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23. 00:14
일상 이야기
말을 배우기 시작한 조카가 하루는 '엄마, 무서우면 얘기해. 내가 지켜줄께.' 했다는 말을 올케가 했다. 그게 너무 귀엽고도 기특해서, 조카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나는?' 그랬더니, 제법 의연한 표정을 한 네 살짜리 조카가 망설임 없이 '고모도 지켜줄께.' 그랬다. 올케와 나는 도대체 저 말을 어디서 배웠나 신기해 했다. 누굴 지켜줄 입장은 아닌 조그마한 아이가 어떤 맥락에서 저런 단어를 익혔지?
그 의문은 얼마 있다가 풀렸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 중에, '지구야, 지켜줄께.'가 있었다. 신기한 건 자세히는 몰라도 이 아이가 '지켜준다'라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또래의 아이들이 자신이 배운 단어는 어디서든 꼭 써본다는 것이다. 여섯 살 먹은 꼬마가 '내 평생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야.'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경우다. 그래서 예부터 아이들 앞에서는 냉수도 함부로 마시지 말라하지 않았는가.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의 행동과 언어는 그 부모의 언행이 반영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부모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막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아이가 부모의 언행을 보고 배운 것이 거의 확실하다. 아직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니까 교정의 여지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교육하는 부모의 언행과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과연 그 교정의 기회가 주어질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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