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세상으로 열린 창-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 Part 1
2018. 9. 26. 03:44 미술 이야기

한 여인이 두손을 다소곳이 앞으로 모은 채, 고개만 내밀어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Caspar David Friedrich, Woman by a Window (1822) oil on canvas ; 44 × 37 cm, Alte Nationalgalerie, Berlin


젊은 여인이 서있는 곳은 독일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 의 드레스덴에 있던 스튜디오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카홀리느 (Caroline), 화가의 아내이다. 그녀는 남편의 스튜디오 창 밖으로 보이는 엘브 강과 그 위를 지나는 배를 바라보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여린 푸른 빛의  포플러 나무들로 보아, 때는 바야흐로 북구의 긴 겨울을 나고 맞이하는 봄이다. 

강한 수직선으로 이뤄진 그녀를 둘러 싼 모든 환경과 배경과 그녀의 몸과 드레스가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곡선의 대조는 그녀의 심리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먼저, 강한 수직이 주를 이루는 실내의 구조를 보라!  창틀에서 마루바닥에 이르기까지 실내에는 수직선이 위주를 이룬다.  특히, 그녀의 양쪽에 내려오고 있는 창 옆의 두 기둥은 그녀를 속박하고 있는 듯하고, 곧게 뻗은 배의 마스트, 저 멀리 보이는 곧게 뻗은 포플러 나무들, 모든 것이 수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둥글게 말아올린 머리, 그녀의 작고 둥근 어깨, 주름이 잔뜩 들어간 그녀의 드레스... 이 모든 것은 그녀를 둘러싼 수직의 세계와는 상반된 것으로 보인다. 제한된 자유 속에서 그녀는 외부 세계를 동경하며 그녀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잔뜩 내비치고 있다.  

한편, 그녀의 모습과 실내의 모습, 그리고 어두운 실내와 찬란한 태양이 비치는 외부의 풍경에서 이중적인 태도와 분위기도 읽을 수 있다. 실내광이 따뜻하게 채워진 집 안에서 아늑해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두손은 마주 모으고, 동그랗게 만 몸은 창 쪽으로 기울이고 고개는 길게 창 밖쪽으로 빼고 서있는 그녀의 뒷 모습에서 한편으로는 안락한 집안에서 벗어날 용기는 없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집 앞 수로 앞을 지나는 배가 이끌어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여인의 심정이 잘 드러난다.  

그녀의 호기심이 집안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이기게 될 때, 그녀는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가 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녀는 잠시 후, 한차례의 꿈을 꾼 듯 멋진 세계에의 상상을 접고 조용한 일상으로 복귀할지도....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