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요새 미술~뱅크시 Banksy ...또 사고치다
2018. 10. 8. 00:18 미술 이야기

예술계의 홍길동이라고 할까 쾌걸 조로라고 할까?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Banksy)가 또 사고를 쳤다. (상황은 여기서 확인!)

사건은 10월 5일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유명 작품 '풍선을 든 소녀 (Girl with Balloon)가 1백4만 파운드, 한화로 15억을 훌쩍 넘는 가격에 팔리고 난 직후에 일어났다.  직후에 뱅크시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작품이 경매에 나와 팔리게 되면 작동하도록 이 작품에 분쇄기를 장치했음을 밝혔다고 한다.  물론 이는 당시 경매에서 작품이 조각조각 분쇄되는 장면을 보고 진정으로 놀라는 관중들의 모습이 담긴 인스타그램들과 함께 여러 뉴스에 게재되었다. 

물론, 이 상황 자체가 과연 어떻게 가능했는지 여러가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1. 분쇄기가 액자 속에 장치가 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과연 경매를 준비하는 측에서는 액자에 끼워져 있는 작품을 사전에 살펴보지 않았던 것일까? - 경매 이전 작품의 상태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서 한번쯤은 작품을 액자에서 빼보지는 않았던 것일까? 게다가 작품과 액자 무게 외에 그 정도의 장치가 되어 있었다면 작품은 이상할 정도로 상당한 무게였을텐데 말이다.

2. 그 분쇄기는 왜 작품의 절반 정도밖에 분쇄가 진행되지 않은 것일까?  전부다 분쇄되었다면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되었을텐데, 지금 상태로는 미묘하다.  예상했던 대로, 구매자는 이 상태의 작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 작품은 이 상태로 또 거래가 될 것이라 짐작된다. 

3. 그 분쇄기를 장치하고 나서 경매에서 판매될 때까지 수년은 걸렸을텐데, 과연 그 분쇄기는 어떻게 작동했던 것일까?  - 뱅크시의 정보원 (?)이 그 작품의 소재를 계속 추적해오다가 소더비 경매장에 잠입하여 경매가 이뤄지는 순간 원격 조정장치의 스위치를 눌렀던 것일까?   건전지 없이 그런 작동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있나? 전기 장치는 잘 모르지만, 여하튼 미스테리다. 

경매 관련자들을 깜쪽같이 속였다 치고, 지치지 않는 건전지 에너자이저를 써서 성공적으로 경매사가 경매봉을 두드리는 순간 분쇄기를 작동시켰다 치자.  방법이야 어떻게 되었든, 이번 사건은 미술사에 또 다른 역사를 쓴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퍼포먼스라고도 볼 수 있는 이번의 사건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터무니 없기까지 한 천문학적인 금액들이 오가는 경매에서의 작품거래에 대한 반항의 메시지를 보내는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유명세에 따른 작품 가격이 높아지고 하는 미술계의 통례에 반대하기 위해 자신(들)의 얼굴이나 구체적인 이력을 밝히지 않아 왔던 것이다.  

뱅크시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애당초에 그 (혹은 복수의 작가군단?)가 익명으로 활동한 것은 그(들)의 작품이 영국 브리스톨 거리에 그리피티를 그리는 것을 시작해서인데, 영국에서 거리에 낙서를 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법적인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도 알려져 있다. 물론 위에 밝힌대로 미술계의 통상적인 관례에 대한 반항이라는 설도 있다.  (일부 웹사이트에서는 그가 1974년 영국 출생이라고 밝힌 곳도 있는데, 대부분의 미술관련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그에 대해서 밝혀진 것이 없다고 씌여있다.) 

후에 그리피티 이외에도 꾸준하게 기발한 활동을 해온 그의 작품은 많은 논란과 함께 경매에서의 작품의 가격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갔다.  

