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2018/09/08 글 목록
2018. 9. 8. 05:29 미술 이야기

 

카츠시카 호쿠사이 (葛飾北: 1760-1849)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키요에 화가이고 

그의 대표작으로는 넘실대는 파도가 인상적인 작품이 있다. 

 

 

 

우키요- (ukiyo-e; 浮世) 우키요-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생활의 모습과 풍경을 묘사한 그림, 정확히는 목판화이다. 여기서 우키요 덧없는 세상 (浮世)’, 불교적인 사상에서 비롯한현세 의미한다. 그리고 그림이라는 한자 의 일본식 발음.   우키요에는 일본에서는 중하층민의 도락으로 여겨져 크게 인정받지 못했으나,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만국박람회, 국제 유통 등에 힘입어 유럽에 전파된 ,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일본풍의 유행, 자포니즘 (Japonisme) 일등공신이 되었다.

 

원체 실제로도 여러가지 기행으로도 알려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의 작품 자체가 유명하다보니, 이로 인해 생긴 가십이나카더라 통신들의 이야기들도 원체 많다. 대표적인 30개의 호를 지녔다는 . 그리고 평생 무려 93번의 이사를 했다는 , 그리고 식사를 챙기지 않은 인물임에도 그가 장수했던 이유로쿠와이라는 풀 꾸준히 먹어서라는데

 

 

[쿠와이: 그게 뭔지 몰라서 찾아보았다. 우리말로는벗풀이라고 하는데, 번역을 봐도 백과사전에 실린 사진을 봐도 뭔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통상소귀나물이라고도 한다는데, 그건 잎사귀의 모양을 보고 만들어진 이름이리라 짐작이 뿐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소문이 널리 퍼진다면….. 어느 약품회사에서 제품화하고 홈쇼핑에서는 판매를 해서 건강장수 식품으로 불티나게 팔릴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짧지 않은 인생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호가 30개라니많아도 ~ 많지 않은가?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호쿠사이가 호를 많이 가진 이면의 심리에는 작가의 자아도취적 성향도 몫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자뻑화가의 작품이 수백 지난 오늘날까지 세계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고 기억될 누가 알았겠는가?  

 

 

 

The Great Wave off Kanagawa 葛飾北斎, 『冨嶽三十六景 神奈川沖浪裏』 (1831-33) 多色刷木版画, 25.7 × 37.9 cm

 

 

 

가장 유명한 <후지산 36> 작품 카나가와의 파도라는 작품이다. 작품은 아마도 우키요에 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하나일 것이다.

 

 

멀리 후지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카나가와의 거대한 파도가 배들을 집어삼킬 넘실거리고 있다. 좁은 나룻배에 사람들은 사나운 파도에 배가 뒤집힐까 노심초사하며 바닥 쪽에 납작하게 몸을 붙이고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풍진 세상에서 사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이상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후지산 36>이라는 원제를 아는 이는 많지 않지만, 무엇인가를 움켜지려는 듯한 손가락들과 같은 모양을 파도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친숙할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패러디를 만들어내는 파도의 모습은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부악36> 작품인데, 일어로 후아쿠라고 읽는 부악은 후지산의 다른 이름이다.  명승지의 풍광을 담아 시리즈로 제작된 우키요에가 유행했는데, 작품은 후지산의 풍경을 담은 46점의 작품 하나인 것이다. (판화집의 제목은 후지산 36.  36이라고 쓰고, 46점이라고 읽었다고나 할까?)

 

그의 작품의 세계적인 인기는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 저택을 위시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시카고의 아트 인스티튜트,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의 LA 카운티 미술관, 호주 멜버른의 내셔널 갤러리 오브 빅토리아 서구의 유명 미술관에 두루두루 소장되어 있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호쿠사이가 타고난 재능을 지닌 화가였음은 분명하지만, 그의 인생이 시종일관 순탄한 것은 아니었고, 처음부터 완벽한 예술작품만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파도의 모습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강렬한 인상의 파도가 탄생한 것이었다.  (아래의 몇 작품들에서 그의 파도 모양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대목에서, 소설 <해리 포터>에서의 값진 교훈, “아무리 타고난 마법사라도 훈련을 해야만 한다 것을 되새기게 해준다.

