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인플레 고려 17위와 20위
2018. 10. 14. 01:13 미술 이야기

며칠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리고 그 때, 개별 작품에 대해서 하나씩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공약'을 걸었다.  그 공약에 대해서 기억하는 사람이 있던 없던 일단 약속은 약속이니.... 

http://sleeping-gypsy.tistory.com/51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들 랭킹에 대한 글은 여기를 참고)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나 보통 순위처럼 아래쪽 순위부터 하나씩 올라가는 식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매일 그 순위에 있는 작품을 다루지는 못하겠지만, 순차적으로 하나씩 올릴 것이다.  두둥~  

먼저 오늘은 빈센트 반 고흐 (1853-1890)의 <의사 가셰의 초상> (1890)과 피에르-오귀스트 르느와르, <물랭 드 라 걀레트의 무도회> (1876)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저번에 밝힌 대로 인플레를 고려했을 때, 2018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경매에서 팔렸던 작품 17위에 오른 빈센트 반 고흐의 <닥터 가셰의 초상>과 20위에 해당하는 르느와르의 <물랭 드 라 걀레트의 무도회>는 1990년 경매에서 그해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인플레 고려 17)위 Vincent van Gogh, Portrait of Dr. Gachet (1890) $82.5-millions (1990 Christie’s auction)  (현재 154.5-millions 상당) 같은 제목의 다른 버전은 오르세이에 소장 중인 작품. 이 작품은 200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Gustav Klimt의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 (1907)이 $135-millions로 기록을 깨기 전까지 경매 판매가 1위를 고수했다. 

인플레 고려 20)위 Pierre-Auguste Renoir, Bal du moulin de la Galette (1876) oil on canvas; 78 × 114 cm. $78.1-millions (1990 Sotheby’s auction)  $146.3-millions  - 위의 빈센트 반 고흐의 '닥터 가셰의 초상'과 함께 두 작품 모두 일본의 제지회사를 소유한 사이토 료에이 (齊藤了英)가 각각 크리스티와 소더비에서 구입하여 당시에 큰 뉴스거리였다.  


먼저, 반 고흐의 <닥터 가셰의 초상>은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1990년 5월 15일 크라마스키 (Kramarsky) 가족 소장이었던 작품을 일본의 제지 회사 재벌 (大昭和製紙)의 사이토 료에이 (齊藤了英)가 US$82.5 millions (대략 한화로 950억원) 에 구입하였다. [참고로 당시의 경매가를 오늘날 인플레를 감안해서 계산을 해보면 US$154.5 millions (대략 1750억) 상당.] 이 사이토 료에이라는 분은 다시 이틀후, 소더비 경매에서는 르느와르의 물랭 드 갈라트의 무도회 (Bal du moulin de la Galette)를 $78.1 millions (대략 898억원)에 구입하므로써 미술계의 큰손으로 우뚝 섰었죠. [오늘날 인플레를 감안해서 계산하면 이 작품 또한 약 US$146.3 millions (대략 1657억) 상당.]

위의 두 작품은 1990년 5월에 각각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경매에서 모두 일본의 제지 재벌 사이토 료에이 (齊藤了英)에게 판매되었다는 공통점 이외에도 두 작품 모두 다른 버전이 파리의 오르세이 미술관에 소장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Vincent Van Gogh, Portrait of Dr Gachet (1890) Oil on canvas, 67 cm × 56 cm, Musée d'Orsay, Paris 2nd Version.

누가봐도 우울한 성격인거 같은 인물인 의사 가셰는 인기와 유명세 때문에 유독 ‘~카더라’ 통신이 많은 반 고흐의 삶의 끝자락에 화가에게 많은 의지가 되었던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가셰 씨의 초상화 두 점을 비교해보면, 두 번째 버전으로 알려져 있는 오르세이 소장 중인 작품과 비교를 해보면, 필치나 색조, 그리고 세부 구도에 있어서 쉽게 구별이 된다.  

크기는 동일하지만, 두 번째의 현재 소재 미상의 작품 쪽이 필치나 색상 면에서 훨씬 더 공을 들여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책도 이 작품에만 그려져 있다. 첫 번째 작품은 초창기에는 잠시 위작이라는 의심을 받기도 했었다. 현재는 두 작품 다 명실상부한 그의 작품이라고 인정받고 있고, 이 작품이 가셰 본인이 소장 중이었던 작품이라고 밝혀졌다. 참고로 그가 들고 있는 꽃은 흔히 팍스 글러브 foxglove 라고 불리는 식물로 정식 학명은 디지털리스 digitalis라고 한다. 꽃이 아름다운 이 식물은 소량씩 사용하면 심장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다량 사용하면 독이 되기도 하는 식물이라고 한다. [미드 Psych에서 이 식물을 사용한 독살 사건 케이스가 등장하기도 한다] 아마도 여기서는 책과 함께, 동종요법 의사였던 그의 직업을 나타내기 위한 지물 attribute로 사용된 것이리라. 인물의 섬세하고도 우울한 성향은 ‘블루’한 자켓의 색상으로 방점 찍고 있다. 그리고, 턱을 괸 도상 역시 알베르히트 뒤러의 ‘멜랑콜리아’에서 나타나듯이 예전부터 ‘우울’을 표현하는 포즈이기도 하다.

