고, 처음부터 완벽한 예술작품만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파도의 모습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강렬한 인상의 파도가 탄생한 것이었다. (아래의 몇 작품들에서 그의 파도 모양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소설 <해리 포터>에서의 값진 교훈, “아무리 타고난 마법사라도 훈련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되새기게 해준다.
北斎, Spring at Enoshima (Enoshima shunbô), from the album The Threads of the WIllow (Yanagi no ito)
北斎, 1803年 작품 『賀奈川沖本杢之図』에서의 파도
北斎, 1805年『おしおくりはとうつうせんのづ』서양의 서적을 보고 연구한 원근법을 도입한 작품
(아래는 호쿠사이의 <후지산 36경 카나가와의 큰 파도>를 패러디, 차용하여 재창조된 작품들의 예)
Levi’s 'Live Unbuttoned 501' campaign billboard installation, 2008
2008년도 빌보드 광고판으로 리바이스 청바지들로 재창조된 호쿠사이의 파도
독일 설치작가 토비아스 스텐겔의 2006년 작품 <파도>, 드레스덴 소재.
호쿠사이의 유명한 <후지산 36경> 중 ‘카나가와의 큰 파도’를 차용
비디오 작가 팀 워커의 단편 필름에도 호쿠사이의 파도가 등장한다.
Tim Walker, Magical Thinking, 1:09, March 2012
https://www.timwalkerphotography.com/videos/mood
사람들 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짧았던 일본의 에도시대, 89세까지 살았던 그의 수 많은 호 중에서는 '가쿄우진' 즉, '그림에 미친 사람'이라는 호도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그림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6세 이래, 평생 그는 엄청난 양의 그림과 판화를 제작하며 살았다. 그런 그가 노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6세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70세 이전에 내가 그린 모든 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7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자연과 동물 그리고 식물의 패턴들을 조금 알게 되었다.
80세가 되면 그림이 조금 더 발전하게 될 것이고, 90세가 되면 삶의 신비를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100세가 되면 훌륭한 예술가가 될 것이다.
110세가 되면, 내가 창조한 점과 선들이 삶에 스며들게 될 것인데, 이는 이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들이 될 것이다.
장대한 계획을 세웠던 그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훌륭한 예술가가 되지도, 자신이 창조한 점과 선들이 삶에 스며드는 경지에도 이르지 못한 89세가 되던 해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거시적 안목은 실제로 '백세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성급하게 성과만을 바라고 요령을 구하려드는, 조급하기만 한 풍토 속에서 사는 우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호쿠사이 #카나가와의파도 #우키요에 #자포니즘
'미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카루스의 추락과 BTS의 비상 (0) | 2018.09.15 |
---|---|
니가 외로움의 맛을 알아?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 호크스> (1942) (0) | 2018.09.13 |
우리 모두가 안고 살아가는 문제 (The Problem We All Live With) (0) | 2018.09.11 |
개그맨 김숙의 ‘조신한 남자 찾기’와 서구 미술 전통 속의 “Power of Women” (0) | 2018.09.10 |
록키와 뒤샹과 세잔 (0) | 2018.09.09 |
이쁘면 진리다~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0) | 2018.09.08 |
이 블로그의 제목과 필명의 근간이 된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1897) 이야기 (0) | 2018.09.05 |
티스토리 '물병과 사자'를 운영할 '잠자는 집시' (8) | 2018.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