(자세한 활동은 그의 홈페이지를 참고하라.  http://www.banksy.co.uk/out.asp)

다분 정치적이고, 반전주의, 반자본주의적 메시지로 가득한 그의 작품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그의 명성에 편승해 뱅크시를 자처하는 작품도 적지 않고, 그에 대해 '내 작품 아님'을 홈페이지에서도 밝히기도 한다. (한번 더 꼬아서 생각하자면, 이러한 의사표명 또한 그의 자작극이 아닌가 의심하게도 된다. 왜냐하면, 익명으로 작품활동하는 것 자체가 '작품에 따라다니는 작가의 이름'이라는 관례에 대한 반항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애당초 굳이 저렇게 주인 찾아주기 식의 성명서를 낼 필요가 있나 싶기 때문이다.) 

이렇게 온몸으로 반자본주의적이고 반체제적인 작품을 하는 그가 미술시장에서 몸값을 높이게 된것은 어찌된 영문인걸까? 

일례로 2003년 제작되었던 Bomb Hugger라는 그래피티 작품의 경매 경과를 살펴보자. 




Sotheby's London 

Date:2010-02-11 

Lot Number :284 

Low Estimate :$39,200[+92%]* 

High Estimate :$54,800[+37%]* 

Hammer Price :$75,200 

Sold For :$92,250*



2010년 2월 11일자 경매를 보면 이 작품의 최종 가격은 최저 예상 가격 4만불을 가볍게 넘어 최종가는 9만2천불, 한화로 1억이 넘는 금액에 거래가 되었다.   애당초 미술 작품에 터무니 없는 가격을 매기는 이러한 미술 시장에 대한 비판은 경매서 고가로 팔린 작품을 거리에서는 60불에 파는 행위를 하거나 직접적으로 아래와 같은 작품을 제작하는 등, 여러차례 그의 작품 속에서 언급되었다. 

Banksy – I Can’t Believe You Morons Actually Buy This Shit, 2007  '너희같은 멍청이들이 정말로 이런 쓰레기를 사다니, 나는 당최 믿을 수가 없다.'는 제목으로 경매장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이쯤 되면, 그의 작품 값을 올리는 것은 미술 시장이자 미술계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가깝게는 앤디 워홀의 팝아트, 좀 거슬러 올라가면 마르셀 뒤샹 없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다. 

Banksy, Soup Cans (2006) EHC Fine Art 앤디 워홀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인건가? 현대미술가들은 스프캔이라는 상품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가?

 

미술사 적으로 보면, 이는 마르셀 뒤샹이 1917년 한 전시회에 철물점에서 구입한 남성용 소변기에 R. Mutt라는 서명만 하고, '샘 (The Fountain)'이라는 제목으로 출품을 한 것에 비견될 만한 사건이 되지 않을까?    

애시당초 참가비만 내면 전시를 허용하는 허술한 전시회에 출품했음에도 당시에는 그가 출품한 변기는 출품이 거절 당했다.  이후, 작가는 작품을 '제작'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기만 해도 되는 것이라는 면죄부 (?)를 받게 되는 미술사적인 일대사건으로 기록되게 되는 것이다. 이후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그 면죄부로 얼마나 많은 작품들을 '선택'해왔던가. 

이번 뱅크시의 첩보전을 방불케할 '퍼포먼스'는 미술사적으로 또 다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경매에서 작품의 가격을 매겨 유통하는 과정에 대한 반항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 퍼포먼스 자체는 또 다른 형태의 예술 형태로 자리잡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절반쯤 분쇄기를 통과한 그 작품은 이번 경매가를 가볍게 뛰어넘으며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될지도. 

한편, 뱅크시가 자신(들)의 인스타그램에 사전에 분쇄기를 설치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해당 경매에서 작품이 순식간에 분쇄되어 액자밑으로 흘러내리는 과정을 촬영한 것을 올리면서 "The urge to destroy is also a creative urge" - Picasso라는 구문을 함께 실었다. 이는 항상 자신의 이전의 작품과는 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창조를 추구했던 피카소가 '창조적인 진공청소기'라 불렸던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천명했다고 볼 수도 있다.  미술계의 황금만능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을 했지만, 그 미술계에서 최고가를 갱신하며 그러한 시스템을 만끽한 피카소에 대해서는 별 저항이 없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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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