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100주년이라니....빈 모더니즘을 기념하는 2018년
2018. 10. 12. 01:30 일상 이야기

2018년은 1918년으로부터 100주년이 되는 해. 
그럼 1918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세계사적으로 살펴보면,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지만,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공교롭게도 빈 모더니즘을 이끌었던 화가, 건축가, 디자이너 4명이 세상을 뜬 해이기도 하다.  

  • 오토 바그너 Otto Wagner (1841-1918)  

  •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1862-1918) 

  • 에곤 쉴레 Egon Schiele (1890-1918) 

  • 콜로만 모저 Koloman Moser (1868-1918)

(이들이 한날 한시에 세상을 등지기로 결심한 것은 아니고 우연의 일치.  다만, 당시 스페인 독감이 워낙 유행해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알려져 있다. 일례로 에곤 쉴레는 당시에 유행했다는 그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는데, 이는 임신 중이던 아내가 이 독감으로 세상을 뜬 사흘 뒤였다고 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클림트가 폐렴의 합병증으로 결국 사망했는데, 그 폐렴의 원인이 스페인 독감은 아니었나 의심해 볼 수는 있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미술사에 기리남을 인물들이 같은 해에 '서거'하기란 원체 드문 일이다.  이를 계기로 빈 모더니즘도 한 풀 꺾인 것도 사실이고, 이 즈음에 공교롭게도 오스트리아의 국운이 저물어간 것도 사실이다.  당시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었겠지만, 빈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서거 100주년을 맞이한 2018년의 오스트리아 빈으로서는 널리 기리고 알려야하는 기념할 만한 해인 것이다. 

이를 기념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홈페이지가 여기.

https://wienermoderne2018.info/en/


오토 바그너는 현대 건축을 창시했다고도 평가받는 건축가, 콜로만 모저는 팔방미인인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이 둘은 일반 대중들에게 덜 알려져 있지만,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쉴레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화가들이다. 

정식으로 사제지간은 아니었지만, 에곤 쉴레는 클림트를 존경했고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 둘의 사이가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작품 세계는 상당히 달랐다. 에곤 쉴레의 경우, 지나친 외설적 표현으로 오늘날까지 일반 전시에는 제약을 받을 정도의 과감한 작품 세계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물론 독특한 화풍과 필치로 개성넘치는 작품으로 그의 천재성과 재능은 충분히 평가 받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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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ienermoderne2018.info/en/에서 소개된 에곤 쉴레 부분의 참고 이미지들 중 하나 - '10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과감해서 미안'이라고 쓰인 종이로 '은밀한 부분'을 감춘 재치 있는 디자인이 돋보인다.

Egon Schiele (1890-1918), Self-Portrait with Chinese Lantern Plant (1912), oil on painting ; 32.2 x 39.8 cm, Leoold Museum 

이에 비해 클림트의 작품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작품들로 유명하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복제품으로 널리 유통되고 전시되어 한국에서도 카페 같은 데서 한 번쯤 봤음직한 작품들이 많다.    

Gustav Klimt, The Kiss, oil on canvas ; 180 x 180 cm, Österreichische Galerie Belvedere, Vienna

클림트의 '황금기' (전성기라는 의미도 있지만, 정말 금색을 많이 사용해서 적절한 명칭)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원래는 가로와 세로가 모두 180cm인 정사각형의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림이다. 사랑하는 남녀의 열정적이면서 따뜻한 키스의 순간을 화려한 금색을 배경으로 장식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클림트의 이전 작품이 변태적이라며 비판 당했던 것과는 달리, 제작 당시부터 인기가 높았다고 알려져 있다. 금박과 평면성은 각각 비잔틴과 자포니즘의 영향으로 볼 수 있는데, 이후 그의 대표 작품들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자리잡는다.  

혹자는 남성의 머리에 얹힌 것을 월계관이라고 보고, 이를 아폴로와 다프네의 신화를 묘사한 것이라 해석하기도 하는데...  여인의 몸, 특히 다리 부분이 지면의 풀과 꽃과 물아일체를 이루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신화 속의 다프네는 구애하는 아폴로를 벗어나기 위해 도망을 치다치다, 급기야 강의 신이던 아버지에게 부탁해 님프이길 포기하고 나무로까지 변신을 하는데... 이 그림 속의 여인은 남성의 품에서 너~무 행복해보인다는 결정적으로 감정표현적 모순이 있다.   

그리고, 어제 소개한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회화 작품들에 클림트의 작품이 당당하게 몇 작품이나 들어가 있는데, 둘다 성공한 사업가의 아내인 Adele Bloch-Bauer의 초상화이다.  클림트가 유일하게 같은 모델을 대상을 두번이나 초상화를 제작했다고 해서 유명하기도 하다.  나치가 몰수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후손들의 품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하는데... 이 중 1907년의 첫 초상화 작품은 현재 Neue Galerie에 전시 중이다.     

Gustav Klimt,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I" (1912)   


Gustav Klimt,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 (1907), 현재 뉴욕의  Neue Galerie에 전시 

우연의 소산이긴 하고, 거장들이 한꺼번에 세상을 등진 일은 비극적인 일이었지만, 전시회를 기획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  빈 모더니즘을 이끌었던 4 거장들의 서거 100주년을 맞이해서 오스트리아의 빈 뿐 아니라, 예술이라면 내노라 하는 대도시에서 이들과 관련한 전시를 많이 개최하고 있고, 늦게는 내년 초까지 계속 되고 있으니,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씩 여행지 미술관의 특별전을 체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오스트리아 빈 측에서 준비한 것 같은 이들의 홈페이지를 체크해 보세요.
https://wienermoderne2018.info/en/

(그리고 뉴욕에 가시는 분은 Neue Galerie에 가보시는 것도 좋을듯해요~) 

The Belvedere Museum “Egon Schiele - Pathways to a Collection” (Oct. 19, 2018 – Feb. 17, 2019)
Leopold Museum 
“Egon Schiele. The Jubilee show”  (Feb. 23 – Nov. 4, 2018) 
“Gustav Klimt”  (Jun. 22 – Nov. 4, 2018)
MAK – Austrian Museum of Applied Arts/Contemporary Art “Koloman Moser. Universal Artist between Gustav Klimt and Josef Hoffmann” (Dec. 19, 2018 – Apr. 22, 2019)
Bank Austria Kunstforum Wien - Japonismus” (Oct. 10, 2018 – Jan. 20, 2019)  - 자포니즘의 영향에 대해 알아보는 전시라고 소개 됨 
Klimt Villa - Gustav Klimt’s Studio - “Klimt lost” (May 5 – Dec. 30, 2018) – 나치에 의해 행해진 압수를 비롯하여 소실된 클림트의 작품을 새로운 관점에서 고찰해보는 전시라고 소개 됨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