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2018/09/11 글 목록
2018. 9. 11. 11:00 일상 이야기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체육 시간 달리기 경주라도 할라치면, 난 누군가가 내 운동복 끄트머리를 뒤에서 잡아 끄는 것 같았고, 기록만 보면 반드시 누군가 그랬었던 것 같았다. 아니 그래야만 이해가 되는 기록을 남기곤 했었다.  못하니 싫어하고, 싫어해서 안하니 나아지지를 않고, 그런 악순환으로 여지껏 살아왔다.  숨을 안쉬고 살아갈 수 만 있었다면, 나는 아마도 숨도 안쉬고 지낼지도 모르겠다 싶다. 얼마 전에 등산 가는 친구들이 함께 가자고 권해서 겁없이 따라 나섰는데, 도중에 내 다리가 스스로 로그 오프하는 현상을 경험했다. 머리로는 움직이고 싶은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심각한 운동 부족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앉아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운동은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동네 요가 학원에 신청을 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한동안 일주일에 두번 가면서 세상 운동 다하는 것처럼 뿌듯한 것도 잠시...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달 내내 안가면서 등록했다는 사실만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미국에 가서 인상깊었던 것 중에, 조깅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는 것이었다. 동네에서도, 학교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꼭 한 두명 씩은 내 주변을 뛰어가는 사람을 보곤 했다.  세상 호화롭게 지어놓은 학교 체육관을 가면 더했다.  국민들 운동의 생활화 범 국민 캠페인이라도 했나 싶을 정도로.  햄버거는 물론이고 약사에게 조제한 약을 받을 때에도, 차에서 내리는 법 없이 차창만 내리고 받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된 셈인지 차에서 내려서 세발자국만 멀어지면 죄다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신기하게 느꼈었다. 

한국에 있을 때엔 작정하고 새벽 운동을 가는사람들 이외에는 길거리에서 조깅하는 사람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 때에는 일부러 시간 내서 저러지 말고, 그냥 걸어서 음식 사러가고, 차에서 내려서 약국에 걸어들어가 약 타오고 하면 될 것을... 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 돌아와서도 나는 예전만큼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되면서, 생활 속의 운동도 잘 안하게 되었다. 결국 일부러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지속적으로 계속 하려면 그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안될텐데... 누가 운동을 좋아하면서 지속하는 방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요새는 핸드폰 앱도 잘 나오던데, 운동하는 앱을 하나 깔아서 사용해볼까?   

#운동앱추천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18. 9. 11. 08:00 미술 이야기

Norman Rockwell (1894-1978). The Problem We All Live With, 1964. Story illustration for Look, (January 14, 1964). oil on canvas. 36 x 58 in. (91.4 x 147.3 cm). From the permanent collection of the Norman Rockwell Museum. © The Norman Rockwell Estate / Licensed by Norman Rockwell Licensing Company, Niles, Illinois


위의 작품은 1964년 1월 14일 발간된 격주지 Look의 표지 삽화이다. 

미국의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락웰 (Norman Rockwell : 1894-1978)은 장장 47년간 가벼운 오락 잡지인 Saturday Evening Post의 삽화를 그렸는데, 그 삽화의 주제는 대부분 미국의 보통 사람들이 사는 일상의 모습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그려냈고, 그의 작품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런 그의 화풍에 혹자는 '설탕을 바른 그림' 즉,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적 사회로 미화해서 그린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는데, 그런 문제는 작가 자신도 느꼈던 듯 하다. 만년의 그는 '세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지를 떠나 그보다는 좀 더 시사문제를 다루는 '룩'이라는 잡지의 삽화를 맡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 작품인 것이다. 


The Runaway, Cover illustration for  The Saturday Evening Post, September 20, 1958

세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의 표지 삽화에서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단면을 담아 묘사해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맨 위의 그림에서 노먼 락웰은 당시 인종 분리 정책을 폐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회 문제에 대해서 뉴 올리언즈에 사는 루비 브릿지라는 6살 먹은 흑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1960년 11월 14일,  루비 브리짓은 인종분리 정책을 폐지함에 따라, 이전까지는 백인학교 였던 초등학교에 등교하게 된 장면을 그리고 있는데, 그림을 보는 관람자 쪽에는 아마도 이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자리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화면의 가운데에는 어린 소녀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고, 그녀의 앞과 뒤에 완장을 찬 경찰관들이 시위대로부터 어린 소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호위하여 걸어가고 있다. 벽에는 인종 분리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짐작되는 토마토가 터진 채 떨어져 있고, KKK, Nigger 등 보기 거북한 낙서들이 커다랗게 써 져 있다. 



우리는 부모님들에게서, 또 학교에서 가르치는대로 지식은 물론 예절과 법규를 배우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한 지식과 예절, 법규를 잘 익히고 배울수록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상식을 쌓고, 신념을 갖게도 되고, 자연스럽게 관례와 관습에 대해서도 익숙해지고 동화된다. 그리고, 사회적 관습과 관례 속에서 산다는 것은 상당한 안정감과 소속감을 갖게 해준다.   

시위대에 속한 이들도 그러한 '관례 속의 상식'을 지닌 인물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음을 의심치 않았을 것이고, 자신들의 싸움은 옳은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정의로운 투쟁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을 것이다. 

55년 후에 어떻게 세상이 변하고, 자신들의 생각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평가받게 될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1957년 노스 캐롤라이나의 15세의 소녀가 백인 학교에 등교할 때에도 그랬다. 뒤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흑인 소녀를 조롱하던 소년은 자신이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죄 없는 소녀에게 침을 뱉고 돌을 던지던 사람들도... 


그 때에는 그 소녀를 비웃고 있던 저 소년들은 자라서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었을 때에 자신의 어린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차별은 내면화 될 뿐, 좀처럼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서, 오늘날도 맘 속에 저런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의 한계는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저런 결정적인 오류를 가진 신념은 갖지 않고 살고 싶다. 


백인학교에 등교한 흑인 학생들은 백인 학생들이 던진 돌멩이나 나무 작대기를 맞았고, 선생님들은 그것을 모른척 하거나 묵인하는 일이 허다했고, 심지어 선생님들 조차도 흑인 학생을 무시하곤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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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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