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Pop Art Everywhere~ 익숙한 곳으로의 낯선 여정
2018. 9. 5. 08:07 일상 이야기

신이 내게 다른 것을 다 주시면서 빠뜨리고 안주신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방향감각.  


그렇다.  그래서 난 길치이다.  


그렇기에 난 같은 장소를 최소한 대여섯 번을 왕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특정 장소까지의 경로를 겨우 기억한다.  여하한 이유가 없으면, 난 그렇게 어렵사리 기억한 경로를 고수한다.  하지만, 나의 또 다른 특징이 있으니 그건 네비게이터의 말은 엄청 고분고분 듣는다는 것이다.


길치인 나도 이제는 완전히 익숙한 신촌에서 집까지의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거기서도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평소엔 신촌 로터리 쪽에서 홍대 앞을 지나치거나, 동교동 사거리 쪽으로 나가서 홍대 전철역을 지나 결국은 SK 합정 주유소 앞쪽 진입로에서 강변북로를 타서 귀가하곤 하는데....


어제는 네비게이터가 홍대 쪽으로 가라길래 순순히 산울림 소극장이 있는 길 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르막길로 올랐다.  그런데 그때부터 방향이 점점 이상해진다.  그래서 내 딴에는 없는 방향 감각을  최대한 발휘~ 일단 강변북로 표지판을 따라 한참 운전을 했는데, 결국 내가 발견한 건 일산쪽으로 향하는 강변북로!  평소에 가는 길에서는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왼쪽은  한남대교 쪽 오른쪽은 일산 쪽 이렇게 나뉘는데, 거긴 안그런가보았다. 


그래서 일대를 약간 돌다보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신촌 일대....너 오늘 되게 낯설다~) 네비게이터가 이번엔 시청 쪽으로 가랜다~  그쪽으론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고, 방향적으로는 평소 집으로 가는 쪽의 정반대인데.... 그렇지만, 내 차의 네비게이터 양 뿐 아니라, 티맵의 네비게이터 군까지 이구동성으로 마포, 시청/광화문 쪽으로 가라고 아우성~  

결국, 아현동, 충정로, 서소문 고가차도, 세종대로, 소공로, 회현사거리, 퇴계 지하차도 옆, 퇴계로 2가, 삼일대로, 남산 1호터널 한남대교 방면, 한남대로, 독서당로, 서빙고로, 보광로, 뚝섬로, 용비교 (티맵보고 옮겨 적어봄)를 경유하여 귀가.  덕분에 터널 통과할 때 통행료를 내긴 했지만, 첨으로 가보는 길이라 신선했다.  내가 늘 다니던 길이 막혀서 교통 정보를 통합해서 네비게이터가 새로운 길을 알려줬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덕분에 생각보다 크게 막히지 않는 쾌적한 귀가 길이었다.   심지어 한남동 쪽 주유소 앞에서 로이 리히텐슈타인도 만났다.  Pop Art Everywhere~




정말 간 만에 이대 앞도 지나가 보고, 학교 다닐 때 버스로 오가던 아현동, 충정로 이런데도 이제는 차로 지나가 보고, 유학 전 한국에 있을 때 자주 가던 호암아트 홀, 조선호텔 앞도 지나오다 보니 감회가 새로왔다.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몽글몽글....   아마 소요시간이 평소보다 짧았다고 느꼈던건 추억따라 상념에 젖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상하다... 분명히 평소 집으로 가는 방향의 반대 방향이었는데... 

(잠시 갸우뚱) 
아하!~ 역시 지구는 둥근 게 틀림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