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인플레 고려 2위, 12위 윌렘 드 쿠닝
2018. 10. 22. 05:11 미술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 연재 쭈욱~ 계속 됩니다~ 

먼저, 전체 랭킹을 논한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  

http://sleeping-gypsy.tistory.com/51

가요 순위 프로그램처럼 인플레 고려한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순위를 20위부터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살펴보고 있는데,  오늘은 추상표현주의자들 중 잭슨 폴록과 함께 소위 액션 페인팅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 윌렘 드 쿠닝 (Willem de Kooning: 1904-1997)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순위에 포함된 드 쿠닝의 작품은 두 점인데, 이제까지처럼 한 작가의 작품이 다수 포함 된 경우, 중복되는 언급을 피하기 위해서 이처럼 묶어서 진행하려고 한다.  

인플레를 고려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에 무려 2위와 12위에 빛나는 윌렘 드 쿠닝의 작품은 아래와 같다. 

인플레 고려 2위) Willem de Kooning, "Interchange" (1955) $300-million (2015 private sale)  ~$310-millions [약3,511억원에 상당]

인플레 고려 12위) Willem de Kooning, Woman III (1953) (2006 private auction via Larry Gagosian)   $166.9-millions [약1,890억원에 상당]


위의 두 작품은 각각 대표작으로 평가 받는 작품은 아니지만, 윌렘 드 쿠닝의 두 가지 관심사를 잘 나타내는 작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여인의 인체에 대한 관심이고, 또 하나가 회화에서의 형과 바탕, 즉 figure/ground의 관계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였다.    

먼저, 인플레를 고려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으로 12위를 차지한 <여인 III> (1953)을 살펴보자. 윌렘 드 쿠닝은 <여인> 시리즈로 가장 유명한 작가이다.  대표작으로는 현재 뉴욕의 현대미술관 (MoMA) 소장 중인 <여인 I>이 있다.   

20살 되던 해에 밀항으로 네덜란드에서 뉴욕으로 건너온 드 쿠닝은 초반에 생활이 어려워 같은 캔버스에 여러차례 그림을 그리고 지우곤 했다고 한다.  이 작품의 경우, 적외선, x-ray등으로 검사해 본 결과, 무려 70차례의 채색을 한 흔적이 보인다고! 힘찬 붓질 탓에 캔버스 더러 구멍이 난 부분도 있다고 한다.  시민권이 없던 관계로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예술가 구제책이던 FAP (연방 예술 프로젝트)에도 자격 미달이었던 그는 남의 집 페인트 칠해주는 일로 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는데, 따라서 그가 사용한 물감도 회화 전문용 물감이 아닌 가정용 페인트였다. 

윌렘 드 쿠닝의 대표작, <여인 I>   Willem de Kooning, Woman I (1950-52) oil and metallic paint on canvas ; 192.7 x 147.3 cm, MoMA 

이 작품은 비평가 헤롤드 로젠버그가  ‘액션 페인팅’ 이라는 명칭을 만들게  계기가  작품이다. 거친 붓질로 구현해놓은 여인의 모습은 아무리 좋게 봐도 전형적 미인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큰 눈과 날카로운 이, 그리고 큼지막한 손과 가슴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긴 한다.  이여인의 모습을 융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여인의 '원형'상에 가깝다고 이해할 수 있다.  드 쿠닝의 <여인 I>은 세계사나 미술사 초반에 등장하는 고대의 여인상과 유사한데, 그 대표적인 예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있다. (아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 구석기 시대의 유물로 여성의 생산에 관련된 신체부분이 강조된 여인상. 독일의 빌렌도르프 지방에서 출토되어 붙은 별명.  원형의 여인상이라고 여겨진다.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로 제작되었다고도 여겨진다. 

한편, 인플레를 고려했을 때, 랭킹 2위를 차지한 <나들목 (Interchange)>(1955)의 경우,  그가 여인 시리즈 뿐 아니라, 그가 중반기에 몰두했던 풍경화에서도 지속적으로 몰두했던 figure/ground 관계에 대한 관심을 잘 드러낸다.   

figure/ground 관계란, 그림을 그릴 때 주제가 되는 형태 (figure)와 그 주변 및 바탕 (ground)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통적 회화에 있어서는 그 관계가 뚜렷한 것이다. 이에 비해, 현대 추상에 오면 그 관계가 모호해지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잭슨 폴록의 작품이다.  나중에 다시 살펴보겠지만, 그의 그림에서 주를 이루는 형태와 바탕을 구분해내기란 불가능하다. 

이에 반해, 드 쿠닝의 경우, 인체를 포기하지 않은 추상화가로서 그로서는 추상에서 구현된 figure/ground 관계를 자신의 작품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관심이 높았음에 분명하다.  이 <나들목>이라는 작품에서는 입체교차로라는 대상과 그 주변 배경과의 관계를 탐구했다고 볼 수 있다.    

데이비드 게픈 재단 (the David Geffen Foundation)이 헤지 펀드 재벌 케네스 그리픈 (Kenneth C. Griffin)에게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 번에 살펴볼 잭슨 폴록의 <Number 17A>과 함께 $500-million 패키지로 판매했다고. (드 쿠닝의 작품이 $300-million, 폴록의 작품이 $200-million. 드 쿠닝에 대한 경쟁심이 남달랐던 폴록이 살아있었더라면 분통을 터뜨렸을지도. 

이 작품은 현재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대여 전시 중이므로 시카고 여행 중이고, 직접 보고 싶다면, 그곳에서 한번 찾아보시길.    

드 쿠닝은 92세의 나이에 별세하였는데, 만년에는 알츠하이머를 앓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규칙적으로 작업실에 나가 작업을 계속 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그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본능이자 습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가 투병 중에 그린 작품들도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보인다. 

뉴욕주 이스트 햄튼 작업실에서의 윌렘 드 쿠닝과 만년의 작품들

그의 예술가로서의 공적과 지치지 않는 창작열을 담은 드 쿠닝의 전기는 2005년 플리처 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는데, 밀항자였던 네덜란드 예술가의 전기 제목이 '미국인 대가'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de Kooning: An American Master, by Mark Stevens and Annalyn Swan (Alfred A. Knopf)]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