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19. 07:30
미술 이야기
Bartolomé Esteban Murillo, Two Women at a Window (c. 1655–60),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지금 창 밖에 서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귀엽게 생긴 소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하고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창 밖의 인물을 바라보고 있고, 그 소녀의 뒷편에는 좀 나이들어 보이는 한 여인이 한 손으로는 창문을 잡고 또 다른 손으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으려는 듯 숄로 입가를 가리고 서있다.
부드러운 갈색톤으로 그려진 이 그림은 색상이 주는 평안함과 더불어 두 여인의 살아있는 표정, 그리고 소녀의 눈 높이가 관람자의 그것과 일치하는데서 오는 친근감으로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함께 미소짓게 만드는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더할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이 그림은 세비야 출신 스페인의 바로크 화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창가의 두 여인'이라는 작품이다. 무리요는 스페인이 낳은 최고의 바로크 화가 벨라스케스보다는 후대의 인물로 당대에서는 종교화로 크게 명성을 날렸던 화가인데, 이런 생활 속의 장면들을 묘사한 장르화도 몇 점 남겼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것은 2차원의 화면과 관람자와의 관계라고 하는데, 이 작품은 관람자를 그림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하는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창틀과 화면을 일치시킴으로서 '회화와 창'이라는 전통적 메타포를 실현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전통은 전 시대 르네상스 네덜란드 작가들에게서 널리 활용되었었다.
그 대표적 예로는 한스 메믈링의 '축복을 내리는 그리스도'가 있다. 창틀과 화면의 하단을 일치시켜 표현한 절묘함을 보라!
이 작품에서는 예수를 너무 거룩해서 쳐다볼수도 없는 위엄 가득한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검소한 옷을 입고, 창틀에 한 손을 얹은채, 그 그림이 걸려 있는 집안을 들여다보며 축복을 내리는 듯한 친근하고 겸허한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Hans Memling (1430–1440 to 1494), Christ Blessing (1481), oil on panel ; 35.1 x 25.1 cm, Museum of Fine Arts, Boston
무리요의 작품에서도 소녀가 팔을 얹고 있는 창틀은 화면의 하단과 일치하여, 회화 작품이 창문이라는 설정에서, 아름다운 소녀가 창턱에 한 팔을 걸치고 또 한팔은 세워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관람객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 스페인 화가는 네덜란드에서의 화법을 익히 알고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무리요는 이 작품에서 종교화와 초상화에서 주로 활용되는 화법을 장르화로 옮겨 표현하는데 멋지게 성공했다.
어쩌면 소녀의 앞에서는 수줍은 청년이 서툴게 구애의 노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꽃다발을 건네려고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소를 띈 채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는 소녀를 계속 바라보다보면, 왠지 작은 꽃다발이라도 하나 건네야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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