 

  

 

斎, Spring at Enoshima (Enoshima shunbô), from the album The Threads of the WIllow (Yanagi no ito)

 

 

 

斎, 1803年 작품 賀奈川沖本』에서의 파도 

 

斎, 1805年『おしおくりはとうつうせんのづ』서양의 서적을 보고 연구한 원근법을 도입한 작품 

 

 

 

 

(아래는 호쿠사이의 <후지산 36 카나가와의 파도> 패러디, 차용하여 재창조된 작품들의  

 

Levi’s 'Live Unbuttoned 501' campaign billboard installation, 2008 

2008년도 빌보드 광고판으로 리바이스 청바지들로 재창조된 호쿠사이의 파도 

 

 

독일 설치작가 토비아스 스텐겔의 2006 작품 <파도>, 드레스덴 소재

호쿠사이의 유명한 <후지산 36> 카나가와의 파도 차용

 

 

 

비디오 작가 워커의 단편 필름에도 호쿠사이의 파도가 등장한다.

Tim Walker, Magical Thinking, 1:09, March 2012

https://www.timwalkerphotography.com/videos/mood

 

사람들 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짧았던 일본의 에도시대, 89세까지 살았던 그의 수 많은 호 중에서는 '가쿄우진' 즉, '그림에 미친 사람'이라는 호도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그림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6세 이래, 평생 그는 엄청난 양의 그림과 판화를 제작하며 살았다. 그런 그가 노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6세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70세 이전에 내가 그린 모든 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7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자연과 동물 그리고 식물의 패턴들을 조금 알게 되었다. 

80세가 되면 그림이 조금 더 발전하게 될 것이고, 90세가 되면 삶의 신비를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100세가 되면 훌륭한 예술가가 될 것이다. 

110세가 되면, 내가 창조한 점과 선들이 삶에 스며들게 될 것인데, 이는 이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들이 될 것이다. 

장대한 계획을 세웠던 그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훌륭한 예술가가 되지도, 자신이 창조한 점과 선들이 삶에 스며드는 경지에도 이르지 못한 89세가 되던 해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거시적 안목은 실제로 '백세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성급하게 성과만을 바라고 요령을 구하려드는, 조급하기만 한 풍토 속에서 사는 우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호쿠사이 #카나가와의파도 #우키요에 #자포니즘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9. 8. 00:25 미술 이야기

이쁘면 모든게 다 용서된다. 이쁘면 진리다. 이쁘면 착하다.  

궁서체로 먼저 한번 써봤습니다. 이런 말, 한번쯤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후후...  이런 믿음과 동일하지는 않으나, 일맥상통한 것이 신플라톤주의라고 할수도 있지 않나 혼자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만.... 오늘은 '이쁘면 진리다'라는 화두를 따라 보티첼리의 작품 하나를 살펴볼까 합니다. 


Sandro Botticelli, The Birth of Venus (c. 1486). Tempera on canvas. 172.5 cm × 278.9 cm (67.9 in × 109.6 in). Uffizi, Florence


Sandro Botticelli (1445–1510), Primavera (1482) tempera ; 203 × 314 cm, Uffizi

보티첼리의 작품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 위의 두 작품 <비너스의 탄생>과 <프리마베라 (봄)>라고 할 수 있죠. 이 두 작품이 쌍을 이루도록 메디치가에서 주문했다는 일설이 있는 반면, 또 한편으로는 <프리마베라>와 <미네르바와 켄타우르스>를 한 쌍으로 묶는 설도 있습니다.

