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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4. 2. 00:02 영화 이야기

이제까지 추천한 수사물 미드 두 개가 있었다: 

1. 사이크 (Psych)

사이크 (Psych)

2. 멘탈리스트 (The Mentalist)

멘탈리스트 (The Mentalist)

 

오늘 소개할 드라마는 <몽크 (Monk)>라는 미드이다.  이 작품 역시 <사이크 (Psych)>처럼 USA Network에서 방영되었던 방송으로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시즌 8까지 제작되었다.   

미드 <몽크 (Monk)>의 주인공 에이드리안 몽크

이 드라마는 <사이크 (Psych)><멘탈리스 (The Mentalist)>의 내용면에서 중간 정도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에이드리안 몽크 역시 <사이크>의 션이나 <멘탈리스트>의 페트릭 제인처럼 탁월한 재능을 지닌 인물이다.  약한 자폐증이라고도 보이는 주인공은 실생활에는 장애가 많지만, 그의 역시 예리한 관찰력과 사진처럼 정확한 기억력은 수사할 때는 놀라운 재능으로 발휘된다. 유머스럽고 엉뚱한 내용면에서는 <사이크>와 유사하고, 주인공이 아내를 죽인 원수가 있다는 면에서는 <멘탈리스트>와 유사하다. 

가뜩이나 결벽증, 편집증과 강박증이 있던 몽크는 아내가 살해당하면서 신경쇠약으로 자신이 근무하던 경찰직에서도 정직을 당한 상태에서 상담역으로 프리랜서로 경찰과 협업하여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몽크를 돌봐주는 비서겸 간호사 역할의 샤로나와 몽크의 케미도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 하나였는데, 샤로나 역의 배우가 드라마가 인기를 얻게되자 개런티를 너무 높게 불러서 중간에 다른 배우로 교체되는 비극 (?)이...      

편집증과 강박증으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몽크의 곁에서 비서역, 간호사 역, 때로는 엄마역까지 다하는 샤로나 

뭐 중간에 바뀐 간호사인 나탈리 역시 나름 선전을 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샤로나가 훨씬 더 연기를 잘했다. 싱글맘으로서 생활에 치이면서도 인정이 많아서 몽크를 내치지 못하고 때론 엄마같이 그를 보살피는 인간미가 훨씬 더 돋보였다는게 개인적 소감. 

중간 에피소드에 전직 간호사 샤로나 (왼쪽)와 현직 간호사 나탈리 (오른쪽)가 함께 등장했다.

 

세상의 모든 공포증이라는 공포증은 다가지고 있어서, 먼지, 세균 등은 물론이고 우유까지 무서워하는 우리의 몽크는 혼자서는 일상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매사가 좌우 대칭이라야 하고, 악수를 하고나면 반드시 물티슈로 손을 닦아야하는 사람 (이 덕에 주인공 배우가 물티슈 광고를 찍기도 했다고), 한번 쓴 비누는 버려야하고, 정사각형으로 자르지 못한 식빵을 버리고, 귀퉁이가 찌그러진 통조림도 용서못하고, 여행을 할때면 양말, 속옷, 베개 등 모든 준비물을 여분의 여분까지 준비해야만 하는 몽크. 예전에 미국 친구가 만약 자기 친구 중 그런 애가 있으면 한번은 때려주고 싶을거라고 하기도 하던데.  여하튼 어리숙하고 모자라보이기도 하는 외견으로 처음에는 악당 내지 범인에게 무시를 받는 과정 끝에, 이러한 기벽으로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고통받는 몽크가 특유의 관찰력과 통찰력,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통쾌하기 짝이 없다.   

스토리 전개는 그다지 치밀하다고 할 수는 없고, 주인공의 결벽증과 강박증의 증세도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일관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몽크와 간호사, 그리고 경찰 멤버들간의 인간적 관계와 아울러 간간히 섞이는 유머와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이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3. 31. 00:01 영화 이야기

수사물 덕후인 나는 수사물은 거의 빼놓지 않고 한번씩 도전해보는데, 내가 제일 재밌게 봤던 미드는 지난번에 밝혔듯이 <사이크 (Psych)>였다.  내가 두번째로 재밌다고 생각한 미드는 사실은 <몽크 (Monk)>이지만, 오늘은 <사이크>와도 연관이 있고 해서 <멘탈리스트 (The Menatlist)>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시몬 베이커가 주인공 페트릭 제인 역을 맡아 연기하는 미드 <멘탈리스트>

 <사이크>가 인기리에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9년간 방영되었듯, <멘탈리스트 (The Mentalist)>도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CBS에서 시즌 7까지 방영되었던 인기 드라마였다.  제목이 된 '멘탈리스트'란 무엇인가?  멘탈리스트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여 상대방의 심리를 알아내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을 지칭한다.  이 드라마는 한마디로 말하면, 페트릭 제인이라는 '멘탈리스트'가 경찰과 협력해서 범죄자를 잡아간다는 얘기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예리한 관찰력과 냉철한 추리력으로 영적인 능력이 있는 것같이 꾸미는 주인공이 경찰과 협력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골격 때문에 '<멘탈리스트>는 <사이크>의 표절이다.'라는 의견도 분분했던 드라마다. 

