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좀 특이한 가족초상화-드가의 벨레리 가족
2018. 9. 29. 07:00 미술 이야기

Edgar Degas (1834-1917) The Bellelli Family (1858-1867) oil on canvas ; 250 x 200 cm, © RMN-Grand Palais (Musée d'Orsay) / Gérard Blot 



개론서에는 편의상 인상주의에 포함시키고, 실제로 까칠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인상주의 전시회에는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에드가 드가는 하지만, 살아생전에는 자신의 작품을 인상주의라고 하는 것에는 크게 거부감을 표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에드아르 마네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재력과 지위를 가진 집안의 자제였던 드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그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는 이탈리아와 미국 등지를 다니면서 집안을 일으키고자 노력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고모를 방문해서 그녀의 가족을 그린 초상화이다. 


화면에는 고모와 그의 남편 벨레리 남작과 그들의 두 딸들이 모여 일단 가족 초상화의 형식을 띈다.  벽에는 최근 작고한 그의 아버지이자 고모에게는오빠인 오귀스탕 드가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드가의 고모는 화면의 왼쪽에 두 딸과 함께 자리하고 서 있고, 남편인 남작은 화면의 오른쪽에 놓인 의자에 등을 돌린 채 앉아서 딸들과 아내가 있는 쪽을 바라다보고 있다.  

얼핏 보면 일반적인 가족 초상화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은 인상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에 설득력이 실릴만큼, 이 작품은 북유럽의 초상화와도 같은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 가족 초상화에서는 지체 높은 귀족의 '화목한 가정'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일설에는 고모부가 처녀시절의 고모를 억지로 범해 결혼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화면 전반에는 고모의 고고함에 미치지 못하는 듯한 이탈리아인 고모부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남편과 아내는 화면의 좌우 가장자리로 멀리 떨어져 있고, 7세와 10세가 되는 조카들은 놀이용 앞치마라고 할 수 있는 pinafore를 착용하고 있지만, 다소 경직되어 보인다. 상중이라 검은 색의 옷을 입고 있는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입을 꽉 다물고 있어 귀족적 풍모를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모부는 편안한 옷을 입고 가족이 있는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지만 그 사이에는 세로선이 강조된 문과 거울의 틀, 그리고 중간에 놓인 탁자로 이들의 사이는 단절되어 있다.  이 둘의 사이가 불편한 것에 대한 암시는 의자에 걸터앉은 조카가 한쪽 다리를 미처 다 뻗지 않고 접은 채 앉아있는 모습, 화면 하단의 오른쪽의 강아지가 잘려나가 화면에 다들어오지 않게 그려진 점 등에서 더 강조된다.  




사실주의자로 불리기 원했던 드가는 전통적 화법으로 그려진 작품을 통해 모델들의 심리를 꿰뚫는 예리한 초상화작품을 완성하였다. 이 작품은 그가 그린 수 많은 발레리나 그림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