Sandro Botticelli (1445–1510), Pallas and the Centaur (ca.1482), tempera on canvas ; 205 × 147.5 cm, Uffizi

여하튼 <프리마베라>와 <비너스의 탄생>, 두 작품 다 신화 속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지만, 딱히 특정 에피소드와는 상관없는 전개라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먼저 <비너스의 탄생>은 제목과는 조금 다르게, 귀여운 아기 비너스가 탄생하는 순간...은 아니고, 이러저러 여차저차해서 파도의 거품속에서 탄생했다는 비너스가 이미 다 장성해서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파도를 타고 해안으로 도착하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때, 비너스는 메디치가 소장 중인 비너스의 포즈와 유사하게, 다소곳이 몸을 가린 모습인데, 정숙한 여인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일명, Venus Pudica).  조신조신... 

Venus de'Medici, Galleria degli Uffizi, Florence, Italy   통칭 '메디치가의 비너스'

한편, 비너스가 파도에 밀려 조개껍질을 타고 해안에 도착하는 장면도 고대부터 있는 도상인데, 폼페이 벽화부터 까메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남아있습니다.

Casa de la Venus en la concha Pompeii – 여기서는 비너스가 장막 같은 천으로 바람도 연출하고 있다. (펄럭이는 망토는 바람의 상징)

고대 로마시대 까메오 장식 – 재료와 주제의 적절한 결합을 보여준 탁월한 예

Sandro Botticelli, The Birth of Venus (c. 1486) – Zephyr and Aura

<비너스의 탄생> 화면의 왼쪽에서는 서풍(Zephyr)이 볼 빵빵히 바람을 불어 비너스를 해안으로 인도하고 있고, 그의 품에서 미풍(Aura)도 함께 이 일을 거들고 있습니다.

Sandro Botticelli, The Birth of Venus (c. 1486) –Horae

오른쪽에서는 값비싸 보이는 아름다운 천을 받쳐들고 역시 아름다운 옷을 입은 여인이 누드의 여인에게 덮어주려는 듯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 여인은 호라 (Horae), 혹은 계절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시간의 흐름을 뜻하죠 (이 단어에서 시간 (hour)이라는 영어단어가 나온건 안 비밀). 혹자는 호라의 포즈를 기독교에서의 예수의 세례 장면과 연관시키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시시콜콜하게 신들의 이름이나, 작품의 주문 배경을 전혀 몰라도 작품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뭐 어차피 확실하지 않은 것도 많으니까요.  ^^

비너스의 모델이 된 것이 당대 최고의 미녀이자, 메디치가의 청년들 – 로렌조와 줄리아노 – 가 모두 숭배해 마지 않았다는 여인 시모네타 베스푸치 (Simonetta Cattaneo Vespucci)였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뭣이 중한디? 이렇게 이쁜데....

Sandro Botticelli, The Birth of Venus (c. 1486) –Venus 

메디치 가가 설립했던 아카데미에서 플라톤의 사상을 신봉하고 연구하던 일군의 학자들의 주도로 르네상스기에 널리 유행했던 것이 바로 신플라톤주의입니다. 그리스 로마의 전통과 사상을 연구, 재발견하게 되면서,어떻게 하면 중세 천년 동안 신봉해 왔던 기독교의 신앙과 사상을 버리는 일 없이조화롭게 포용할 수 있을까하는 궁리 끝에 나온 사상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관점에서 비너스는 그리스 로마의 신처럼 현세적이고 육체적인 사랑을 관장하는 존재이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인간들에게 천상의 진리, 신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이해하게 됩니다. 즉, 우리가 육체적 아름다움은 제대로 감상하고 명상하기만 한다면, 궁극적으로는 더 고상한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너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처음에는 그 외면적 아름다움에 맘을 빼앗기지만, 종국에는 우리의 맘을 신성한 경지, 신성한 신의 사랑으로까지 고양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거죠.  

따라서, 단순화 하자면, 맞는 말입니다. 적어도 신플라톤주의자에게는요, "이쁘면 진리다~"라는 말은요.  


#보티첼리 #비너스의탄생 #신플라톤주의 #우피치 #메디치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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