이러한 논란을 반영하여, 코믹한 내용의 <사이크>에서는 여러차례 <멘탈리스트>와 그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사이먼 베이커를  언급하기도 하였고, 열렬한 팬이 분명한 누군가에 의해 유튜브에서 그 언급한 장면을 짜집기 하여 올리기도 했다.  

Psych vs. Mentalist - <사이크>에서 <멘탈리스트>나 사이먼 베이커를 언급한 장면들

Psych versus The Mentalist supercut  https://www.youtube.com/watch?v=sW3PuMGyv88

<사이크>와 <멘탈리스트>는 기본 골격은 비슷하지만, 드라마를 진행하는 논조랄까 톤은 상당히 다르다. 우선 <멘탈리스트>는 무척 심각한 드라마이다. 가끔 주인공인 페트릭 제인의 기행이나 독특한 언행으로 상대방이 당황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말장난과 유머 가득한 <사이크>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페트릭 제인에게는 '멘탈리스트'로 인기와 부를 다 거머졌던 시절, TV에서 공개적으로 연쇄 살인범인 '레드 존 (Red John)'을 도발했다가 자신의 아내와 딸이 살해당하는 비극을 겪은 인물이고, 전체 드라마의 기저에 레드 존을 추적하는 것이 깔려있다.  

난 개인적으로 드라마의 주인공에 천적이 있는게 영 별로다.  기발함이나 치밀함에서는 <멘탈리스트> 쪽이 한수 위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내가 미드 <멘탈리스트>를 <사이크>의 뒤에 놓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다음번에 소개하려고 하는 <몽크>에서도 탐정 몽크가 자신의 아내를 죽인 자를 쫓기 위해 노력하긴 하지만 강도가 강하지 않아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멘탈리스트>의 경우, 그 복수를 위한 천적의 추적이 주요 줄거리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흥미가 끊기곤 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평생 복수를 목표로 좇고 있는 천적이 있는 경우, 그 천적 관련한 에피소드는 다 재미가 없었다.  아마도 나는 뒷끝있게 평생 복수를 위해 칼날을 갈 수 있는 집념형 인간은 아닌가보다.  (그러고보니, <사이크>에서도 한 두회 주인공 션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팬이 사건을 일으키는 사건을 다루기도 했지만, 다른 두 드라마에 비해 강도가 약했고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미드 <멘탈리스트>의 등장인물들

하지만, 그렇다고 성급하게 <멘탈리스트>는 짝퉁이니 재미없을 것이라는 속단은 말자. 그리고 천적이 있는 주인공이 그 숙적을 끈질기게 쫓는 얘기가 별로라는 건 내 개인적 소견일 뿐이다.  <멘탈리스트>는 여러 평론에서 <사이크>의 기본 포맷과 아이디어를 따온 것을 지적 받기는 했지만, 대표적 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도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고, 주인공인 사이먼 베이커의 연기는 여기저기서 극찬을 받기도 했다. 추리를 좋아하고,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시국이 하 어수선하여 답답하고 일이 손에 안잡히신다 싶으면, 이 참에 미드 하나 달려보는거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2020. 3. 20. 00:50 영화 이야기

시간이 많으면 뭔가 대단한 일을 많이 해낼거 같지만, 실상은 딱히 그렇지 않다는게 함정이다.  이럴때는 아예 맘잡고 재미있는 드라마 시리즈 쭈욱 달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혹 원체 티브이를 보지 않아서 뭘 봐야할지 모르겠다거나, 혹은 달리던 드라마를 다 끝내서 새로 시작해야할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 참고하시길.

두둥~ 오늘 소개할 미드 시리즈물은 Psych!

