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과 사자 :: '우연'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
2018. 12. 27. 08:51 일상 이야기

어릴 때,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어른들의 흔하디 흔한 푸념 쯤으로 치부하고 지냈는데, 내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고 보니, 그 말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누구든 인생을 애초에 세운 계획대로 사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이란 크고 작은 실망과 좌절 속에서 그 실망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자잘한 희망과 즐거움이 씨줄과 날줄로 섞여 짜여진 천과도 같으니까.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연으로 채워진 게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웅장하고 비장하게 세운 삶의 목표보다는 주변의 환경과 만나는 인물들로 인해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인연으로 인생의 경로가 바뀌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그 마주치는 우연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과 어차피 자신의 목표와는 다른 "'사소한' 우연 따위는..."이라 여기며 대충 넘긴 사람과는 시간이 지나서 다다라 있는 삶의 지점이 다를 것이다.


역설적으로 목표대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매일의 일상과 우연히 마주치는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속에서 열심히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연말이 되어 오랜 벗들을 정말 오랜만에 만나고 나서 지난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크고 작은 우연들과 조우하면서도 자신의 삶에 충실해온 친구들이 유난히 더 반가왔던 이유다.

posted by 잠자는 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