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릴 때 누가 얼음! 그럼 꼼짝 못하다가 땡! 하면 그 얼음이 녹은듯 다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게임이 있었다. 얼음! 그러면, 그 순간부터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하는게 규칙이라, 그 때부터 애타게 누군가가 와서 '땡'이라고 외쳐주기를 기다리곤 했다.
요새 상황이 꼭 그런 것 같다. 갑자기 일상의 모든 생활이 '얼음!'인 상황이 되고, 우리 모두 간절히 누군가 와서 '땡!'이라고 외쳐주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얼음 땡' 놀이야 아이들 장난이니, 조금쯤 움직인다고 별일있겠냐마는, 이번에는 다르다. 처음엔 언제라도 누군가 와서 얼어붙어 있는 상황을 녹여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다. 이번에는 얼음 땡이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 벚꽃이 피고 지고, 산수유가 활짝 피었다 지고,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데...
처음엔 봄 학기 개강은 예정인 3월 초에서 4월 1일로 한 달을 미뤄졌다가, 다시 학교 개학 예정일에 맞춰 4월 6일로 미뤄졌다. 다시 학교 개학은 미뤄졌지만, 문화센터의 내 강의는 개강하려면 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번 봄 학기는 그냥 전체 폐강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다른 강의들은 다 폐강처리하고 인문학 강의만 강사 재량과 수강 등록 상황을 봐가며 진행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처음엔 한달 넘게 계속 집에만 있다보니 답답해서, 개강이라도 하면 집 밖으로 조금 나다녀도 될 명분이 될 것 같아 개강하자 싶은 맘이 강했다. 근데 좀 더 생각해보니, 이 상황에 불안감을 떠안고 개강하는게 맞나 싶었다. 어차피 10주 강의도 정상적으로 진행 못할 상황이고, 혹시라도 나나 수강생 중에 감염 확진자라도 나오면 책임감을 넘어 엄청난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아서다.
폐강 결정을 하고 나니, 아쉬운 맘이 없잖아 있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기도 하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그동안 못하던 프로젝트도 하고 집안 정리도 하고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많다고 일을 많이 해내는 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수감 중 글을 써내신 모든 분들의 정신력을 새삼 존중하게 되었다고 할까? 어디 못가고 한군데 있음 글도 엄청 많이 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더라는거다.
내가 좋아하는 Wrong Hands의 "Pandemic Playlist"를 주욱 읽다보니 웃음이 난다.
Everyday is Like Sunday~~~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지금 상황을 대변해준다. 호기심에 모르는 노래들을 몇 개 들어봤더니, 제목은 시의적절한데 내 취향의 노래는 없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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