뛰어난 관찰력을 밑천으로 사이킥인척 하며 탐정 노릇을 하는 션과 션의 소꿉친구로 얼렁뚱땅하는 션에 대비되게 소심한 바른생활 사나이인 거스가 콤비를 이루어 좌충우돌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이들의 케미 뿐 아니라 극중 산타 바바라 경찰서의 형사들과의 티격태격도 보는 재미중의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추리물을 좋아해서, 오락으로 읽는 책은 대부분 추리 소설이었고, 드라마류도 탐정이나 형사들이 나와서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물을 주로 챙겨보았다.  그래도 폭력이 난무하거나, 유혈이 낭자한 고어물은 별로라, 살인 사건 일어났다~치고, 혹은 이미 사건은 벌어졌다~치고, 이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  내 인생 영화 중 하나도 공교롭게 '살인의 추억'이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국내외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고, 그 작품의 훌륭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영화 분야에 대해서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살인의 추억'이 더 명작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난 가끔 미술사 연구도 어떤 면에서는 '추리'가 들어가는 학문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오랫동안 계속 공부해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곤 해보기도 했다.  그러한 개인적 성향을 바탕으로, 오늘 소개하는 미드는 USA Network에서 방영된 코믹 수사물로 사설 탐정인 션과 그의 친구 거스가 주인공인 티브이 드라마 시리즈물 "사이크 (Psych)"이다.  이 드라마를 좋아했던게 나뿐만은 아니었던듯,  2006년에서 2014년까지 무려 9년에 걸쳐 시즌 8까지 연속해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였다 (한국에서는 방송이 되었나 모르겠다).  한국에서 찾아볼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방송 홈페이지를 보니 아직도 스트림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듯하다. 따라서 탐정물이나 추리물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찾아보시라~추천.    

뛰어난 관찰력을 밑천으로 사이킥인척 하며 탐정 노릇을 하는 션과 션의 소꿉친구로 얼렁뚱땅하는 션에 대비되게 소심한 바른생활 사나이인 거스가 콤비를 이루어 좌충우돌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이다. 이들의 케미 뿐 아니라, 이 둘이 극중 산타 바바라 경찰서의 형사들과 티격태격 하는 것도 보는 재미중의 하나이다.  미리 밝혀두지만 진지한 수사물은 아니고, 말 장난 난무하는 코믹 수사물이다.  중간 중간 미국의 서부 도시인 산타 바바라의 아름다운 풍경도 드러나는 건 덤.     

선글래스를 끼고 있는 쪽이 뛰어난 관찰력을 밑천으로 사이킥인척 하며 탐정 노릇을 하는 션, 오른쪽의 양복 자켓을 입고 있는 쪽이 션의 소꿉친구로 얼렁뚱땅하는 션에 비해 바른생활 사나인데 항상 션의 페이스에 말려 함께 사건에 연루되는 거스. 

제목인 'Psych'는 미국에서 드라마를 볼 때에는 그다지 의문을 갖지 않았는데, 한글로 이 드라마를 소개하려고 생각하다보니 번역을 뭐라고 해야하나 다소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Psychology를 줄여서 말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생각이 되는데, 극 중 내용과 연관해서 생각하면 "사이킥 (Psychic)", 즉 영매라는 의미로 썼던 것 같다.  극중에서 "사이크"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지만, 위 주인공 두 명 (정확히는 션 스펜서라는 주인공)이 여는 사설 탐정 사무소의 간판이 "Psych"이다. 즉, 자신들은 영적인 능력을 사용해서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단, 주인공 션이 진짜 영적인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남다른 통찰력이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때려잡아 상대방의 비밀이나 사건의 실마리를 알아내간다는 것인데,  그 과정이 유쾌하고도 기발하다. 처음 볼 때에는 주인공 둘의 대화가 원체 빠른데다가 이들의 티키타카 속에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참조가 너무 많아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나중에 여러번 보면서, 또 내가 그나마 미국의 대중 문화 - 미국의 유명 TV 드라마나 배우나 가수 이름 등 - 에 조금쯤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만약 이걸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대중문화 코드를 건너 뛰어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고, 그걸 빼면 대화 내용이 그렇게 심오하지는 않기에 알아듣기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P.S. "Psych"라는 단어와 관련해서 몇 가지 덧붙여 이야기 하자면, 어떤 말 끝에 "Psych!"를 붙이면 앞에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뜻으로 "뻥이야!"라는 뜻으로도 사용되었던 옛 유행어이다. (이 단어의 유래를 몰랐던 일부 사람들은 'Sike'라고 표기하기도 했다고도 하는데, 철자법 파괴는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닌듯하다)  또, "Psyched!"라는 표현으로 쓰기도 했는데, 이걸 해석하자면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좋다"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속어로 바꾸면 "완전 쩔어!" 혹은 좀 더 옛날식으로 얘기하자면 "죽여줘!"는 정도에 해당할 것 같다.

블로그의 애초의 취지에 맞춰서 좀 미술사적인 내용으로 마무리하자면, 신화에 등장하는 "프시케 (Psyche)"도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고, 그리스어로는 '나비'라는 의미지만, '영혼' 혹은 '정신'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프시케와 큐피트의 신화를 프시케로 상징되는 정신적 사랑과 큐피트의 육체적 사랑을 각각 상징하고 있고, 따라서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의 결합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해석 하기도 한다.  

François Gérard, Psyche Receiving Cupid's First Kiss (1798) 프시케와 큐피트의 아름다운 만남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프랑소아 제라르의 작품.  혹시라도 이 작품 속 아름다운 여인이 프시케인 것을 못알아챌까봐 그의 머리 위에 한마리의 나비를 그려넣었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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