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We are Family~" 호칭에 관한 문제~
2018. 9. 6. 11:00 일상 이야기

이건 내가 한국에 돌아와서 얼마 되지 않아 겪은 일.


한국은 핸드폰이 없으면 홍길동스러운 일이 종종 일어난다. 내가 나임을 증명하기가 힘든다. 어떨때에는 i-pin인가 하는 것과 핸드폰으로 본인 인증을 하는 옵션을 주기도 하지만, 핸펀 없는 내가 i-pin 인증을 선택해서 몇페이지씩 넘기며 공란을 채워도 맨 마지막 페이지엔 '이제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여 인증을 완성하세요'라고 나온다. (이런 xx같은!) 내가 핸드폰 있으면 왜 i-pin 같은 듣보잡을 선택했겠느냐!!! 

몇번 이렇게 힘든 일을 겪고, 당시에는 금방 계속 일본이랑 미국에 왔다갔다 할 상황이라 한동안 핸드폰 없이 버텨보려했으나, 일단 그냥 하나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핸드폰 매장을 갔다. 

친절한 점원은 자신이 내게 꼭 맞는 핸드폰을 골라주겠다며 자신의 테이블 앞으로 날 안내를 했고 몇개의 상품을 골라서 각각의 장단점을 일러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친절한 점원이 말끝마다, '어머님이 쓰시기에는~' '어머님이 쓰시기에는~' 하시는 통에, 설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일단 그의 '어머님'이 아니고, 또 내가 초등학교때 출산해도 그만한 아들은 두기 힘들게 생긴 남성이 내게 자꾸 '엄마'라고 하는건 무슨 경우인가. 

거기가 학교면 이해를 하겠다. 내가 어떤 학교를 방문했는데, 그 사람이 그 학교의 선생님이라면, 내가 자기 동료가 아닌건 확실하고, 내가 자기네 학교 학생 연령은 아닌게 확실하니까, 그냥 '어떤 학생의 어머니'겠거니 하고 짐작해도 그냥 그려려니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거기다 대고, '아니, 전 누구누구의 이모거든요, 고모거든요, 보모거든요....' 할일은 없었을거다. 

하지만, 거긴 핸드폰 매장. 내가 그에게 '어머니'로 추정받아야 할 이유는 미모로도 누를 수 없이 티나는 나의 연령대 뿐인데, 그 이유로 왜 계속 낯선 남자로부터 '어머니'로 불려야하나~ 참다가 참다가 그가 또 '어머님은~' 하길래, 고개와 함께, 내 검지를 세우고 좌우로 흔들면서, '자꾸 어머니 어머니 하지 마세요~' 그랬다. 그랬더니, 친절함을 가득 묻히고 내게 상품 소개를 하던 그 점원이 갑자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지면서, '그럼 뭐라고......(불러야하나요)' 하는게 아닌가? 그렇게 당황할줄은 몰랐고, 그런 질문에 대한 대비책도 없었던 나는 덩달아 당황하다가, '그냥....고객님 하세요!' 그랬다. 그랬더니, '아~ 고객님~이라구요~'하면서 사태는 마무리 되는가 싶었는데.... 때마침, 옆자리 점원과 고객의 대화가 들렸다: '아버님이 쓰시기에는~~이 폰이~~' 


어찌된게 여긴 죄다 가족이야~ 


듣고 가실께요.   시스터 슬레지가 부릅니다.  "We are Family."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