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몇 군데 지점에서 강의를 맡아해오고 있는 민윤정입니다. 어제 공지로 이번 가을 학기 수강생 모집 안내를 해드린데 이어 오늘은 제가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서 전반적 안내를 드리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제가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미술사 강의를 맡아 온것이 벌써 수년차에 접어드는데요. 그 때가 막 한국에 나온 참이었습니다.
처음 계기는 운좋게도 제가 기획과 도록의 내용을 맡아 진행했던 전시회 <<피카소에서 프란시스 베이컨까지>>였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한 그 전시회를 후원한 곳 중 하나가 현대백화점이라 자연스레 전시 소개를 하는 특강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연이 이어져 문화센터의 미술사 정규강의를 지금까지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지나고 생각하면, 사람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미국에는 문화센터 인문학 강의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할까 막막했습니다. 하다보니 이를 통해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낍니다.
처음에는 앞서 언급한대로 전시회 소개 특강 및 전시 가이드를 맡아서 진행했고요. 정규 강의를 처음 시작했을 때엔 문화센터라는 것을 처음 접하기도 했기에 매번 전시 기획하듯이 특정 주제를 선택하고 그에 적합한 작가와 작품을 정리하여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매 학기 새로운 전시 준비를 하듯 재미있었습니다. 현대백화점 이외에도 특강 형식으로 특정 주제나 특정 전시회에 대한 강연은 진행했구요.
그렇게 즐겁게 1년 넘게 강의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 강의를 듣는 수강생 분들이 매번 새롭게 모이시는 것이 아니라 계속 수강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쁜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기쁨이죠.) 미술사를 공부하고 강의하는 저로서는 역사적 맥락에 대해서 약간 집착하는데요. 문제는 그렇게 지속적으로 수강하시는 수강생들이 매번 제가 미술전시회 큐레이팅 기획한 정규 강의만 들으신다면, 오래 수강해도 미술사에 대한 계통은 서지 않는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계속적으로 수강하는 분들과 새로 수업을 듣는 분들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궁리하였습니다. 고심 끝에, 강의 자체는 미술사의 연대순으로 진행하되, 그 안에서 변주를 하는 것으로 하는 것으로 강의 구성을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 강의를 듣는 분들은 미술사에 대한 윤곽을 잡으면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계속 강의를 듣는 분들은 연대순으로는 반복되는 수업으로 저절로 미술의 역사적 측면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강의를 두 학기에 나누어서, 첫 학기는 르네상스부터 19세기 말 미술까지, 두번째 학기는 인상주의부터 20세기 중반의 팝아트까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갤러리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에 대해서는 두번째 학기 마지막 시간에 간략하게 다뤘구요. 그러다보니,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양이 방대한데 비해 그것을 다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몇 학기 전부터는 전체를 3학기로 나누어서 진행합니다. 첫 학기는 중세부터 19세기 미술, 두번째 학기는 인상주의부터 팝아트까지, 그리고 세번째 학기는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을 독립적으로 다루는 학기로 나눠서 말이죠. 그리고, 이번 2021년 가을 학기는 바로 이 세번째 시간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에 관해서 진행합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 19때문에 강의 진행에 차질이 많았습니다. 폐강되는 강의도 많았고, 단축수업을 해야하는 경우도 생겼고요. 그래도 어쨌든 계속해서 진행해 왔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정상화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많이 안정된 상태구요. 그동안에 오히려 공부할 시간이 많이 늘어서 수업 내용을 더 알차게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수업 내용과 방향에 대해서도 많이 연구할 시간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식으로 진행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점점 진화해가리라는 것입니다.
요즘은 '스며들게' 하는 것이 유행이던데요. 저는 미술사의 내용이 수강생 분들에게 '스며들게' 하는 것을 목표로 계속해서 강의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미며들게'라고나 할까요?
보통 이런 개략적 설명을 수업 시작때 말씀 드릴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이 블로그 포스팅을 참고하라고 말씀드리고 바로 수업 시작하려구요.
'알면 보이고, 그 때 보이는 것은 예전 같지 않다'는 말 많이 들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학문의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저는 미술사가 특히나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유명한 미술관을 갔어도, 아무리 훌륭한 작품 앞에 섰어도, 그 작품에 대해서 모르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 배울 수 있는 것이 극히 한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직관적 감상도 미술 감상의 일환이고 훌륭한 방법이지만요. 자세히 보고 알고 보는 만큼의 기쁨이나 깨달음은 얻기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따라서, 많은 분들이 미술사를 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개략적으로 작가 이름과 작품명을 외우고 아는 것이 아닌, 스며들게 감상하시는 방법을 알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 감동을 아는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진행하는 강의에 '진심'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그리고 제가 진행하는 수업의 구성에 대해 사전 이해를 구하기 위해 포스팅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앞으로는 수업 시간을 아끼기 위해 처음으로 제 수업을 수강하는 분들에게 이 포스팅을 읽어보시도록 할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제 강의 홍보겸 미술사 공부를 계속 하는데서 생기는 장점을 언급하고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너무 당연한 것이긴 한데요. 단기적으로는 미술의 역사에 대한 지식의 습득입니다. 따라서 미술 감상을 하는데 있어서, 직관적 감상 (물론 이것도 중요한 경험입니다)과 함께 나아가 더 깊은 이해를 하는데서 오는 즐거움과 감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결국은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과장 아냐? 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미술사 공부는 일종의 자기 수양의 일환이라고도 생각하는 바입니다.
두번째로는 경제적 이득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새 '아트 테크'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요. 실제로 수강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이것에 관련된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가끔 있습니다. 미술품을 소장하는 즐거움, 나아가서 그 작품을 통해 경제적 이득까지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그러기 위해서는 소장자의 안목이나 취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에요.
요새 주식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처음 입문하면 많이 들으시는 말들이 '남이 좋다는 것 사면 폭망한다.' '스스로 공부하고 그 종목에 자신이 있을 때 투자하라.' 이런 말 많이 들으셨을거에요. 저는 '아트 테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취향은 개개인 각각이고, 어떤 취향이 더 나은 것이라고 켤코 단언할 수 없지만, '안목'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장기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될 작품들이란 좋은 작품임에 분명한데, 그것을 구별해내려면 '안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요. 수많은 작품들 중에 자기 나름대로 옥석을 구별하는 안목은 요즘같이 다양한 작품들이 생산되는 시대에는 더욱더 필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술작품을 구매할 사람들은 결국 그 '안목이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유통되게 되어있으니까요. 그러니, 일시적 인기몰이로 가격이 높은 작품을 남이 권하는대로 구입하는 경우에, 과연 그것이 끝까지 경제적 이득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 의문이에요. 적어도 내 취향에 맞아서 구매한 작품이라면 가지고 있는 동안이라도 행복하겠지만, 자신의 안목없이 남의 말만 듣고 구매한 경우,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즐기지도 못하고 나중에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도 없게되겠죠. 그럼 너무 억울하잖아요. 작품의 가격들이 만만치 않은데 말이죠. 따라서, 미술 작품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신 분들도 거리가 멀어보이는 '미술사 공부'가 장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럼, 앞으로 제 블로그에서 그리고 미술사 강의를 통해서 많은 분들과 만나뵐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