Albrecht Dürer, Melencolia I (1514) 24 × 18.8 cm, Minneapolis Institute of Art

개인적으로는 첫번째의 작품의 가셰 씨의 표정보다 두 번째 작품에서의 표정에서 그의 우울함 뿐 아니라 섬세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통찰력도 함께 표현된 듯 해서 더 맘에 드는 바이다. 실제로 그는 반 고흐와도 친했을 뿐 아니라, 당시 인상주의 화가들과도 폭넓은 교류를 하였고, 예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가셰 씨 말고도 반 고흐가 의사 선생님을 그린 작품이 또 하나 있다. 엄밀히 말해 당시 인턴이었던 펠릭스 레이의 초상. 유명한 고흐의 귀 절단 사건 당시 인턴이었던 펠릭스 레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처치를 하면서 고흐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귀를 다시 봉합하는 수술까지는 못했긴 했지만 말이다. 그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반 고흐는 그의 초상화를 선사했는데, 정작 그 인턴 선생님은 작품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그 그림을 닭장 수리할 때 사용했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그냥 ‘개나 줘버렷!’ 하는 심정이었을까? 남에게 줘버렸다고…. 훗날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현재 이 작품은 러시아의 푸쉬킨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리고 현재 작품의 가치는 무려 US$50millions에 상당한다고 하니…. 역시 사람은 안목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Van Gogh, Portrait of Doctor Félix Rey (1889) oil on canvas, Pushkin Museum

반면, 자신도 아마추어 화가였던 폴 가셰 박사는 예술에도 조예가 상당히 깊었던 듯 하다. 반 고흐 뿐 아니라 당대의 ‘아직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훗날 미술사에 기리 이름을 남기게 되는’ 화가들과도 폭넓은 교류를 가졌다. 참고로 아래의 그림은 세잔이 아직 화풍이 확립되지 않았던 시기의 작품 중 하나. 제목하여 <오브르에 있는 의사 가셰의 집>. 이 시기 세잔은 이 지방에 몇 개월 체재하면서 동료이자 스승 격이던 인상주의 화가 카미유 피사로 등과 함께 가셰 박사와 예술에 관한 토론을 자주 가졌다고 한다.

Cézanne, The House of Doctor Gachet at Auvers (c.1873) oil on canvas 46 x 38 cm Musée d'Orsay, Paris

한편, 인플레를 고려했을 때, 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팔렸던 작품 20위를 차지한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걀레트의 무도회>(1876)는 어떠한가? 이 작품 역시, 앞서 밝힌대로 다이쇼와 제지 명예회장이었던 사이토 료에이가 <닥터 가셰의 초상>과 함께 1990년에 구매한 작품이다. 이전에는 유명한 휘트니 가문의 일원으로 영국주재 미대사를 역임했던 존 헤이 휘트니의 소장이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이 밖에도 공통점을 꼽자면, 유사한 구도의 동일한 제목의 작품이 오르세이 미술관에 소장 중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제3회 인상주의에 전시되었다고 하는데, 인상주의 화가이자 후원자 역할을 했던 구스타브 카이유보트의 소장이었다가 1894년 프랑스 정부가 구입한 후, 룩셈부르, 루브르를 거쳐 오르세이 소장이 된 것이다.

Pierre-Auguste Renoir, Bal du moulin de la Galette (1876)
Oil on canvas ; 1.31 m x 1.75 m, Musée d'Orsay

위의 빈센트 반 고흐의 <닥터 가셰의 초상>의 경우, 첫번째 버전과 두번째 버전이 명확히 밝혀졌으나, 피에르-오귀스트 르느와르의 <물랭 드 라 걀라트의 무도회>의 경우, 경매에서 팔린 작품과 오르세이 소장 작품 중 어떤 것이 오리지널이고 어떤 것이 나중에 다시 그려진 그림인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은 상태이다. 반 고흐의 작품이 구도나 세부 묘사에서 확실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인데 반해, 르느와르의 작품의 경우 경매 작품의 크기가 오르세이의 소장품에 비해 약간 작은 것을 제외하고 구도 상의 차이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인상주의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이 둘 중 어느 작품인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육안으로 봤을 때, 경매에서 판매된 작품 쪽의 묽은 물감을 이용해서 빠른 붓놀림으로 유연하게 그려진 작품이라는 차이를 알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의 인상주의 사랑은 유별나기로 유명하지만, 특히나 당시 75세였던 이 일본 재벌의 인상주의 작품에의 열정은 남달랐다. 이 분은 자신이 죽었을 때 이 작품과 함께 화장을 시켜달라는 유언을 남기겠다 천명하기도 했는데, 이 말의 여파로 논란이 너무 거세지자, 부랴부랴 ‘그 정도로 내가 이 작품을 사랑한다는 뜻’이라며 그 말을 철회하기도 했다. 자신의 사후에 일본 정부나 미술관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어떠한 염원도 이뤄지지 못했다. 두 작품 다 1996년 그의 사후 비공개 경매로 판매 되는 바람에, 1997년 이후의 소장처가 묘연하다. 이후 2007년 리포트에 따르면 <닥터 가셰의 초상>은 1997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은행가이자 미술계의 또 다른 큰 손 Wolfgang Flöttl에게 판매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프뢰틀 Flöttl은 경제적 사정 때문에 그 작품은 진작에 매각했다고 밝힌 관계로 현재 이 작품의 구매자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바 없다. 르느와르의 작품도 스위스 소장가가 구매했다고만 알려졌을 뿐. 이 아름다운 작품들은 어느 누가 가지고 있을까? 특히 <닥터 가셰의 초상>의 경우, 가뜩이나 전설에 가까운 일화들로 가득한 반 고흐의 삶과 예술에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